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김선호>윤미향 논란과 국격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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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김선호>윤미향 논란과 국격 회복
김선호-'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지도위원
  • 입력 : 2020. 05.25(월) 14:17
  • 편집에디터
일본 제국주의의 성노예 범죄를 세계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한 사람의 인생과 역사적 성과가 맹폭격을 당하고 있다. 30살도 안 된 윤미향 씨가 30년 후에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접근했을까?

이용수 할머니는 "대통령이 직위를 준다든지, 국회의원직을 준다고 해도 본인이 '나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국회의원 안 하겠다.'고 (거절)했어야지..."라고 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어쩌면 할머니는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윤미향 씨뿐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30년 전 다수가 침묵하고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윤미향 같은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윤미향 씨 혼자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원래는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물론, 뜻을 같이해온 시민단체와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윤미향 씨가 국회의원 시켜달라고 애걸복걸하지도 않았다. 더불어시민당이 '당신 같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 (국격 회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불러들였고, 국민들이 당선시켜준 것이다.

밖에서 싸우는 것만 싸우는 것이 아니다. 국회에 들어가 싸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할머니는 모를 수도 있다. 윤미향 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후보자들이 이번에 여러 명 당선되었다. 잘된 일이다. 기대가 크다.

할머니는 "윤미향이는 양심도 없다. 왜 위안부 문제 팔아먹나."라고 했다. 그러나 개인적 양심과 국민적 양심 없이, 이런 일은 단 1년도 못한다. 윤미향 씨는 이런 일을 30년이나 해온 사람이다. 양심이 없는 것은 30년 동안의 정부였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 일제강제징용피해자와 근로정신대할머니들에 대한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방 후 처음으로 국격 회복을 한 판결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후속 조치가 없었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국회도 똑같았다.

위안부를 팔아먹은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20만 명이 넘는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숨 값을 단돈 10억 엔에 팔아넘겼다. 불가역적 협상이었다. 국민들은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했다.

그렇다. 정부가 못한 일, 외교부가 못한 일, 국회가 쳐다보지도 않았던 일을 해보라고 윤미향 씨를 국회로 불러들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30년 지켜온 양심과 정의연을 그가 팔았다고 보고 싶지 않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저금통 털어서 가져온 것을 의심 없이 받더라. (정대협은) 자기들 운영하느라 바쁘다."라고 하며 서운해 했다. 몹시 속상하고 서운할 수도 있다. "그 돈 할머니들한테 써야지, 어디에다 쓰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보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금을 할머니들 손에 쥐여 주는 것만이 할머니들을 돕는 것이 아니다. 윤미향 씨나 정의연에 모여든 사람들이 위안부 할머니들 팔아서 떼돈 벌려는 사람들일까?

할머니는 "이제 너무 기력이 없다. 나가 봐야 나밖에 없다. 피해자 없는 데모를 왜 하나. 피해자가 있으니까 학생들이 오는 건데, 난 그 학생들 더 고생시키기 싫다."라고 했다. 학생들만 고생시키는 수요집회를 하지 말자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점점 기력이 떨어져 수요집회 현장에 못 나가게 될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집회에 나가는 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을까? 고생보다는 가슴 속 뜨거운 뭔가를 더 많이 품고 갔을 것이다. 그리고 수요집회를 하고 마는 것은 할머니가 요구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을 넘어섰다. 이미 국민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역사에 없었던 일로 묻힐 뻔했던 할머니들의 문제를 들춰내는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정의를 세우자는 것,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연대했던 것이다. 가해자들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죄하며, 보상과 배상을 철저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다시는 이런 역사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데도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본질과 동떨어진 곁가지에 집중하고, 자극적인 편 가르기가 극성이다.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하지만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우리 국민을 믿는다. 성노예였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가 바르게 해결되어 국격이 온전히 회복되기를 바란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