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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진압 가해자 '인명사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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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진압 가해자 '인명사전' 만들자"

5·18, 이제는 정리 작업 필요할 때
친일인명사전처럼 가해자 알려야
“반민주·독재자의 역사 기록해야”

게재 2022-05-16 18:04:53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에 전시된 전두환 씨 관련 기록물. 나건호 기자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에 전시된 전두환 씨 관련 기록물. 나건호 기자

42년 전 5·18 광주 진압 가해자들의 '인명사전'을 제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기준을 세우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해자의 만행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두환·노태우 씨가 광주 학살의 진실을 끝내 밝히지 않은 채 사망하면서 이대로 두면 가해자들의 만행이 조용히 묻혀버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출발했다.

지난해 10월26일 노태우 씨 사망에 이어 같은 해 11월23일 전두환 씨도 사망했다. 두 사람은 12·12 쿠데타 과정에서 내란죄·내란목적살인죄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결국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임은 묻지 못했다. 죽는 순간까지도 참회나 사과 등 의 뉘우침조차 없었다.

더욱이 두 사람을 포함한 신군부 세력 14명 가운데 현재 6명이 죽고, 8명만 남았다. 살아있는 이들 또한 고령이어서 언제 사망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씨가 사망한 지난해 11월 광주시공공기관협의회는 "광주학살의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해 우리도 함께 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5월 학살 주범과 잔당, 부역자들의 인명사전을 제작하자고 제언했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공범 노태우에 이어 주범 전두환까지 죽었지만 잔당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더 이상 손을 놓고 있다가는 그들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친일파를 단죄하는 '친일인명사전'처럼 5·18 광주학살의 공범과 잔당, 부역자들의 인명사전을 만들어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5·18민주화운동은 발생 직후 42년동안 광주시민들에게 분노와 서러움으로 남아왔다. 그것은 뿌리에 뿌리를 내려 광주는 지금도 그날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 국민을 지켜야할 국가로부터 받은 배신감 등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역사적 관점에서 정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18년간 반민족행위자들의 행적을 낱낱이 기록해 국민들에게 공개한 '친일인명사전'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됐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 세월이 흐르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반민족행위의 잔재나 흔적들을 알리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물로서 친일인명사전을 집대성한 것"이라며 "인명사전을 발표한 이후 민족문제연구소의 또 다른 과제는 반민주 및 독재자들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5·18 가해자들의 행적도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1995년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이전까지는 주범자들에 대한 분노와 열사들의 추모 의식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이를 역사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학살 주범자들이 점차 나이 들고 사망하면서 사라져가는 가운데 이러한 역사적 기록 작업은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냐는 것이다.

5·18 당시 시민들에게 발포를 지시한 군 수뇌부들의 진실은 점차 밝혀지고 있으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했던 말단 병사나 경찰들의 이름도 올려야 할까라는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지부장은 "친일인명사전을 만들 때에도 기준을 세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 생계를 위한 행위를 친일로 봐야하는가 등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많은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전작업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