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가 놓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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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언택트'가 놓친 것들
김은지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0. 10.21(수) 14:24
  • 김은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은지야, 카메라에 가져다 대면 꽃 이름 알려주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독립한지 수년째, 1-2주에 한번 볼까 말까 한 딸을 마주한 기자의 어머니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질문을 쉴 틈 없이 던진다. 벌써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8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능에 적응하기란 여전히 난제인듯 하다.

함께 한식당에 방문한 날에는 QR코드 입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쥐고 인증을 받아 식당 직원에게 건넨 사람은 나였다. 어머니는 "QR코드 말고 직접 명부 작성하는 게 더 편하더라"며 민망함을 덜었다.

이미 정보 유출과 관련해 명부 작성의 문제점이 대두됐던 터라 어머니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매번 출입 명부 작성을 할 때마다 행여나 누가 유출하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연락을 하지 않을까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종식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 수년간은 QR코드뿐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것이다.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때 손으로 적는 출입 명부 대신 QR코드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지고, 나중에는 QR코드보다도 편리성을 강조한 시스템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 활용에 취약한 고령층에게도 '편리성'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유통, 서비스의 디지털화로 인해 난색을 표하는 이들은 비단 소비자뿐만이 아니었다.

동구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57)씨는 손님들에게 명부 작성을 요구할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QR코드로 대신하면 안 되냐', '명부 작성 이렇게 쓰는 거 너무 찝찝한데'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들이 도와준다기에 해보려 했지만 영 손에 익혀지지가 않는다. 손님들 앞에서 버벅거리는 꼴을 보여줄 생각에 아찔하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생활 속 변화에 맞춰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마케팅 방법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일상의 변화에 따른 사업 방식의 전환이지만,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영위하던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6일 OECD가 처음으로 실시한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 종합 1위에 올랐다. 포스트 코로나를 선두할 수 있는 모범사례 국가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언택트 디바이드', 언택트 기술에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