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문화담론·김태진>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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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문화담론·김태진>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꿈꾸며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조금 다르게 살면 어때’ 저자
  • 입력 : 2020. 07.02(목) 13:10
  • 편집에디터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라는 표현을 많이들 한다. 필자 역시 다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다니곤 한다. 수학문제 마냥 정답이 나오는 경우는 인생을 살면서 흔하지 않는 일이지 않나. 틀렸다고 표현하는 대부분은 결과가 좋지 않아 선택 역시 잘못된 선택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다. 뻔히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예상하고 하는 선택이 아니라면 '잘못된 선택'이란 게 얼마나 될까. 결과가 나쁘다고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십 년 전쯤 필자는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이었다. 반복되는 삶의 모습이 썩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1년 남짓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굳어지던 어느 날 한 모임에서 퇴사를 고려중이라는 말을 했다. 필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던 그 모임에서 그 말 한마디가 불러온 파장은 상당했다. 많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게 됐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회사를 그만 두면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이는 적어도 그 자리엔 없었다.

"자넨 틀렸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분이 내게 말했다. 회사를 들어가서 3년도 못 버티고 그만 두는 건 잘못된 선택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모임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했다.

그리곤 커피트럭을 만들어 커피를 팔며 전국을 일주했다. 언론 여기저기서도 나왔고, 강연도 다니게 됐다. 재밌으려고 시작한 일이니 그런 게 뭐 중요한 일인가 싶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색다르게 보였으리라. 송년회 자리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났다. 그 분은 내게 인사를 건네며 "자넨 뭘해도 성공 할거네"라는 뜻밖의 말을 건네 왔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지만 적어도 내 선택이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이었음을 이해해 준 것 같아 내심 뿌듯 했다.

우리가 쉽게 내뱉는 틀렸다는 말은 온전히 본인만의 경험과 기준에 갇힌 채 하는 소리일지 모른다. 평생 금융업에서 일하다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그 분의 눈에는 입사한 지 1년가량 된 청년이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하니 말리고 싶었을 지 모르겠다. 그 분이 생각치 못한 선택과 행동을 하는 필자를 보고 당연히 저런 삶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비슷한 선택을 하려는 청년에게 다시는 그 선택이 '틀렸다'고 하지 않을 지 모른다. 그와 다르게 수 십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필자의 눈엔 한 가지 일을 평생 해온 그 분의 깊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 내겐 그 분이 답답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지 않는가.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는 것을. 회사에 입사하는 건 좋은 선택이고, 퇴사하는 건 나쁜 선택인 걸까. 퇴사 후 성공하지 못하면 잘못된 선택이고 성공하면 좋은 선택일까.

사회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결과론적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하곤 한다. 많은 청년들은 그러한 표현에 자신감을 잃곤 한다.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이 아닌 이상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음을. 누가 뭐래도 우린 좋은 선택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