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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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무기력한 인류'
  • 입력 : 2020. 07.20(월) 14:40
  • 이용환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24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수가 1만3771명으로 늘어났다. 다행히 광주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하루 확진자가 1~2명 안팎으로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확산세도 거세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 18일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25만984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확진자도 1174만명을 넘어섰다. 무증상 감염이라는 복병도 돌발 변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는 신종 돼지독감 바이러스와 흑사병이 창궐하고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가 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치사율이 코로나19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출현했다. 지난 5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국내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본뇌염을 옮기는 뇌염모기도 평년에 비해 1개월여 빨리 발견됐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근심이 많은데 뇌염에 SFTS까지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니 그야말로 '바이러스 전성시대'다.

지난 2016년 여름, 러시아에서 탄저균이 퍼지면서 12세 목동이 죽고 순록 2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러시아 정부는 테러를 의심했지만 수사 결과, 영구동토가 녹아 발생한 참사였다.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바이러스도 결국은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호주에서 산불이 발생해 남한 면적과 비슷한 10만㎢가 잿더미로 변했다. 살인더위와 독성 스모그, 초대형 허리케인까지 지구촌을 괴롭히는 재해도 일상이 됐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시베리아가 녹으면 그동안 인류가 겪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물부족, 홍수, 가뭄 같은 자연재해다. 화재가 빈발하고 사막화에 따른 광범위한 생물종 감소와 열대 우림의 파괴 등도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다. 정작 인간을 위협하는 가강 두려운 존재는 거대한 자연의 역습인데, 어쩌면 하찮은 바이러스에 쩔쩔매는 무기력한 인류가 걱정이다. 전남취재부장

이용환 전남취재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