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실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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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고3 교실이 흔들린다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0. 10.06(화) 13:09
  • 양가람 기자
양가람 사회부 기자
지난 4월 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통적으로 치러온 바칼로레아를 취소하고 교과활동과 숙제 등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바칼로레아는 일주일 동안 치러지는 프랑스의 대입자격시험이다. 200년 전통의 바칼로레아가 코로나19 확산세에 처음 취소된 것이다.

프랑스발 바칼로레아 취소 소식에 한국도 한동안 들썩였다. 당시 수능이 12월3일로 애초보다 2주 연기된 상황이어서 '수능 취소'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금방 깨졌다.

"수능은 12월3일 예정대로 진행한다." 교육부의 발표에 고3 재학생들의 대입 시계는 다시 분주하게 돌아갔다. 수시모집이 확대되는 등 입시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지만, 한국 사회에서 수능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 학벌 중심주의에 냉소적인 목소리가 많이 깔려도 여전히 사회에는 '좋은 대학=좋은 직장=성공' 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해도 수능만큼은 취소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공식을 다시 한 번 읊은 것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는 고3 교실에 균열을 만들었다. 초·중·고 모든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할 때에도 고3만은 거의 매일 등교해 공부를 했다. 코로나19로 대입 일정과 전형도 조금씩 변경된데다, 재수생 강세까지 점쳐지면서 학생들은 큰 혼란과 함께 심리적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수시 접수 시작과 함께 커진 부담감은 교실 균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수능 반영이 되지 않는 대학 지원자들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이른바 '교실 붕괴'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대학마다 수시 합격자 발표일도 제각각이라 수능을 코앞에 둔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의 합격 소식에 크게 동요되기도 한다. 해마다 반복돼 온 현상이지만, 올해는 재학생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상황 속 고3 재학생들의 부담감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다. 교육부는 평가원에 수능 난이도 하향 조정을 요청했고, 대학들도 감염병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높은 수능 점수가 성공의 첫 단추'라는 사회의 공식이 깨어지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고3은 입시 불안감을 앓아야 한다.

"수능은 하루 시험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최첨단 시대 가장 비첨단적인 제도입니다. (대입시험이) 자격고사 방식으로 변경됐으면 합니다."

어느 장학사의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까. 불안감으로 요동치는 교실 속 수능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그간 고생 많았어. 끝까지 힘내"라는 말밖에 해 줄 수 없어 안타깝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