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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정수연> '추앙'의 연쇄 반응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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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정수연> '추앙'의 연쇄 반응을 바라며

정수연 전남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 교사

게재 2022-07-03 15:56:14
정수연 교사
정수연 교사

여름방학이 가까워오면 아이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진이 빠진다. 한 학기의 평가와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뒤틀렸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희망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임에도 '여름방학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니?'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1. 잠 2. 게임 3. 여행 정도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아이들도 쌓인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 테다. 정작 방학이 끝나고 나서 '무얼 했니?' 물어보면 우선 순위는 1. 게임 2. 잠 3. 학원인 경우가 많다. 방학이어도 아이들은 학원을 벗어날 수가 없다. 교사들에게도 방학 중 하고 싶은 것의 우선은 쉼이다.

정도껏 쉬고 나서야 책을 읽을 마음도,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나는 법이다. 아이들도 그리하길 바란다. 쉬고 나서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에너지와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나의 2022년 여름방학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상반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와 영화 정주행인데, 평소에 드라마를 즐기는 편이 아니더라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사회 문화적 흐름이란 게 있다. 이를 테면 1990년대의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와 같은 작품이 있는 법이다. 내게 올해의 드라마는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 일지>이다.

사전에서나 보았을 '추앙'이라는 낱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내리고, 얼핏 비문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를 추앙해요.' 라는 미정의 대사가 회자되었을 때에야 나는 이 드라마의 소문을 들었고, 몹시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나를 추앙해요.'라는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가 무척 궁금해서 잠깐이라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각자의 사연과 고단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직장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 치여 힘들어하던 미정의 대사는 가슴 아프다.

"못하겠어요. 힘들어요.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란, 실제로 기쁜 일 즐거운 일보다, 그렇게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하는 것 같다. 그러한 방향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기대어 일상을 버텨가는 것이겠지.

"생각해보면 시작점은 다 그런 눈빛, 넌 부족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별 볼일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눈빛,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우리를 지치고 병들게 했던 건 다 그런 눈빛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그러니,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당신은 어떤 일이라도 해야해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

미정이 추앙받기를 원했던 상대역은 '사람과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구씨이다.

"추앙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봄이 되면 당신도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확실해? 추앙은 어떻게 하는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이런 말들이 떠도는 드라마라면 황금 같은 시간이라도 얼마든지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 학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많이 무심해진 마음, 또는 긍정의 시선보다는 부정의 눈빛을 더 많이 보내기도 했을 숱한 나의 모습들을 반성한다. 변화를 추동하는 힘,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힘이 바로 '추앙'하는 관계, 추앙을 받고 싶고 추앙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 긍정의 연쇄작용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신냉전 분위기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그가 펼치는 경제와 노동 정책 등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 생활이나 안녕과 무관한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좋은 눈길을 줄 수가 없고, 도무지 진심이나 성의가 드러나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가 '이미 지배적 힘을 확보한 시장 참가자의 선한 의지'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 조절 기능'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이야기만을 금과옥조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후보 시절, 국민과의 약속을 그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 이후 '실력 광주'를 앞세워 당선된 이정선 교육감 체제의 광주 교육, 그가 실력만을 내세워 경쟁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교사들을 더욱 삭막하게 몰아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3년 간의 후보 시절, 진지하게 살폈을 광주의 교사 학생의 마음을 그가 '추앙'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