市 ‘전문예술극장’ 추진… 지역민 기대·우려 ‘교차’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市 ‘전문예술극장’ 추진… 지역민 기대·우려 ‘교차’
1천석 이상 대형 공연장 ‘전무’
오페라·뮤지컬 전문장르 소외
문화예술 향유기회 확대 ‘환영’
경제 효과·타당성·활용도 ‘의문’
“창작기능·운영방향 설정 중요”
  • 입력 : 2024. 07.17(수) 17:59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광주시가 오페라·뮤지컬 등 전문 장르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전문예술극장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민 사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 오페라하우스 전경.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광주시가 오페라·뮤지컬 등 전문 장르의 문화예술을 공연할 수 있는 전문예술극장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민 사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광주에 전문예술극장이 세워지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문화산업 분야 수요가 적은 지역 특성상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활성화가 더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의 공연 시설은 대부분 다목적용으로, 1000석 이상의 전문공연장은 단 한 곳도 없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1000여석 규모의 대극장이 있지만 객석과 무대 구분이 없는 시설이어서 전문 장르 공연을 수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민들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대규모 뮤지컬·오페라에서 소외되는 등 문화 향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전문예술극장을 건립하기 위해 지난 4월 전문가 16명이 참여한 ‘전문예술극장 건립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까지 두차례에 걸쳐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광주시는 자문위원회를 통해 전문예술극장의 장르와 건립 규모, 공간 콘텐츠,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광주시는 연말까지 종합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내년 중앙부처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예술극장 건립이 추진되면서 지역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박소진(33)씨는 “광주에는 전문 장르의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아쉽다. 뮤지컬 등 전문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니 불편한 점이 많다”며 “광주에 전문예술극장이 생긴다면 타 지역에서도 광주를 찾을 것이다. 몇 년 후에는 복합쇼핑몰도 생기니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민들이 예술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경험할 ‘공간’이 없어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전문예술극장 건립을 반겼다.

장성에 거주하는 김승휴(19)씨도 “장성에는 아이맥스관 등 특별 상영관이 없어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버스를 타고 광주 유스퀘어로 온다. 광주에서 연극 등 공연을 본 기억도 많다”며 “전문예술극장 등 문화예술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전남지역 사람들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광주를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송한글(33)씨는 “수요가 있어야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대규모 전문공연장을 짓는 의미가 있는데 광주·전남지역에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타당성을 확실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구모(54)씨도 “예술인이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층이 아닌 이상 일반 시민들이 전문 공연을 보는 일은 많아야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일 것이다. 직업상 서울에 갈 일이 많고 뮤지컬 등 공연을 좋아해 종종 극장을 찾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공연예술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광주·전남의 경우 인구수도 많지 않아 전문공연장이 지어져도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다. 광주 시민으로서 당연히 예술 시설이 생기면 좋겠지만 상징적 의미 외에 경제적 효과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공연시설에 대한 활성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상용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공연장이 설립된다고 해서 성과가 반드시 따라오지는 않는다. ‘문화도시’라는 상징성에 맞게 전문예술극장이 생겼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공연장이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경제효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윤 교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정식 개관한 지 8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전문공연장 건립 명분이 부족한 데다 전당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활성화 및 홍보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전문예술극장이 예술 창작 기능 없이 대관 업무를 주로 하는 기존 공연장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대구 오페라하우스도 상대적으로 축제·공연기간에만 활성화되는 등 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자리 창출 등의 이점은 있겠지만 광주·전남의 경우 고령 인구가 많아 오페라, 뮤지컬 등 MZ세대가 주 소비층인 문화산업은 살아남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7000억원가량을 들여 건립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수년째 부진한 성과를 거둔 이유는 프로그램·홍보·활성화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문공연장이 건립된다면 ‘얼마나 잘 운영하는가’에 명운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