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참을 수 없는 논쟁의 가벼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오피니언

참을 수 없는 논쟁의 가벼움

사회부 양가람 기자

게재 2021-04-11 13:47:57
사회부 양가람 기자
사회부 양가람 기자

"어른 기자의 눈으로 아이들의 일에 왜 관여를 하는 거죠?"

전남대학교 자치언론기구인 용봉교지 존폐 문제를 취재하던 중 한 '어른' 취재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나를 '철없는 어른 기자'로 만들어버린 그 분의 꾸짖음은 내게 많은 물음표를 남겼다.

대학 내부의 언론기구를 꾸려가는 학생들의 고민은 어른의 것보다 덜 성숙한 걸까? 언론의 역할을 거론하며 지원금을 축소·폐지하자는 학생회 역시 미성숙한 아이들의 (어른)역할극에 불과한 걸까?

용봉교지 존폐 논란을 취재하는 동안 내게 '언론의 자유와 역할'에 대한 질문이 계속 던져졌다. 학생회의 공격과 용봉교지의 방어,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담겨있었다. 시대가 변했다는 이유를 들며 '변화된 사회상'을 강요하려는 이들과 정체성을 지키려다 고립된 이들의 갈등은 언제 어디에나 있어왔다. 한낱 아이들끼리의 문제로 치부하기에 그들의 고민은 '참을 수 없게 가볍지' 않았다.

50여 년 동안 민주화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 온 용봉교지. 역대 학생회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거론하며 '반운동권'을 모토로 내건 총학. 논란의 표면에는 광고비 사용 내역 공개가 있었지만, 이면에는 용봉교지를 '운동권의 잔재'로 바라본 학생회의 인식이 깔렸다.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만든 논의의 장(학운위)에서도 '용봉교지의 정체성을 스스로 입증하라'는 식의 공격이 쏟아진 이유다.

변화의 속도, 방향조차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 언론은 무얼 보도해야 할까. "학교 내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기능은 다른 기구들이 하고 있다. 용봉교지는 언론사로서 기능 대신 노동, 인권, 페미니즘만을 다루고 사회진보연합 관련 활동도 진행한다." 현 총학은 학내 구성원의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언론의 기능'을 선긋는다. 그 안에 노동, 인권, 페미니즘이 들어갈 자리는 아예 없다.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문제이고, 우리 주변의 혹은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용봉교지 관계자의 대답에 '철없는 어른 기자'는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7개월차 교육기자로서 무엇을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이 뒤늦게 따라왔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려져 있는 법이다. …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하게 미지의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펼칠 때마다 약간의 두통과 언짢음이 동반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무한 반복되는 존재의 속성을 꿰뚫고 '팩폭'을 가하는 문장들 탓이다.

시간이 흘러 용봉교지가 사라지고, 총학 구성원이 바뀌어도 지금과 같은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언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역시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당장 몇 년 뒤, 나는 어떤 눈으로 무엇에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철없는 어른 기자로 남을 것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