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도 당한다” 서민 울리는 중고거래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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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판매자도 당한다” 서민 울리는 중고거래 사기 ‘기승’
광주·전남 하루 직거래사기 12건
대포통장·조직사기 등 수법 대담
"거래자 계좌·전화번호 등 확인”
  • 입력 : 2024. 07.17(수) 17:57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비대면·택배 거래를 유도해 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돈만 편취하고 사라지는 3자 사기 유형. 독자 제공
“정가보다 훨씬 싸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동시에 접근해 돈만 빼가고 잠적하는 3자 사기더라고요. ”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김모(25)씨는 최근 중고·직거래 앱으로 무선이어폰을 구매하려다가 사기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사회 초년생이라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 중고·직거래 앱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는 한다”며 “최근 중고 거래 중 상대가 갑자기 가족이 아프다며 비대면 택배 거래를 요청하더라. 안타까운 마음에 허락했는데 알고 보니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돈만 편취하는 3자 사기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변에 사는 이웃과 중고·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전 세대를 걸쳐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용한 온라인 중고·직거래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사기범들의 범행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지만 사기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아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광주·전남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의 직거래 사기 발생 건수는 △2021년 2235건 △2022년 2344건 △2023년 2105건이며 전남의 경우 △2021년 2722건 △2022년 2599건 △2023년 2293건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광주·전남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약 12건의 직거래 사기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달 19일 광주 광산경찰은 다수의 중고 거래 사이트에 게임기 허위 판매 글을 올려 피해자 113명을 대상으로 약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잠적해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했으며 유사 범죄 경력만 2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30대 B씨가 또다시 중고 거래 사기를 저질러 서부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중고 거래 앱에 태블릿PC, SD카드 등 고가의 전자기기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올린 뒤 피해자 15명을 상대로 190만원을 받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마땅한 수입이 없던 B씨는 대금이 계좌로 이체되면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범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중고·직거래 사기 피해로 지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재화의 공급 등을 가장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계좌지급정지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고접수 즉시 계좌지급정지가 가능한 각종 피싱사기와는 달리 중고·직거래 사기 피해 시 계좌정지까지 최대 10일이 소요된다.

피해자가 피해액을 반환받기도 쉽지 않다. 피해자는 사기범 검거 이후 배상명령을 신청해야 하는데 사기범이 검거되지 않거나 배상능력이 없다면 피해액을 돌려받기 어렵다.

경찰은 중고·직거래 사기로 인한 시민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과 허위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개설하거나 조직을 이뤄 대규모 사기 범죄를 벌이는 등 사기범들의 범죄 수법이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서 중고·직거래 사기 예방 홍보와 동시에 시민 피해 접수 시 계좌·전화번호·사이트 등을 집중 추적·수사해 신속 검거하는 등 시민 피해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고·직거래 사기에 대비해 특별법 제정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장은 “중고·직거래 사기의 경우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남들보다 빠르게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악질 범죄다”며 “가능한 비대면 거래는 피하고 금융사기방지서비스 등을 이용해 거래자의 계좌번호·전화번호 등을 사전 조회하는 등 경계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거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고·직거래 사기는 피싱범죄와 달리 즉시 계좌 동결이 되지 않아 수일 안에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기범들의 범죄 양상이 다각화·조직화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 중고·직거래 사기에 대한 특별법 등을 제정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