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네식당'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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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애네식당'을 아십니까
  • 입력 : 2021. 03.01(월) 14:05
  • 도선인 기자
도선인 사회부 기자.
출근한 지 한달이 되었을까. 회사의 대선배들이 퇴근 후 수습기자 다섯명을 데리고 허름한 한 식당으로 향했다. 이제 회사에 갓 들어온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식당에 들어서자 수습기자의 마음을 더 벅차게 한 것이 눈에 띄었다. 벽에 붙어 있는 '정애네식당'을 소개하는 색바랜 신문이었다. 지금은 전남일보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 선배가 필드에 있을 때 쓴 기사였다. 누렇게 바랜 신문을 보다가 '내가 쓴 기사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자랑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정갈하게 담은 밑반찬 등 게미있는 음식을 내오며 "전남일보에서 오셨구나"라고 말을 건네던 수더분한 아줌마의 정감있는 표정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선후배들이 덕담을 나누며 분위기에 한껏 취했던 그때는 몰랐다. 수습딱지를 떼고 '정애네식당'을 취재하기 위해 다시 방문할 줄을….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동구의 사랑방 맛집으로 자리 잡은 '정애네식당'은 현재 주변 소음과 일조권 침해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식당을 가운데 두고 최근 사방으로 오피스텔 등 20층 넘는 고층건물이 세워지는 탓에 빛과 시야는 차단되고 공사 진동으로 건물에 결로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정애네식당'은 대략 1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사방으로 고층건물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광주 동구는 "해당 지역의 상가 일조권은 상업지역에서는 적용을 받지 않고 특히 조망권은 법적 기준도 없다. 절차대로 신축공사 허가를 내줬고 절차상·법적 문제가 없는데 공사 중단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은 절대 절차상 문제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광주의 한 맛집은 코로나19로 수익은 반 토막이 됐고 단골손님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시야에 가려졌다. 동시에 시작된 2개 건물 공사로 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허가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광주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오래된 맛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지역사회의 큰 손실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