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고장에 자리도 부족… 전기차 '수난시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충전소 고장에 자리도 부족… 전기차 '수난시대'
광주시의회 주차장 충전소 방치 ||관내 충전소 3806곳 달하지만 ||고장 빈발… 자리싸움 갈등까지 ||운전자 “충전 인프라 강화 절실”
  • 입력 : 2022. 07.05(화) 17:36
  • 김혜인 기자

5일 광주시의회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한 차량이 충전 중이다. 김혜인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 등으로 인해 전기차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전소는 많지만 잦은 고장에 수리도 늦어, 충전기를 둘러싼 자리 다툼까지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운전자들은 "광역시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말이되냐"며 부끄러운 현실을 꼬집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관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3806곳이며, 관내에서 운행중인 전기차 수는 5000대 정도로 추정된다. 과거에 비해 충전소가 늘었지만 개방된 곳도 많지 않을 뿐 더러 충전기의 잦은 결함으로 인해 이용가능한 자리도 항상 부족하다.

5일 광주 광산구의 한 전기차 충전소. 충전기기의 전원이 꺼져있어 사용이 불가능하다. 김혜인 기자

5일 방문한 광주 광산구의 한 전기차 충전소.

2대의 충전소가 마련됐지만 1대는 이미 전기차 이용자가 자리를 잡아 충전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1대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충전이 불가능했다.

한 시민이 자신의 전기차를 주차시키고 충전기를 들여다보다 고장상태를 보고는 다시 떠났다. 이곳에서는 1시간동안 3대의 차량이 충전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헛걸음을 했다.

차량을 충전하러 온 류하영(35) 씨는 "전기차를 구입하기 전부터 주변인들이 충전문제로 불편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아파트 내에서도 충전기 3대가 있지만 2대는 다른 차량들로 매일 만석이고 1대는 자주 고장이 난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어서 고쳤지만 며칠 안가서 또 고장이 나길래 쓰다가 차가 잘못될 까봐 불안해서 쓰지도 못한다"면서 "충전소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을 다운받아서 사용하지만, 고장난 상황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것 같다. 다른 곳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3년째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는 김모(41) 씨는 "과거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많아졌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충전소가 늘어나도 고장이 자주 나다보니 결국 충전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일부 몰상식한 차주들이 연락처도 없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속이 터질 지경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공기관에서도 충전소 고장 문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광주시의회 주차장의 경우 총 34대의 충전기가 마련돼있지만 절반 가량이 작동하지 않거나 고장난 상태였다.

5일 광주시의회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칸에 광주시 전용 전기자동차가 놓여있다. 김혜인 기자

이날 방문한 광주시의회 주차장에는 각 부서별로 하나씩 보급된 전기자동차와 충전기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오래된 연식에 화면을 덮는 투명필름마저 닳아 있어 터치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일부는 화면에 오류가 떠있는 채로 방치됐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는 충전기도 있었다.

전기차를 사용하는 광주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충전기 고장 문제는 전부터 계속 불만이 제기됐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시 직원은 "고친다고 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면서 "되려 고장나는 충전기만 늘고 있다. 눈치 보면서 옆자리 충전기를 빌려쓰기 바쁘다"고 귀뜸했다.

5일 광주시의회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가 고장난 상태로 방치됐다. 김혜인 기자

이에 대해 광주시 대기보전과 관계자는 "보급 당시 유지 및 보수 책임을 각 자리의 부서별로 이임했으나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고장 상태가 지속됐다"며 "충전기 방치를 막기 위해 다시 대기보전과에서 수리와 교체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기기 점검을 마치고 수리 견적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충전 인프라 확장이라는 포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애초에 충전 시스템이 굉장히 불편하게 돼있다. 저녁에 충전을 하고 아침에 출차하면서 완충상태로 주행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야 하는데 고장이 잘나고 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자리를 비켜달라는 전화에 집에서 당장 뛰쳐나와야 하는 불편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아무리 충전소가 늘었다고는 하나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파트 단지에 기껏해야 많으면 전기차 충전소가 10대밖에 되지 않는데 당연히 시민들간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결국은 충전소 인프라를 더욱 확장시켜야 하는데 기존 주차장에서 전기를 가져와 쓰는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게 돼있다"면서 "또한 충전하지 않아도 배전했다는 이유로 한국전력에서 요금을 부과하는 상황이니 아파트 입장에서는 충전소를 최소한으로 두고 싶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티켓이나 충전기 품질 같은 문제보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인프라 확장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한다"면서 "140만 광역시에서 전기차 충전조차 제대로 할수 없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관계기관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