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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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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 손택!

게재 2020-10-14 17:35:26

회사 사람들과 전남일보 건물 인근에서 저녁을 먹던 날이었다.

문득 필자의 상사가 지나가는 투의 말투로 "오다 보니 이 근처에 '손탁 앤 아이허'란 이름의 카페가 있던데, 식사하고 거기서 차나 한잔 할까요?"라고 말했다.

손탁? 어디서 들어본 단어인데… 하다가 '아! 손택! 수전 손택!'하고 떠올랐다.

수전 손택(1933.01.16 ~ 2004.12.28.), 20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사회문제 및 인권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거침없는 투쟁과 비판으로 권력에 저항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별명은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었다. .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2003년에 발간한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책은 '이미지'를 통해서 본 '재현된 현실'과 '실제 일어난 현실'의 '참담함'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 지를 폭로한 책이다. 이미지가 주는 폭력의 지속적 노출, 저널리즘의 의도적 편집이 대중으로 하여금 실제 현장의 비극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쓰인 여러 글 중 인상 깊은 한 줄은 이러하다.

"사방팔방이 모조리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져 간다. 예컨대 우리는 완전히 무감각해져 버리는 셈이다."

현대에 있어 이미지는 무기다. 나아가 미디어도 무기가 된다. 지속적인 폭력의 노출은 되려 폭력에 둔감하게 하고, 넘쳐 나는 비난과 비극은 우리 일상의 안전함을 일깨워주는 용도로 활용된다. 즉 자극적인 미디어가 보여주는 이미지화된 폭력은 우리로 하여금 비극적인 현실과 마주하기보다 일상에 안주하도록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폭력을 마주한다. 누군가가 실수하거나, 실수가 아닌 의혹만 일어도 무차별적인 미디어적 폭력이 자행된다. 이를 반복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대부분은 "에휴 그놈이 그놈이지"라는 외면을 떠올릴 수 있다.

허나 진실은 다르다. 백 가지 잘못한 이와 한 가지 잘못한 이가 똑 같을 순 없다. 다만 누군가 그렇게 비춰지길 바라고 있을 뿐이지…

문득 '손탁 앤 아이허'라는 카페에서 커피가 한잔하고 싶은 날이다. 책 꽂이에 꽂아진 '타인의 고통'을 오랜만에 빼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