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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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물 관리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4. 06.26(수) 18:32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4계절이 뚜렷한 것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기온이 어느 해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있다. 농작물을 파종하고 모내기하는 시기도 요즘은 보름 정도 빨라진 것 같다. 올해는 4월까지 거의 매일 이른 봄비가 내리더니 5 ~ 6월에는 가뭄으로 농민들의 애를 태웠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용수 사업이 합리적이고 연속적인 효과를 갖도록 하는 수질 수량에 관한 농수의 관리는 대부분 농어촌공사에서 저수지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주로 논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모내기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밭농사는 여전히 지하수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강수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물 관리에 많은 문제가 따른다.

올해는 남도 지방의 저수지마다 모내기가 끝난 시점에서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어 논농사에도 어려움이 예상되었으나 다행히 장마가 일찍 와서 물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은 농사에서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서 귀하게 써야 하는데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오랜 관념으로 과하게 사용하다 보니 지역마다 지하수가 고갈되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지대가 높은 대부분의 지역은 농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 저수지 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하수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모내기 철에 가뭄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봄에 많은 비가 내린 덕분에 지하수의 물 관리가 가능하여 다행히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다. 밭작물도 보리와 양파, 감자, 마늘 수확을 하여 밭농사에 필요한 물 관리에 여유가 생겼다. 최근에는 밭에 콩을 심고 참깨와 들깨, 고추, 고구마 등이 한창 뿌리내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물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며 밭농사를 하는 농민들은 간절하게 비 소식을 기다리게 된다. 다행히 남부지방부터 일찍 장마가 시작하여 물 관리에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천수답으로 농사를 짓던 예전에 비해 물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량이 남는 구역에서 물을 이동시켜주는 등의 방법으로 체계적인 물 관리가 되고 있어 농사 짓는 여건이 매우 개선되었다. 한편 농촌의 마을마다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옛날처럼 쌀과 보리 농사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우스를 이용한 농사 면적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수작물의 종류도 단순한 호박이나 오이 토마토 등에서 요즘은 열대 과일인 바나나, 망고, 체리, 화훼까지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러한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주로 지하수를 이용한 물 관리에 특히 의지하고 있다.

올해는 봄에 많은 비가 내려 지하수는 풍부하지만 일조량이 부족하다보니 보리와 매실, 딸기 등이 여물지를 못하여 수확량이 반감되는 고통도 따랐다. 게다가 보리의 경우에는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확으로 2모작을 하는 농가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기후의 변화가 갈수록 심해져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냉해를 입게 되기도 하고 보름 넘게 비가 오는가 하면, 가뭄이 계속되어 자연재해의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울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농작물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물 관리는 농작물의 소득을 높힐 수 있는 주된 방법이기 때문에 평소에 대비를 해야 한다. 또한 농촌의 여름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잡초는 아무리 가뭄이 와도 자라고 농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요즘은 농약의 종류가 많아 농작물은 살리고 잡초만 죽이는 친환경 농약이 나와 농사 짓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농번기 철에는 농민들의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하지만 가을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일한다.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장마 때에는 농촌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일이 물 관리이다. 모내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모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논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물 빼기 작업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농사철에는 물 관리가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