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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제대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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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제대로 쓰자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건축사
‘최소한의 개입’으로 도시 변화를
금남로, 활기넘치는 도심 시작점
상무소각장, 광주만의 콘텐츠로
“상상력 발휘, 남다름 추구해야”

게재 2022-11-24 14:13:44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건축사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건축사

빛고을 광주(光州)라는 이름은 1100여년의 역사를 가진다. 천 년 간의 도시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고, 고려시대 읍성은 불과 100여 년 전에 헐렸다. 이후 도시의 변화는 일제 저항기와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면서 지난 천년의 변화를 능가했다. 21세기 들어와 20여 년간은 과거 백년의 변화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급격한 도시변화의 동력은 정체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주된 원인이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이 그렇다. 확장에서 효율적·집중적 관리로 도시정책이 가야 하는 이유다. 땅과 건축물도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제대로 써야 하는 시대다. 도시는 유기체라고 한다. 맞다. 늘 변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 과정을 밟는다. 아파하는 도시가 많은 것을 보면 조만간 사라지는 지역도 나올 것이다.

광주를 비롯한 수도권 외 도시들의 건강상태는 어떠한가. 늙어가는 도시일까. 병들어 있는 도시일까. 아니 둘 다일까. 환자 상태에 따라 외과적 수술과 정신의학적 치료도 하지만, 한의학의 침술로 몸을 다스리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양한방 협진을 한다. 당연히 진단결과에 따라 최적의 접근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도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적절한 개입으로 큰 변화를 이루자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시처럼 도시를 예쁘게, 사랑스럽게 느끼려면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한다. 걸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보인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사랑하고, 혁신을 실천해야 매력을 가질 수 있다. 브라질 꾸리치바를 '꿈의 생태도시'로 만든 이는 자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다. 40여 년간 도시를 혁신하면서,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대규모 사업이 아닌 작은 변화로 도시를 활기찬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음을 경험하고 '도시침술'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도시침술이란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특별한 기억을 담은 공원 벤치 같은 작은 요소를 통해 도시 생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최소한의 개입'을 뜻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과적 수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침술이 몸에 최소한의 자극을 주어 건강을 회복시키듯 도시에도 장소에 맞는 적절한 개입으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도시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침술은 도시가 건강하게 변화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다. 변화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올바른 실천에서 시작한다. 자이미 레르네르가 주장하는 도시침술이란 가시적 공간변화부터 일시적인 풍경 연출, 태도나 의식 변화, 작은 실천에 이르기까지 도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모든 실천을 포함하고 있다.

◇거리에 사람이 즐기게 하자_금남로

오랫동안 도시의 한 장소에서 그때 그 모습으로 올 때마다 반기는 건축물이 있다면 이는 도시의 매력이다. 광주에서는 '전일빌딩245'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50여 년을 한자리에서 광주 근현대사의 기억과 기록이 남아 있는 곳으로 재생치료도 잘 받았다. 1층과 옥상은 시민에게 개방했으며, 공공건축이기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전일빌딩245와 접해 있는 길은 금남로다. 지금은 썰렁하다. 사람이 모여 즐기게 해야 한다. 구경하며 걸을 수 있는 가로공간이 되게 하자. 원도심을 살리는 공공 치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걸으면 보이고, 멈추면 도시가 말을 건다. 잠재력을 찾고, 매력적인 장소가 되게 하자. 도로 차선을 줄이고 대중교통 전용구간으로 운영하자. 금남지하상가와는 적극적으로 연결장치를 하여 자연스럽게 지하와 지상으로 사람의 흐름을 잇자. 지하철역과 주변건축물은 유기적으로 연결하자. 건물 1층은 넓은 가로로 확장하고, 출입이 자유롭게 공공에 개방하자. 모이고, 즐기고, 붐비게 만들자.

낮엔 활기차게, 밤거리는 환하게 하자. 저녁 늦은 시간에도 1층 실내와 외부가 모두 밝게 하자. 사람이 와서 좋은 거리가 되는 것도 있지만, 오게 만들 콘텐츠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겨 매력적인 거리가 되게 하자. 도시라는 무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동시에 관객이 된다. 사람 구경이 가장 좋은 구경 중 하나이다.

정보통신기술이 거리를 초월해 한적한 교외에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된다고 해도 사람은 만나야 한다. 인간의 특징이다. 퇴근 후 아니 일상 속에서 만나야 한다. 감정적. 정서적. 정신적 피로를 해소할 수 있게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 기분 좋은 공간, 볼만한 구경거리, 보고픈 사람을 만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 거리를 도시마다 만들어야 한다.

