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깻잎 팔아서 1억원 매출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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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깻잎 팔아서 1억원 매출 올렸어요"
순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농민들에 호응||농산물 다단계 유통 따른 대안으로도 각광
  • 입력 : 2020. 07.29(수) 16:29
  • 순천=박종주 기자

"농번기 때보다 지금이 더 바빠요."

광활한 갯벌과 갈대숲으로 이름난 우리나라 최초 람사르 습지 순천만을 지척에 둔 순천 도사동 간동마을은 농번기가 지난 요즘이 더 분주하다.

최근 순천농협(조합장 강성채)이 파머스마켓 내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면서 이곳에 깻잎이며 고추, 열무 등 직접 생산한 각종 소량농산물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농민은 "출하를 위해 부지깽이 손이라도 빌려 쓰고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농협은 최근 400여 만원의 예산을 들여 간동마을에 '로컬푸드 산지집하장' 1호점을 설치했다. 농산물을 보관하는 컨테이너에 각종 전산장비, 가격표인식표 등이 설치된 이곳은 출하된 농산물이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가기 전 안전하고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로 출하농민들의 편리를 더해주고 있다.

운영은 샵앤샵 형태로 이뤄진다. 농민은 자신이 맡고 있는 판매코너에 농산물을 출하하고 이후 농협은 판매된 금액만큼 수익금을 되돌려 준다.

대다수 주민들이 80세 이상 고령임에도 주민들은 일평생 살아온 농사꾼의 노련함으로 깻잎과 열무 고추 등 생산품을 척척 손질해 출하시간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다.

이 마을은 순천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면서 5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로컬푸드로 출하하고 있다. 고령농으로 이뤄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도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특히 마을주민들은 농작물을 소포장해 마을 어귀에 모아두기만 하면 농협에서 수집해 가기 때문에 직접 내다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었다고 입을 모은다. 팔리지 않은 농산물은 농민들이 다시 가져가 자체적으로 소비한다.

그러다보니 중간마진이 없고 농산물 또한 신선하고 믿을 수 있어 파는 생산자나 사는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게 순천농협의 설명이다.

마을 대표 정영남(64)씨는 "예전 같으면 소량 농산물은 시장에 내다 팔기도 어려워 대부분 집에서 소비하거나 버렸는데 농협에서 로컬푸드 매장을 열어 판매를 해주니 정말 편리하다"면서 "시장에 파는 것보다 값이 훨씬 좋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깻잎 한 묶음(10장) 도매출하가격은 200원 정도지만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다단계적 유통문제에 대한 방증이다.

이들이 올린 매출도 4~6월 1억원에 이른다. 푸성귀를 팔아 올린 매출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순천농협 강성채 조합장은 "생산자는 제 값을 못 받고 소비자는 제 값에 못 사는 것이 농산물 유통시장의 현실"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와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대안이 로컬푸드가 정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소량농산물을 납품하는 도사동 간동마을 주민들이 산지집하장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순천농협 제공

순천=박종주 기자 jjpark1@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