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농촌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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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농촌의 여름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2. 06.29(수) 17:13
  • 편집에디터
박찬규 센터장
농촌은 여름을 맞이하기 전에 농번기를 통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농번기철에는 끼니를 제 때 찾아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 나이 든 노인들까지 동원되지만 역부족이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의 수급이 부족하다. 또한 외국인이라도 인건비가 올라 하루 일당이 15만원을 넘어가면서 점차 농사일을 해나가기가 벅차다. 인력난과 높은 인건비가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다. 귀촌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꼽자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농약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는 작물과 함께 크는 풀을 없애기 위하여 제초제를 쓰게 되는데 농약통을 바꾸지 않고 제초제와 병충해 약을 같은 통으로 쓰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보통은 귀촌해서 농약의 강도와 약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사용하다가 일어나는 경우이다. 필자의 마을에서도 작년에 귀촌해서 농사일을 하시는 분이 올해 고추농사를 망쳤다고 하소연을 한 경우가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고추가 시름시름 시들고 말라죽어가서 농약사에 찾아가 따졌다는 것이다. 고추모종이 튼튼한 것을 주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고추모종에 문제가 있어서 죽어가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농약사 주인이 말라가는 고추사진을 한참 보더니 약물 때문에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혹시 제초제를 한 농약통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순간 정신이 번쩍 났더란다. 제초제를 하고 나서 농약통을 씻고 난 후에 고추병충해 약을 하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제초제 성분이 농약통에 일부 남아있어 그 원인으로 고추가 죽어간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귀촌해서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바로 농약살포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이다. 이렇듯 농촌에서는 귀촌하여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계절에 맞게 씨앗을 파종해야 되는데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적기에 영양제를 주어야 하는데 시기를 넘기는 때도 발생한다. 수확을 해야 할 때를 놓쳐서 과일과 곡식의 알맹이가 손실되거나 천수답의 경우 물을 확보하지 못해 농작물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이 생길 수 있다. 필자도 귀촌하여 작물을 파종해서 수확할 때까지 마을 사람에게 묻고 또 물어가면서 작업했지만 가을에 거두어드릴 때는 원하는 결실을 볼 수 없어 속상해하던 때가 많았다. 지금은 지난 날의 실패를 거울삼아 기본적인 수확을 올리고 있으니 농사도 그만큼 경험이 필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귀촌해서 농사를 시작할 때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면적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욕심을 부려 규모가 큰 면적을 경작하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면 한해 농사일이 끝나기도 전에 일이 벅차서 흥미를 잃게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본인의 능력보다 여유를 갖고 느슨하게 농사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농촌도 벼농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작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해남의 경우에도 벌써 아열대기후에 적합한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다. 바나나 농사를 짓는 농가가 생겨나고 애플망고와 올리브나무를 심어 매출을 올리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밤호박의 경우에는 경지면적이 늘어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도 그만큼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 농가 소득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농촌의 여름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소홀했던 본의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봄에 심은 밤호박이나 하지감자 등의 농작물은 대부분 수확하여 판매가 마무리 되고 논에는 모내기가 끝나 물관리에만 신경쓰면 된다. 밭작물 중에서는 포도농사가 조금은 바쁘지만 고구마, 고추, 참깨, 콩, 옥수수 등의 작물은 여름에 한창 자라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하면 되는 계절이다. 한 동안은 급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유두와 초복을 맞이한 농촌은 마을마다 동네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보양식을 먹으면서 한 해의 풍년을 기약한다. 남도의 여름이 깊어 갈수록 올해 농작물도 풍작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