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피해 계곡으로… 마스크·거리두기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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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무더위 피해 계곡으로… 마스크·거리두기는 '실종'
피서지 방역수칙 위반사례 심각 ||거리낌없이 물놀이·음식 섭취 등 ||“코로나 무섭지만 너무 더워서” ||실외 수칙 위반 단속 쉽지 않아
  • 입력 : 2021. 07.27(화) 16:36
  • 김해나 기자
피서객들이 장성군의 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너무 더워서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글까 했는데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알았다면 출발도 안 했을 거예요."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시원한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폭염에 시원한 곳을 찾았다가 되려 감염 우려 때문에 다시 귀가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피서지를 찾고 방역지침을 자연스럽게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데도 무더위보다는 덜 두려웠던 셈이다. 덩달아 코로나 감염 확대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광주시민들 상당수가 주말에 근교인 전남지역 계곡을 찾으면서 우려는 공포로 변해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피서객들을 단속할 방법은 없어 시민의식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26일 담양군의 한 계곡. 여름이면 우거진 숲이 그늘을 만들어 시원한 피서지가 형성되는 곳이기에 광주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이날은 월요일임에도 많은 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물놀이를 하기 위해 모였다.

길게 늘어진 계곡물 옆 자갈밭에는 피서객들이 놓은 캠핑용 의자와 탁자가 즐비하게 자리했다. 문제는 이곳에 모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물속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큰 바위에 누워서 자는 사람까지도 마스크를 벗은 채였다.

전날 장성군의 한 유명한 계곡의 상황은 더욱더 심했다.

주말을 맞은 이곳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모여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튜브를 몸에 끼운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물놀이를 했으며, 잠수하던 중 물을 먹으면 급하게 나와 침과 함께 물을 뱉기도 했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이들은 마스크를 들고 온 가방 속에 넣어 두고 싸 온 음식을 먹기에 바빴다. 물놀이 하며 식사를 하는 풍경까지는 피서를 즐기는 모습 그 자체였지만, 누구도 거리두기를 지키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피서객들은 방역수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 "물속에서 마스크를 쓸 수 없지 않으냐"면서 "실내시설보다 더 안전한 것 같아 마스크를 벗었다"고 항변한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박모(40) 씨는 "여름인데 집 안에만 있기보단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서 놀러 왔다"며 "수영장 같은 실내 시설보다는 야외인 계곡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날이 덥긴 해도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있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애들도 신나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안모(53) 씨 역시 "갈 곳도 없는 푹푹 찌는 여름에 간단한 등목이라도 하려고 나왔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지 않아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더워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이런 피서객들을 불안한 눈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같은 날 계곡을 찾은 최한선(28) 씨는 "너무 더워서 발이라도 담글 마음으로 계곡을 찾았는데, 사람이 많아 물 색깔까지 변한 걸 보고 기겁했다"며 "사람이 바글거리는 걸 본 후 놀란 마음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방역수칙은 물론이고 코로나19가 없었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전남의 경우 거리두기 미이행이나 마스크 미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수칙과 관련해서도 시군별 사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는 데다, 계곡 등의 실외 수칙 위반 단속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야외 같은 경우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며 "전남도는 백신 접종자 역시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끔 했지만, 수영장, 야영장 등 야외에서의 마스크 미착용이 단속 대상은 아니다.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홍보를 통해 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