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적폐 중 무엇이 더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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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위선과 적폐 중 무엇이 더 나쁠까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1. 04.13(화) 16:47
  • 최황지 기자
4·7재보궐선거가 남긴 후유증이 길다. 국민의힘의 약진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를 놓고 진단과 처방이 한창이다.

여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조국 사태, 윤미향 후원금 횡령 의혹,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파문 등 여러 원인이 꼽힌다. 여러 화근들이 불쏘시개가 됐고 LH사태는 촉발제가 됐다. 여러 원인 분석이 있지만 미국 대표 일간지는 한국 여당의 선거 패배를 'Naeronambul'이라고 분석했다. 굳이 Double standard(이중 잣대)라고 해석하지 않고 고유의 어감을 되살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광란 광주시의원의 음주운전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지난 2018년 9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했다.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는 0.1% 이상이었고 면허 취소와 함께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광주시의원 당선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김 의원은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출직 신분을 말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최근 어떠한 이유에선지 광산 쪽에서 김 의원의 음주운전 경력이 도마에 올랐고 2년7개월 만에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직 자격정지 6개월이란 징계를 받았다.

김 의원은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친환경적 정책 발굴로 시민단체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시민단체가 느낀 배신감은 컸다. 즉각 김 의원에게 "내로남불의 축소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작년 광산구을 재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의 음주운전을 문제 삼았던 진영에 선 김 의원이었기에 그의 정치 경력도 함께 문제가 됐다. 줏대 없는 잣대는 결국 도덕성과 신뢰도가 생명인 정치인에게 치명적이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도 의심스럽다. 광주시의원 23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22명, 정의당 의원이 1명으로 거의 일당체제다. 김 의원의 윤리심판원은 음주운전 선고를 받은 뒤 2년7개월 만에 열렸다. 결국 "민주당이 정말 몰랐나"란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여당은 현재 선거 참패 후 쇄신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젊은 의원들의 공개 사과 등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는 듯 하다. 내로남불로 얼룩진 당의 이미지를 재건하기 위해선 공정의 가치를 되새겼으면 한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주요 키워드였던 '적폐 청산'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불명예 퇴진으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에 스스로 당헌·당규를 깨면서까지 선거를 치른 건 적폐청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를 위한 불공정이었다.

조국 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살피지 못했고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민심도 돌아보지 못했다. '개혁'을 위한 정책에 국민들은 소외됐다. 적폐 청산을 감내했던 국민에게 남은 건 결국 불공정한 세상이었다.

적폐 청산이 시대의 요구일까. 이 시대의 가치는 공정의 실현이다. 위선과 적폐 중 어떤게 나쁠까. 적어도 현 2030세대에겐 위선이 적폐보다 더 나쁘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