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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진보> 청렴, 광주를 빛내는 푸르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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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진보> 청렴, 광주를 빛내는 푸르른 행복

윤진보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게재 2020-10-27 13:05:39
윤진보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윤진보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오랜만에 무등(無等)에 올랐다. 까마득하게 파아란 가을 하늘이 눈부시게 맑다. 코로나로 몹시 힘겨웠던 한 해였지만, 올해도 자연은 계절의 순리라는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복잡한 계산으로 거미줄처럼 꼬인 지상의 허물을 너른 품으로 안아주는 인자한 모습이다. 무등의 맑음을 온몸으로 감싸안고 있으면 흐르는 땀마저 쾌적하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가을 잎 위로 이슬이라도 한 방울 스칠새면 가슴에 묵은 세월의 먼지까지 씻겨가는 기분이다.

청명한 하늘을 쫓아 오르며 한편으로 세상살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네 삶은 서로에게 얼마나 맑은 위로를 주고 있는가. 셈에 쫓겨서, 또는 아집을 내세우다가, 혹은 좋은 게 좋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거무스레 얹혀가는 더께를 모른 체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갑자기 걸음이 무거워진다. 바위에 기대 무등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내려본다.

세상의 맑음을 우리는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이라고 하면 부정부패를 멀리하고자 바깥의 유혹에 담을 쌓는 옛 선비들의 고매한 모습부터 생각난다. 허나 사회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이제는 청렴의 개념도 보다 확장됐다. 세상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도 청렴이다. 내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 역시 청렴이다. 청렴이 특히 공직자들에게 강조되는 이유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시민의 행복을 고민하는 것, 즉 청렴이야말로 공직자들의 정체성인 것이다.

경제학자 정병석 교수는 저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혁신사례로 대동법 도입을 들었다. 당시 조세의 하나였던 공물제는 제도적으로 미흡해 관리들이 백성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 대동법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려 100년간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입된 조세혁명이었다. 대동법으로 정확한 세금부과가 가능해지면서 공정한 조세가 보장된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펼쳐진 공직자들의 당파를 초월한 의견수렴과 정책 조정 시스템을 현대사회에도 적용 가능할만한 훌륭한 성과로 꼽는다. 공직자들의 혁신의식과 끈질긴 소통 노력이 조세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탐관오리의 비리를 척결하는 청렴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광주도시철도공사 역시 이 길을 따르고 있다. 시민의 복리를 위한 공기업인만큼 청렴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공사는 지난 4월 상임감사 제도를 도입, 공공성과 윤리성을 한층 강화했다. 원클릭신고센터, 안주고 안받는 청렴캠페인, 부패 취약분야 상시모니터링, 청렴계약책임제, 시민이 내부감사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 감사관 제도 등 제도적 혁신에 박차를 가하며 청렴한 조직문화를 구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활발한 소통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 공사 운영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시민을 위한 좋은 제도를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펼치는 것이다. 내부 전자게시판과 각종 제안제도 등을 활성화해 부서나 직급, 나이와 성별을 떠나 누구든 공사를 위해 할 말을 하고 반박도 펼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CEO와 현장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만나는 프로그램도 적극 펼치고 있다. 공사 정책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개방성이 결국 청렴함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에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노력이 시민의 행복이라는 목표에 가까이 닿으리라는 확신이다.

산허리에서 내려다보는 광주는 오늘도 빛이 난다. 150만 시민이 저마다의 희망과 행복을 품고 바지런히 움직인다. 오늘의 광주에 내가 함께 한다는 것에 가슴 벅차온다. 내일의 광주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에 문득 설렌다. 가을 하늘을 마주 비춘 듯 맑고 깨끗한 광주를 그려본다. 강직한 무등산을 대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하는 청렴한 세상을 기대한다. 공직도 시민도, 우리 광주 구성원 모두가 제 자리서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이다. 잠시 쉬었더니 힘이 솟는다. 가슴 깊이 푸르른 숨을 담아 다시금 가을 하늘을 향해 걸음을 옮겨본다. 맑은 바람이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