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순천 계월마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순천 계월마을
이돈삼 / 여행전문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20. 03.12(목) 13:22
  • 편집에디터

마을 풍경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거리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경제는 휘청거린 지 오래다. 일상도 매한가지다. 코로나19 탓이다. 새봄만이 예외다. 산하를 하얗게, 샛노랗게,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뭇가지에도 어느새 새싹이 나오고 있다. 초록의 물이 들기 시작했다.

원달재를 넘는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 지난 7일이다. 원달재는 승주에서 월등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하얀 구름이 스멀스멀 산등성이를 넘고 있다. 비구름은 화르르 피어난 매화를 어루만지고 있다. 수줍은 매화가 상그레 미소 짓는다. 풍경이 장관이다. 매향을 머금은 구름이 한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걱정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산의 중턱인데도 겉옷이 거추장스럽다. 산정을 넘던 봄바람과 구름이 불러왔을까.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산골로 매화를 보러 가는 길이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변의 매화 꽃물결이 부담스런 요즘이다. 축제가 취소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다. 그렇다고 매화의 유혹을 견뎌 낼 재간은 없다. 자분참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계월마을이다. 순천시 월등면에 속하는 매화마을이다. 지리적으로는 구례에 가깝다. 순천에서 구례 방면으로 송치를 넘으면 왼편에 있다. 구례구역에서 순천 방면으로 괴목역을 지나도 된다. 송치 못미처 오른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계월마을은 과수마을이다. 과수를 재배해서 먹고 사는 산골이다. 옛 모습이 여구히 남아 있다. 어릴 적 고향 같은 마을이다. 편의시설은 마땅치 않다.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호젓한 곳을 찾는 요즘 여행 추세에 맞춤이다. 슬로시티, 슬로푸드,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여행에 어울린다.

계월리는 망월, 외동, 계영 3개 마을이 합해져 만들어졌다. 계영의 계(桂)와 망월의 월(月)을 따서 이름 붙었다. 임진왜란 때 전주 이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전해진다. 마을을 문유산과 바랑산, 병풍산이 감싸고 있다.

월등, 계월 지명도 예쁘다. 마을의 지세가 둥근 달을 닮아 월등(月燈)이다. 달그림자가 계수나무에 걸린다고 계월(桂月)이다. 밤에 달그림자가 마을 앞 산등성이에 걸리는 모습이 넋을 앗아간다. 정말이지 황홀경이다.

계월리는 상동, 외동, 이문마을로 이뤄져 있다. 100여 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다. 귀농·귀촌을 이유로 들어온 사람도 꽤 있다.

마을 가운데에 수령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다. 한 그루도 아니다. 두 그루다.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다. 암수가 서로 몸이라도 합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이 나무 아래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마을의 돌담도 멋스럽다. 유연하게 구부러진 모습에서 옛 추억이 떠오른다. 반듯하지 않아서 더 정감이 가는 골목이다.

매화는 마을에 흐드러져 있다. 산자락도 아니다. 평지에 넓게 퍼져 있다. 마을 주변이 온통 매화밭이다. 마을과 매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계월마을의 매실나무 재배면적은 100만㎡ 남짓. 순백의 매화가 마을의 돌담과 조화를 이뤄 멋스럽다. 산길과 밭두렁이 매화밭의 배경이 된다. 정겨움이 배가된다.

매화도 지금 절정을 향하고 있다. 섬진강변의 매화보다 꽃이 늦게 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이다. 매화는 섬진강변의 매화가 시들기 시작할 무렵 흐드러지기 시작한다.

매화밭도 한적하다. 찾는 발길이 드물다. 돌담길과 밭두렁을 따라 매화를 차분히 감상할 수 있다. 산골에서 누리는 봄날의 호사다. 꽃도 소박하다. 상업적이지 않다. 매화 향이 더욱 깊고 그윽하다. 마을과 매화밭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매향이 산정을 넘지 못한다. 매향이 오래도록 머무는, 이른바 향매실마을이다.

하늘 파란 날, 매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으면 더없이 좋다. 맑은 날은 물론, 비가 내려도 운치가 있다. 호젓한 매향에 취해 잠깐 낮잠이라도 자면 더 좋다. 나만의 매화밭이다.

첫 번째 순천매실나무도 여기에 있다. 이문마을 출신 고 이택종이 일본에서 가져와 심었다. 일본에서 살던 이택종은 1964년 아주 귀국하면서 매실나무 묘목을 가져왔다. 순천매실의 효시다.

마을주민들이 그의 공적을 기려 비를 세워 놓았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농어촌인성학교 주차장에 있다. 고인이 심은 첫 번째 매실나무는 이문삼거리에서 자라고 있다. 나무가 건강하다. 매화를 벙글벙글 피워 탐스럽다. 봄비를 맞아 조금 오긋해진 꽃도 어여쁘다.

매실나무뿐 아니다. 마을에 복숭아나무, 감나무, 밤나무도 지천이다. 만발한 매화가 질 때쯤 복사꽃이 피어난다. 감꽃과 밤꽃도 잇따른다. 봄에서 여름까지 꽃동네를 이룬다. 초여름엔 매실, 여름엔 복숭아를 딴다. 가을엔 감과 밤을 수확한다. 과수를 재배해 생계를 이어가는 산골이다.

문유산 군장마을 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도 맑고 깨끗하다. 바위에 붙어있는 다슬기가 보인다. 여름엔 다슬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수심이 깊지 않아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찾는 발길이 많지 않다. 한적해서 더 좋다.

계월마을은 여행지가 아니다. 변변한 문화재나 유적도 없다. 술집, 찻집은 물론 편의점, 모텔도 하나 없다. 하지만 주민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래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어쩌다 찾아오는 외지인들도 '마을이 참 이쁘다'고 입을 모은다. 불편함을 외려 매력으로 꼽는다. 전형적인 산골이고, 과수 마을이다. 참참이 찾고 싶은 마을이다.

이돈삼 / 여행전문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마을 풍경

마을 풍경

마을 풍경

마을 풍경

마을 풍경

마을 풍경

계월마을 매화밭-자료

계월마을 매화밭-자료

계월마을에 있는 농어촌인성학교

계월마을에 있는 농어촌인성학교

계월마을의 매화

계월마을의 매화

계월마을의 매화

골목 돌담과 풍경

골목 돌담과 풍경

골목 돌담과 풍경

골목 돌담과 풍경

느티나무-당산나무

느티나무-당산나무

느티나무-당산나무

느티나무-당산나무

비구름이 넘는 원달재

비구름이 넘는 원달재

비구름이 넘는 원달재

비구름이 넘는 원달재

비구름이 넘는 원달재

순천의 첫 매실나무

순천의 첫 매실나무

순천의 첫 매실나무

이택종 공적비

중촌마을 우물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