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반려동물 의료사고 급증… 피해 대책은 전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사회

반려동물 의료사고 급증… 피해 대책은 전무

장성 동물병원서 마취시술 개 죽어
현행법 수의사에 책임 묻기 어려워
민법상 재산으로 분류 보상도 적어
김승남 “동물 의료분쟁 제도 마련”

게재 2022-11-22 17:34:24
장성의 한 동물병원 진료 및 수술실. 독자 제공
장성의 한 동물병원 진료 및 수술실. 독자 제공

#A씨는 지난 14일 반려견의 치석제거 시술을 받기 위해 장성의 한 동물병원을 찾았다. 마취 전 병원장은 육안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A씨에게 지병은 없는지 묻자 "고도비만인 탓에 산책할 때마다 켁켁거린다"고 답했고 병원장은 천식 증세를 의심했다. 이후 시술 동의서를 내밀며 마취사고로 100마리 당 1마리 확률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 후 날인을 받고 주사마취를 진행했다. 시술 1시간이 지났지만 A씨의 반려견이 깨어나질 않자 병원장은 해당 개가 "죽었다"고 A씨에게 전했다. A씨가 책임을 묻자 수의사는 "판단을 잘못했다"며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그러나 피해보상에 대해 묻자 말을 바꿔 "애초에 동의하지 않았냐"며 "법대로 하라"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의료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전남지역에서도 반려견이 마취로 죽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 동물의 의료사고를 규정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의사법이나 의료분쟁조정제도를 개정 및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가구 중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638만 가구로 2015년 457만 가구보다 181만 가구가 증가했고, 반려동물도 2015년 513만 마리에서 602만마리로 증가했다.

반려동물이 증가하면서 동물의료에 대한 수요와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지만 합당한 처벌과 보상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의 동물병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7월 건강검진을 이유로 동물병원에 방문한 B씨에게 병원장은 사전 안내나 마취에 대한 설명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치과치료를 권유 및 진행했다. 이날 B씨의 반려견 밍키의 이빨 9개가 갑작스럽게 뽑히는 작업이 이뤄졌고 이후 밍키는 급격히 체중이 감소하며 이틀 뒤 죽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 시술을 받으러 온 테오의 견주 심승환씨는 마취 전 수의사에게 위험성을 재차 물었지만 안전하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믿고 진료를 맡겼다. 그러나 반려견 테오는 무토파놀과 아트로핀과 함께 프로포폴을 투여한 지 30초 만에 심정지로 죽었다.

심씨는 지난 10월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해당 병원 측은 책임 있는 사과도, 피해보상도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저 같은 피해자들은 어떤 보호도,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수의사법은 수의사만 보호해주고 있다. 수의사들이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국민들을 위해, 수의사법을 꼭 개정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농림부가 제출한 반려동물 의료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반려인의 신고나 지자체의 점검을 통해 수의사의 부적절한 진료행위가 확인되면, 면허정지 등 처분이 내려지고 있지만 신고 건수에 비해 처분은 미미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연맹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988건의 동물병원 소비자 피해가 접수됐지만, 수의사의 부적절한 진료행위로 면허 정지된 건수는 2017년 이후 단 20건에 불과했다.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해도 이를 규정하는 법이 없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동물병원 의료사고·분쟁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반려인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 또는 지원제도도 전무하다.

사람의 경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피해 입증과 처벌, 보상 등이 체계적으로 명시됐지만 동물의료행위에 관한 법인 수의사법은 그렇지 못해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는 분쟁이 지속되고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반려인들은 재판을 밟아도 동물이 민법상 '재산'으로 간주돼 보상가치가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반려동물은 보통의 물건과는 달리 소유자와 서로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눈 생명체라는 이유로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넣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김 의원은 "동물의료도 사람에 대한 의료처럼 의료사고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고, 수의사의 의료과실로 반려동물이 죽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처럼 반려인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농식품부가 동물의료도 사람에 대한 의료처럼 동물의료사고·분쟁 가이드라인과 사고로 인한 분쟁을 실질적으로 조정·중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게 되면, 우리나라 동물의료 서비스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