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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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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게재 2020-10-20 10:41:51
김해나 사회부 기자
김해나 사회부 기자

기자의 할머니는 향년 98세를 일기로 지난 2018년 1월 눈을 감으셨다.

"큰 지병도 없이 저 연세까지 살다 가신 건 진짜 호상(好喪)이죠."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이 조문객들에게 한 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세상에 좋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기자 역시 할머니가 호상이라고 생각한다.

"해나 왔냐? 가시내, 앞머리가 그게 뭐여. 저번이 이쁘드만. 눈썹 위까지 빠짝 잘라브러."

할머니는 허리도 거의 굽지 않았었다. 앉거나 일어설 때 다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손녀와 눈을 마주치고, 손녀의 이름을 불러줬다. 손녀의 머리가 언제, 얼마나 길었는지 기억할 만큼 할머니의 정신은 또렷했다. 그는 노인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즉 치매 증세가 없었다.

이처럼 치매 증세를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굉장한 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국내 치매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치매유병률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 75만명이 치매를 앓는 것으로 추정됐다. 치매 환자 수는 향후 17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 2039년에는 2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2012년 치매유병률조사' 당시 200만을 예측했던 2041년보다 2년이 앞당겨져 치매 환자 증가 속도보다 더 가팔라진 수치를 보인다.

늘어나는 치매 인구에 광주 서구는 치매 친화적인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지난달 25일 상무2동에 치매안심파크를 조성했다. 서구의 경우 치매 관련 사업 예산이 1년에 약 8억원 정도로 책정돼 있으며 상무2동 치매안심파크를 조성하는 데만도 2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하지만 취재 내내 주민들의 만족도나 홍보 실정은 미비하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2000만원을 사용해 공원을 조성한 것을 들은 한 주민은 격분해 '빛 좋은 개살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늘어나는 치매 인구에 대비한 예산 확보와 좋은 시설도 좋지만, 조금 더 실효성 있는 홍보로 치매 예방에 앞장서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치매는 사람에 따라 예방·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언·온택트(un·ontact) 시대가 도래하고 대면 홍보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더이상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치매 예방에 대한 더욱 다양하고 심층적인 홍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