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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발전기금, 광주전남 상생의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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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발전기금, 광주전남 상생의 고리다

공공기관 지방세로 기금 조성 약속
2014년 이후 4500억 수입 발생
전남도 나주시 분배, 광주시는 빈손
민선 7기도 합의못하고 용역 의뢰
5월 공청회 9월로 4차례 연기만
더 미뤄선 안돼 정치권 관심을

게재 2021-08-17 15:26:25

지난 2018년 8월20일 전남도청 서재필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환하게 웃으며 포옹했다. 한전공대 설립, 광주 군·민간공항 무안공항 통합, 혁신도시공동발전기금 조성 등 합의한 9개 신규 과제를 발표한 이후였다.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에 참석한 민간자문위원과 시·도 실국장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속에서 민선 7기 광주·전남 상생호는 첫 발을 뗐다.

시장과 도지사가 행정 관료 선후배이고 시·도 부단체장이 고교 동기 동창이어서 그 어느때보다 상생의 서광이 비친 듯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혁신도시 발전기금으로 대립하면서 2019년 이후 시·도 상생위원회는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혁신도시 발전기금 이슈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산업연구원이 수행한 중간 용역 결과 공청회를 당초 5월에서 7월 30일로 연기해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나주시와 전남도의 반대로 오는 27일에서 다시 9월로 미뤄져서다.

혁신도시 발전 기금 논의의 배경에는 상생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한 뿌리인 광주·전남이 지난 2005년 공공기관 유치 과정에서 상생이라는 큰 틀에서 공동의 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공사를 유치한 것에 두고 있다. 2005년 8월 한전 유치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결정되고, 나주·담양·장성·함평 등 지자체가 혁신도시 유치를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나주시와 나주시의회는 광주·전남 혁신도시 지자체 성과 공유 계획을 담은 유치 제안서를 발표, 담양·장성을 제쳤다. 주요 골자는 이전 16개 공공기관이 낸 지방세 100%를 광주·전남 공동발전기금 조성(70%)과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 장학금(30%)으로 환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주시를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한 것이었다. 이어 2006년 2월 광주시·전남도·나주시 등 3개 지자체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개발 운영의 성과 공유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전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를 공동발전기금으로 조성해 광주·전남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3개 기관 단체장이 서명한 합의문이었다. 이 합의문의 기저에는 시·도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상생 협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공동 혁신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똑같이 공유한다는 대원칙과 신뢰가 깔려있다.

공동발전기금 조성 논의는 그동안 전남도와 나주시의 소극적 대응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다 민선 7기 협상 테이블에 본격 올려졌다. 그러나 민선 5기, 6기와 비슷하게 쟁점만 있고 타협은 없었다.

혁신도시 조성이후 이전 공공 기관과 기업, 주민이 납부한 지방세액은 입주가 본격화된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4570억원(공공기관 974억원 포함)에 달한다. 앞으로도 매년 200억 이상이 자동 입금되는 황금알을 낳는 구조다. 시·도가 타협으로 알짜 한전을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수입금은 나주시와 전남도 재정으로만 운영됐고, 정서적으로 절반을 주장할 수 있는 광주시는 배제됐다. 광주시는 그 몫의 분배가 아니라 수입금 중 일정액을 내놓아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에 주력하자는 논리다. 나주시와 전남도는 혁신도시 기반 조성에 모두 써 오히려 1000억원대 마이너스라는 주장이나 광주시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나주시가 한전 유치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공공기관이 화수분 처럼 내는 지방세는 나주시만을 위해 쓰여질 돈은 아니다.

광주시가 혁신도시 곳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내심 불편한 나주시와 전남도가 교부세를 포함한 용역 범위 등을 이유로 공청회를 거듭 연기하고 나선 것은 그간 협상 과정을 유추해볼 때 지극히 당연한 수순으로 읽혀진다. 광주시가 용역 합의전 제안해 거부당한 규모(75억원)보다 최대 2배에 육박한 액수(120억원)가 용역에서 제시돼 혹떼려다 혹을 붙이게 된 전남도와 나주시로선 상황이 여간 당혹스럽지가 않다.

혁신도시 발전기금협상은 광주시 VS 전남도·나주시·국토교통부·전남도의회 등 1 VS 다자구도로 각 속내가 복잡한 양상이다.

정치적 샅바싸움으로 전락한 협상은 광주시와 나주시가 선봉에 있고, 전남도는 나주시의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광주 인근의 담양·장성·함평 등 지자체도 나주시와 전남도가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음에도 애써 모른 척 하는 편이다. 혁신도시를 주관하는 국토부는 혁신도시가 아무런 민원없이 돌아가는 것에만 관심을 둬 시·도 상생에는 오불관언이다. 상생 명분보다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나주시와 전남도의 논리에 광주시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혁신도시 발전기금은 시·도 상생의 첫 단추이다. 첫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면 산적한 현안협력은 공허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군공항·민간공항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는 차치하고서라도, 시·도 상생 1호인 광주전남연구원의 운영은 겉도는 시·도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연 60억원을 시·도에서 출연받고 있지만 시·도의 외면으로 셋방살이에 독립성도 갖지 못한 채 싱크탱크로서 한계를 드러내며 볼모로 잡혀있는 꼴이다.

시·도는 지난 2018년 전주에서 열린 전라도 정도 천년 행사에서 시·도 천년 발전을 염원하는 의미의 타임캡슐을 묻었다. 독선과 아집으로는 전라도 정신, 시·도상생의 타임캡슐 행사는 그저 이벤트일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오는 27일 예정된 공청회는 물건너갔고, 9월도 성사될 지 의문이다. 이왕 해야할 사업이 더 이상 시간끌기용 꼼수라는 비난으로 그 취지가 퇴색돼선 안된다. 과연 광주시의회는 무엇을 했는 지, 2005년 나주시장이었던 신정훈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도 무엇을 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이 대외적으로, 더욱이 문서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민선 7기에서 시·도 발전기금 협상의 매듭을 풀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