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이 보내는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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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무등산이 보내는 위험 신호
  • 입력 : 2022. 06.30(목) 14:22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광주 산수오거리에서 무등산쪽으로 가다보면 잣고개 내리막길 구석 오른편에 '요산요수(樂山樂水)'라 쓴 표석이 서있는 것이 눈에 띈다,작은 글씨로 잣고개등산회가 씌여 있는 곳으로 볼때 이 등산회가 푯돌을 세운 주체로 보여진다. 요산요수의 어원은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지자요수(智者樂水),인자요산( 仁者樂山)'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잣고개등산회가 이 곳에 요산요수를 새긴 이유는 무등산의 특징을 잘 담고있다고 여겨서 일게다. 실제 무등산은 옛부터 수자원이 풍부했다. 광주에는 모두 4개의 수원지가 있다. 광주시민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원지중 북구 동림동 산동교 근처에 있는 제3수원지를 제외한 3개의 수원지가 무등산 자락에 있다. 무등산 원효계곡 등에서 흘러내린 물은 광주호를 만들어 광주 동북부와 담양군 고서·창평 ·봉산·무정면 일대 농지에 농업 용수를 공급하고 , 화순 방면으로 흐르는 물은 동복호에 가둬져 광주시민 수돗물 사용량의 60%를 공급하고 있다.이 뿐만 아니다. 무등산은 마실 수 있는 십여개의 약수터를 품고 있어 등산객의 목을 축여주었다. 2009년 당시만 해도 너덜겅 샘터, 중머리재 샘터, 봉황대 샘터, 덕산샘, 돌샘, 늦재샘터, 꼬막재샘터, 평두메 샘태(이상 지표수), 산장광장 샘터,청풍쉼터 샘터, 구 증심사관리사무소 샘터, 충장사 샘터(이상 4개소 지하수) 등 12개의 약수터가 운영됐다. 하여 무등산 산행객은 별도로 음료수를 챙겨가지 않아도 됐다. 등산을 즐기기보다 아예 배낭에 대형 물통을 짊어지고 와 약수물을 담아가기 위해 무등산을 찾는 등산객도 많았다.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무등산 약수터중 대표급인 너덜겅 약수터가 오는 8월부터 폐쇄되는 등 문을 닫는 샘물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광주시 동구는 너덜겅 약수터의 '먹는 물 공동시설' 지정 해제를 추진한다고 이달 27일 밝혔다.수원이 고갈되고 수질이 오염돼 음용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무등산 토끼등 인근 덕산너덜 전망대 옆에 자리한 너덜겅 약수터는 한때 수질이 우수하고 수량도 많아 '전국 100대 약수'로 꼽혔던 터라 무등산의 소중한 자원이 사라진셈이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앞으로 무등산에 남은 약수터는 옛 증심사관리사무소와 산장광장 그리고 청풍쉼터 3곳만 남는다. 무등산이 도립공원이었던 시절에 관리주체인 광주시는 2007년부터 2억4000만원을 들여 덕산샘과 돌샘을 제외한 10곳의 약수터에 광촉매살균시설을 설치해 대장균과 일반세균을 죽이는 등 음용수 관리를 해왔다.한데 2013년 무등산이 국립공원이 되면서 음용 가능 약수터가 급감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약수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무등산 자연 환경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란 생각이어서다. 십여년전만 해도 생명수가 흘렀던 무등산 약수터가 이제는 샘물이 마르고 마시면 탈이나는 염병수(染病水) 로 변해 역할을 다한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샘물이 마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약수터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은 무등산이 광주시민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일지 모른다. 지자요수인데도 아는 이 없으니 산징표가 되어 '기후 위기 대응에 지금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