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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철성>탈레스와 벤야민과 나주 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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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철성>탈레스와 벤야민과 나주 남평

김철성-전남도남평과적검문소 주무관

게재 2020-07-09 13:10:29
김철성 전남도남평과적검문소 주무관
김철성 전남도남평과적검문소 주무관

좀 생경한 얘기일수 있겠지만 행정구역상 남평읍에서도 시가지가 형성된 남평리와 동사리 그리고 대교리 일부에 국한해서, 이 지역의 자연과 문화적 환경을 필자의 거친 상상력을 동원해 두 분의 철학자로 비교 압축해 봤다. 한분은 서양철학의 시조인 기원전 6세기경의 인물인 탈레스이고 다른 한분은 20세기 비운의 독일출신 유대계 언어철학자인 발터벤야민이다. 다들 아는 얘기지만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로 봤고, 벤야민은 파리의 '산책자'로 유명하다.

먼저 물의 철학자인 탈레스와 물의 고장 남평에 대한 얘기를 해보면, 남평은 남평이라는 지명에서부터 물을 담고 있다. 우리식 지명은 대부분 자연환경과 풍수적 요인을 고려해 작명한다. 남평은 드들강이라는 하천으로 인해 형성된 도시다. 즉 오랜 기간 하천의 냇물이 끌고 내려온 토사가 쌓인 충적토양을 기반으로 한 침식분지다. 이 때문에 지대가 낮아 수해에는 취약하지만 대신 수도작인 논농사는 유리하다. 남평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쌀 브랜드인 '왕건이 탐낸 쌀'이 탄생하게 된 것도 드들강의 맑은 물이 배경이다.

남평은 고려 태조 23년(940)에 생긴 지명으로 강보다 '낮은 들'이라는 의미다. 남평의 백제시대 때 지명인 미동부리현이나 통일신라시대 때 현웅현, 고려 초기에 남평과 함께 사용했던 영평이란 지명도 알고 보면 모두 물을 함의한다. 남평읍내 강 건너편 산세도 물 흐름처럼 고만고만한 크기로 구불구불 흘러간다. 이런 산 모양을 풍수에서는 물로 본다. 그래서 남평 장날도 오행사상에서 물을 상징하는 숫자인 1과 6일이다. 물과 남평의 관계는 숙명적이다.

탈레스 역시 물과는 숙명적 관계다. 물 때문에 철학의 시조가 된 셈이니 더욱 그렇다. 구태여 탈레스가 만물을 근원을 물로 사유하지 않았다 해도, 또 그러한 사실을 우리가 알지 못한다 해도 남평의 근원은 물이다. 그렇다면 남평 이야기에 탈레스를 모시고 온 이유는 무엇인가. 남평도, 남평 사람들도 탈레스처럼 남평의 근원인 물을 제대로 통찰해 보자는 것이다. 물은 풍수에서 재물을 상징한다. 물은 현대인의 스트레스인 화기를 식혀준다. 물은 탈레스의 말처럼 남평지역에 스며있기에 물을 활용한 생태도시 남평 만들기를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음은 도시 산책자인 발터벤야민과 소박한 도시 남평에 대한 얘기다. 벤야민은 걸으면서 생각하기라는 독특한 사유법을 활용했다. 특히 이 사유법은 파리라는 도시를 산책하며 깨낸 기지에 찬 아포리즘식 글들은 광휘를 떨쳤다. 벤야민은 도심 속에 펼쳐진 사물들을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듯 내면 탐사를 했다. 그 결과물이 '일방통행로'라는 산문집이다. 벤야민의 파리산책과 남평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남평에 첫발을 내딛는 그 누구라도 남평 도심의 주택, 사진관, 문방구, 빵집, 관공서 등 모든 사물들을 벤야민처럼 꿈과 상상력을 동원해 사유해 보자는 것이다. 남평 유무형의 역사를 현실과 초현실을 교차시키며 산책을 해보자는 것이다.

예컨대 '일방통행로'의 첫 번째 글인 '주유소'를 보면, "사람의 견해란 사회생활이라는 거대한 기구에서 윤활유와 같다"고 하면서 "우리가 할 일은 엔진에 다가서서 그 위에 윤활유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그 자리를 알아내야 할 대갈못과 이음새에 기름을 약간 뿌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남평읍에는 두 곳의 주유소가 있다. 만약 우리가 산책중 주유소를 맞닥트렸다면 과연 어떤 삶과 생활의 대갈못과 이음새에 윤활유를 뿌릴지에 대해 어떻게 상상해 볼 수 있을까.

물론 벤야민처럼 깊은 사유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남평으로 벤야민을 초대한 까닭은 고정된 남평의 이미지의 틀을 좀 벗겨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 엉뚱한 생각, 삐딱한 눈, 좀 흥미로운 눈으로 남평 읍내를 산책해 보자는 것이다. 허나 남평을 '읽어 내'기 위해서는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니 먼저 남평읍민들은 남평의 역사적, 지적 문화유산을 전수 조사해 우선 작은 표지석부터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제2의 벤야민들이 탄생해 아름다운 문화도시 남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