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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병역사박물관으로 호남의 구국 의기 드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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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병역사박물관으로 호남의 구국 의기 드높여야

오선우 정치부 기자

게재 2021-02-25 16:41:49
오선우 정치부 기자.
오선우 정치부 기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정유년 왜의 재침과 칠천량해전의 참패로 불리했던 전황에도 불구하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단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맞아 분전해 승리한 명량대첩 직후 남긴 말이다.

국가 전복의 위기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보존하고자 '호남'만은 반드시 사수하려 했던 충무공의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탁월한 용병술과 지도력, 불굴의 의지로 해상 주도권을 놓지 않음으로써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낸 충무공의 업적도 대단하다. 하지만 충무공이 성공적으로 조선의 바다를 지켜내고, 이를 바탕으로 육지에서 왜적을 몰아낸 원동력은 휘하의 이름 없는 수많은 군사와 백성들의 힘이었다.

이면에는 낫과 호미, 죽창을 들고 분연히 일어선 민초가 있다. '의병'이라는 이름 아래 조악하기 그지없는 무기를 들고 총칼로 무장한 왜군에 맞서 초개처럼 목숨을 던졌던 숨은 주역이다.

그 중심에는 '호남'이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병활동이 일어난 곳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충장'이 시호인 김덕령 장군부터 아들과 함께 최후까지 왜군에 맞선 고경명 장군 등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구국의 영웅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나왔다.

"장하도다 기삼연 / 제비 같다 전해산 / 잘 싸운다 김죽봉 / 잘도 죽인다 안담살이 / 되나 못 되나 박포대"

을미사변(1895년)부터 경술국치(1910년)까지, 구한말에도 남도의병은 멈추지 않았다.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의병장들의 명성은 동요로까지 만들어져 아이들이 불렀을 정도다.

대륙과 섬나라 사이에 끼어 끊일 날 없던 수천 년 외세 침략을 견뎌내고,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만한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선조들의 목숨값으로 오늘날 우리가 숨 쉴 수 있다.

그러나 후손들은 피로 얼룩진 선조들의 투쟁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경구처럼 나라를 지켜낸 남도의병의 발자취를 보존하고 업적과 얼을 기리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이며, 국위를 선양하는 길일 테다.

전남도가 나주시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이 선조들의 가치를 증명하고 보존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의향 전남'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지금까지 의병과 관련된 전문적인 기관이나 시설이 없었다.

단순히 의병 관련 자료나 유물을 전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방문객이 관람과 더불어 AR/VR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하면서 의미를 되짚어 가슴에 새기는 등 첨단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남도의병의 역사를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남이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이용해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마련할 수 있다.

30분 만에 둘러보는 것으로 끝나는 박물관이 아닌,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교육효과도 높이면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힐링까지 할 수 있는 복합적인 테마공원이 필요한 시대다. '남도의병'이라는 전남의 고유한 자산을 활용해 포스트코로나 시대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민에게는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공간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