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없이 사망 전두환… '광주의 깊은 恨' 어찌하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참회없이 사망 전두환… '광주의 깊은 恨' 어찌하나
여전한 왜곡에 트라우마 지속||“누굴 탓하나 허망, 커지는 울분” ||“가해자 변화, 치료 첫 단계인데 ||처벌 버금가는 진상규명 필요”
  • 입력 : 2021. 11.25(목) 17:07
  • 도선인 기자
전두환 씨가 사망한 2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5월 열사들을 추모하는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탓할 대상도, 사과받을 대상도 없어졌다.'전두환 사망'에 따른 오월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허망하고 울분 섞인 맘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더욱이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 탓에 왜곡과 망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을 더욱 트라우마에 빠지게 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과'만 받는다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겠다던 오월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3일 전두환이 사망했다.

사과만을 기다렸던 광주시민들과 오월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학살의 책임자로부터 사과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5·18뿐만 아니라 전씨는 임기 8년간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 강제징집 녹화사업, 간첩조작 등 각종 인권탄압을 자행해왔다. 역시 그 어떤 사과도 없었다.

이 사건에 피해자들도 오월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폭력 트라우마를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은 40여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왜곡과 망언이다.

이는 그동안 자행됐던 국가폭력이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축소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과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자 배·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5·18민주화운동은 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1988년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국회청문회'의 연장선에 이어 1990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현재 제7차까지 보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전씨 측과 일부 두둔세력들은 여전히 5·18을 부정한다. 오월 문제에 있어 선행됐어야 할 진실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23일 서울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5·18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위로 차원의 언급을 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사실상 지휘했고 발포명령을 했냐는 식의 질문은 잘못됐다. 무조건 사과하라는 식의 질문은 잘못됐다"고 기자 질문에 대응했다.

△발포명령·헬기사격을 누가 지시했는지 △광주 봉쇄 작전은 누구의 지시였는지 △5·18 당시 행방불명된 80여명은 어디에 있는지 △계엄군은 왜 전시상황으로 생각했는지 등에 대해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 과정에서 피해자 트라우마는 재생산되고 대물림되는 양상으로 변했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가해자 불처벌과 미완의 진상규명 상태에서 벌어진 '전두환 사망'이 끼칠 심리적 여파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사 청산과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에서 필수적인 '화해와 용서의 과정'이 상실된 것이다.

'국가폭력 가해자 불처벌이 유가족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김석웅 심리건강연구소장은 "책임자가 가해행위를 부정하고 회고록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 주장해온 과정에서 상징적이면서 실제적인 대상이 사라졌다고 하는 그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될 것이다. 전두환 사망에 따른 피해자들의 심리적 각성 상태가 한동안 지속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연구를 위해 5·18 유가족분들을 인터뷰했을 때, 이분들은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전혀 하지 않은 점에 분노와 앞으로의 기대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또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다면 다 용서하고 편안히 눈을 감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미움·원망 속에서 그 한마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기회는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가능한 최종 책임자가 없어졌더라도, 처벌 수준으로 진실규명이 되고 가해자와 원인이 명확해진다면 회복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