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심명자>역사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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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심명자>역사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심명자-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 입력 : 2020. 05.31(일) 14:45
  • 편집에디터
독서교육센터에서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 한사군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주류학계는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있다고 교육해 왔고, 비주류학계는 민족사관을 근거로 중국 대륙에 있었음을 주장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학생들에게 한사군 위치에 대한 두 가지 견해 중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되는지 물었다. 2천년도 훨씬 더 된 고대의 일에 사실성을 밝히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가에 의미를 두고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의견은 절반으로 나뉘었다. 한반도에 위치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쪽은 낙랑군이 대동강 유역에 있어야 '낙랑 공주'와 '호동왕자'의 이야기가 성립된고 했다. 또한 지금까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중국대륙 쪽에 위치한다는 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교육의 방향은 일제강점기 때 기본을 갖추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친일파인 이병도교수가 서울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고, 그들이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주류를 이었다. 일제는 당시 국민들에게 식민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우리 역사를 철저히 왜곡했다. 해방이 되었어도 역사교육은 재고되지 않고 왜곡된 채 진행되었다. 이로써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고, 선조들을 부끄러워하는 자학사상을 갖게 만들었다. 심지어 우리 한국인에게는 열등감과 사대주의의 DNA가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은 한 술 더 떠 일본이 미개한 조선을 개화시켜준 덕분에 산업화를 이루게 되어서 지금 우리가 부유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조선의 아버지들이 돈을 받고 딸을 위안부로 보내는 '공창제'가 당시의 제도와 문화이니 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청구할 것이 없다고 기술했다.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 독도를 우리의 고유의 영토임을 증명할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까지 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써서 세종대왕을 악군으로 몰았다. '노비종모법'을 만들어 노비가 50%가 넘는 나라가 됐고, 그로 인해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세금을 양인에게만 걷기 때문에 역대 임금들은 세금을 늘리기 위해 양인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을 한 것은 배제되었다. 실제로 왜란 호란을 거치고 공명첩으로 노비의 신분을 벗어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일본의 역사학자 시가치의 '조선 경제의 연구 3'에 의하면 숙종 때는 노비의 수가 37.1%, 영조·정조를 거쳐 철종 때는 1.5% 밖에 되지 않았다. 고종 때는 노비세습제를 폐지했다. 후기로 갈수록 오히려 노비의 수는 점점 감소되고 사라졌다.

왕권 강화를 이룬 조선 초기에는 과학기술과 농업을 발전시켜 주변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국력이 튼튼했다. 조선이 멸망한 근본 원인은 선조 때 성리학에 몰두한 사림파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중화사상과 사대주의에 매몰되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조선을 풍전등화로 몰고 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성들을 누구보다 아꼈으며, 과학기술 발전과 훈민정음 창제 및 수많은 업적을 이뤄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을 매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후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세종을 악군으로 몰아야 일제의 식민지배 개화론이 당위성을 얻기 때문이다. 그가 책에 기술한 내용들은 참으로 천인공노할 일이다.

이들의 역사 왜곡은 5.18 민주화운동까지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지만원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전이라고 주장한다. 시위대를 조직한 사람도 지휘한 사람도 없으며, 광주의 영웅들은 이른바 북한군에 부역한 부나비들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김순례는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고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외친다.

계연수가 1911년에 일제의 감시를 피해 집필한 '삼성기' 등 다섯 권과 그것을 바탕으로 쓴 '환단고기'는 우리가 잃어버린 고대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처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신채호의 '조선 상고사'에서도 민족사관을 토대로 고대사를 잘 조명했다. 하지만 주류학계에서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역사 교육이 패배주의로 진행되어 오는 동안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만주지역을 중국의 역사로 포함시켰다. 간도마저 우리의 영토로 찾아올 기회를 잃었다. 우리 정부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제주도 인근의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우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중국은 이것마저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서 세계에 알렸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없는 역사도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전하고 있는 주변국에 비해 우리의 역사교육은 수정될 것이 많으나 학계는 움직임이 너무나 미온적이다. 그 덕분에 역사왜곡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를 왜곡한 수많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조횟수를 높여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는 유튜버들이 더 큰 문제다. 아직 역사의식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나 역사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사람들은 선정적이고 강렬한 영상을 보며 바이러스처럼 전파될 우려가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 각인된 인식은 평생 동안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이 옳다고 확고하게 믿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민족이 강대국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근대 사회 때 어느 나라나 겪었던 일들이 우리나라만 자학사상이나 식민사관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비주류학계의 역사해석도 충분히 존중할 가치가 있다. 우리의 정통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려면 유치원 때부터 쉽고 재미있는 역사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역사수업의 양도 늘리고, 역사인식을 올바로 하는 역사 교사도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림책 '백년아이'처럼 시대를 제대로 전하는 책들이 출판되어 언제 어디서나 역사를 접하고 느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가책도 없이 역사왜곡을 일삼고 유포하는 짓을 멈추도록 시급히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