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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고 검찰이 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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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고 검찰이 일진?

게재 2020-11-17 17:05:29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재판이 20일 시작된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다 그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은 사건 발생 직후 서울고검에 정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해 기소를 이끌어냈다. 그의 기소 과정, 기소된 정 차장검사를 법무부가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진영 간에 여전히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나간 검사가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데도 수수방관했다면 그것이 직무유기 아닐까. 이제 재판이 시작된다니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 차장검사는 우리 고장 순천고 출신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언 유착 사건을 수사하자 언론은 그가 '순천고 라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와 부인 고소·고발 사건을 형사6부 박순배 부장검사에게 배당하자 언론은 또 '윤석열 장모·부인 사건, 순천고 라인 검사가 맡는다'고 대서특필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마치 순천고 출신 검사들이 총동원돼 '윤석열 죽이기'에 앞장선 것처럼 알고 있다. 교수를 그만두고 페북질이 직업이 된 진중권은 '검찰 내에서 신주류로 떠오른 순천고 일진(학교 폭력 서클 멤버)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에 '순천고 전성시대'가 열렸다. 순천고 출신들이 잇따라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재 단일 고교 출신으로는 가장 많은 3명이 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박찬호 제주지검장, 배용원 전주지검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그들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서도 순천고 출신 승진자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6명으로 2위인 휘문고보다 두 배나 많다. 이들이 주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다수 배치돼 순천고 편중 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보수언론은 '호남 득세'니 '코드 인사'니 하면서 지역 폄하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연수원 30기를 전후해 순천고 출신 검찰 간부들이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90년대 중반 조선일보는 '오, 순천고! 지난 10년간 판·검사 임용률 1위'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세대들이 검찰 간부가 되면서 대검과 중앙지검에 많이 배치됐다.

순천고 출신 검찰 중에는 '윤석열의 호위무사'로 불린 간부도 적지 않았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박찬호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현 제주지검장), 신자용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현 부산 동부지청장), 김웅 전 대검 미래수사기획단장(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송삼현 전 남부지검장(현 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윤석열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좌천을 당하거나 옷을 벗었다. 이래도 순천고 검찰이 '일진'인가. 검사장 승진 인사는 지역 안배를 하다보니 숫자가 많은 순천고 출신이 역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한때 유력하게 검사장 진급 후보로 꼽혔으나 별을 달지 못한 송규종 전 대검 공안기획관(연수원 26기·현 국정원 감찰실장 파견)이 그런 경우다. 전성시대를 맞은 순천고 검찰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