광주는 금남로가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도시침술을 놓을 위치다. 이곳에서 충장로, 예술의 거리, 민주광장, 문화전당으로 매력이 전파되고, 동명동과 푸른길로 이어지는 도심 보행 루트가 형성되게 하자. 주차장은 인근 학교운동장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확보하자. 상생 방법을 찾자. 대중교통연계 정책과 의식전환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하자. 도시는 다양한 계층이 모인 곳이다. 도시의 활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 방문자나 거주자들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자. 자연스럽고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활기찬 도시가 된다. 이벤트성 축제가 아닌 일상이 축제처럼, 이곳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도심이 되게 하자. 금남로가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광주만의 콘텐츠와 운영전략이 필요하다_상무 소각장

흐르는 시간은 또 다른 필요를 요구한다. 세월은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속성도 있다. 과거의 추억 상태를 그립게도 한다. 상무 도심은 조성된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변화를 꾀할 시기가 되었다. 이곳의 활력을 위해 개입할 수 있는 중요자리는 상무 소각장 부지와 그 주변이다. 소각장 재생을 통해 상무 도심을 조성하면서 어떤 과정에 의해 소각장이 광역시청 바로 인근에 조성되었고, 이렇게도 빨리 2016년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되었는지는 도시계획과 행정의 교훈이 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배우는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도시 전체를 한 곳에서 보고 함께 의견을 나눌 '광주도시미래관'도 꾸미자. 도시모형과 공간을 만들어 늘 도시를 볼 수 있게 만들자. 전시공간을 돌며 도시를 보면, 머리로 생각하고 상상만 하는 것보다 더 현실에 가까운 도시 문제 해결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아픈 지점을 파악하기 쉽다. 그래야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일부 시민만이 아닌 시장과 시민이 함께 꿈꾸고 같이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시청 인근에 도시미래관을 만들자.

소각장 굴뚝은 상무 도심으로 진입할 때나 인근 외곽도로에서 모두 잘 보이는 곳에 있다. 보인다는 것은 볼 수도 있는 곳이다. 마음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굴뚝 상부는 아래로는 거리와 연결하고, 수평으로는 무등산을 포함한 도시 경관으로 확장하고, 위로는 희망의 하늘로 연결하자. 전망대와 빛의 타워도 만들자. 이를 잘 활용하여 현재 우리와 미래 후손에게 향유와 추억, 기억과 교육의 대상이 되게 하자. 랜드마크가 되게 하자. 어둡고 활기가 떨어진 이곳을 사람이 모이게 하자. 오고, 가고, 머물고, 알리고, 다시 오고,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을 없게 하자. 독특함이 해법이다. 기획을 통해 물리적 환경을 만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전략이고 운영이다. 운영전략은 기본설계부터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운영팀은 설계단계부터 참여해야 콘텐츠의 성공 확률이 높다. 대부분은 건축물 완공시점에 운영팀이 합류한다. 성공하기 힘들다. 콘텐츠와 운영전략, 설계가 최우선 고려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컨트롤타워도 있어야 한다. 여러 역할을 조율하면서 기획, 설계, 시공, 운영 시작까지 함께해야 연속성이 있고, 행정실무자의 순환보직에 따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사업이 아니라 상상력과 사명감으로 실천하자

공약에 따른 의무감이나 치적 쌓기용으로 벌이는 사업은 사업으로만 그 결과물은 남긴다. 먼저 '왜'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 하는지를 묻고 물어야 한다. 사업관리자, 기획자만이 아닌 공간이용자와 운영을 초기부터 연관 지어야 한다. 공간, 사람, 시간에 따른 상상력과 사명감이 함께 있어야 '유산'이 만들어진다. 행정이나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하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비전에 뜻을 함께하는 노력과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의미 있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광주에만 있는 것, 광주에만 와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묻고 해답을 찾자. 생각만이 아닌 상상력으로 꾸준한 행동하고 그런 풍토를 만들자. 단번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혈(穴) 자리를 찾자. 상상력을 발휘하고, 남다름을 추구하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장소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자. 기획에 앞서 시민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이해시키는 과정도 소홀히 하지 말자. 프로그램과 운영전략을 함께 고려하자. 개념만 화려하고 도시 문제와 사람, 장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덜된 사례를 만들지 말자. 마지막으로 건축사를 포함한 의식 있는 전문가들도 도시를 만드는 큰 축의 하나임을 잊지 말자.

광주 금남로 전경.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광주 금남로 전경.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광주 금남로 거리 제안도.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광주 금남로 거리 제안도.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광주 금남로 거리 풍경.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광주 금남로 거리 풍경.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상무소각장 투시도.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
상무소각장 투시도.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