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갈 곳 없는 노인들 "경로당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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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코로나19에 갈 곳 없는 노인들 "경로당은 언제쯤"
노인복지시설 인근 가보니||광주시내 노인복지관·경로당 등 1338곳 휴관||‘무기한 휴관’에 끼니 걱정·불안감·우울증 호소
  • 입력 : 2020. 05.31(일) 16:39
  • 최원우 기자
28일 한 노인이 남구 광주공원 의자에 걸터 앉아 휴식 중이다.
지역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코로나19 여파다. 노인복지시설과 경로당 중단이 장기화된 탓이다. 공원 곳곳에서는 일거리와 여가거리가 사라진 노인들이 떠돌고 있다. 지역 노인들은 사회적 단절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부터 하루 평균 노인 4000여 명이 방문하던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비롯 관내 노인복지관 9개 시설이 모두 문을 닫았다. 노인들의 여가생활 터전이었던 경로당 1329곳 역시 모두 문을 닫았다. 벌써 3달이 넘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재개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갈 곳이 사라진 노인들은 종일 집에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남구 광주공원 일원 벤치에는 햇볕을 쬐고 있는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노인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공원에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남구 월산동에 거주하는 한 노인은 20여 분을 걸어 공원에 왔다. 식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한다.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그가 평소 방문하던 노인복지센터가 문을 닫은 탓이다. 혼자 살고 있는 이 노인은 그간 노인복지시설에서 외로움을 해소해 왔지만 이제는 말동무마저 사라져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처지다.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는 "햇볕 드는 곳에 조금만 앉아 있다가 집에 들어갈 요량"이라며 벤치에 깊숙이 몸을 숙였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지역 노인들을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외로움을 달랠 곳도 마땅히 갈 곳도 없다.

김학승(81)씨는 "며칠간 집에 혼자 있다보니 사는게 사는 것 같지 않다"며 하소연한다.

그는 "어디든 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도저히 갈 곳이 없어 결국 공원으로 왔다"며 "노인들에게는 요즘이 참 힘들고 서글픈 것 같다"고 했다.

박동주(73)씨 역시 "하루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 복지시설이 다시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노인들에겐 코로나19보다 고독이 더 두렵다"고 했다

갈 곳 없는 외로움도 걱정이지만 당장 직면한 두려움은 생계문제다.

복지 프로그램과 무료급식 프로그램이 고스란히 중단되면서 노인들은 기약없는 개관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공원에서 만난 한 노인은 "요즘에는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처지"라며 "요즘에는 하루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사회적 단절을 호소하고 있지만 복지시설 개장은 여전히 요원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코로나19가 특히 치명적인 탓에 노인복지시설 개장에 대해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다행히 최근 등교개학이 재개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좀 더 잦아들면 노인 복지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