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가수 양준일 신드롬과 문화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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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문화향기>가수 양준일 신드롬과 문화현상
안재영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 입력 : 2020. 01.28(화) 14:01
  • 편집에디터
요즘 유튜브와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강제 소환되고 있는 가수가 있다. 1991년 데뷔해 92년까지 잠깐 활동했지만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가는 바람에 인기를 얻지 못한 가수 양준일이다. 당시 그는 재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요즘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갑질,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트집, 말 많은 뒷담화, 평가받아야 할 사람이 평가하는 세상, 파벌과 정치적 논리가 난무한 세상을 곁에 두고 산다. 자신의 신념과 전공에 매진하는 현대인은 바빠서 그냥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험한 세상에 시대를 앞서 간 가수 양준일도 진정성을 가진 자기다움으로 승부하기 위해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할 당시 겪었던 어려움과 부당함, 사회의 인식을 피해가며 자신을 내려 놓았을 것이다.



양준일은 독특했다. 1991년 데뷔 싱글 '리베카'는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그 당시 카메라 워킹도 신경 안 쓰며 자유분방함이 파격적이었고 패션, 춤, 노래 등 전반에 걸쳐 세련미를 갖췄다. 시대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음악과 춤을 선보였다는 점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 그에게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부여한 셈이다.



트렌디한 음악과 세련된 무대 매너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익숙한 10대들과 새로운 음악에 열광하는 지금의 세대들은 기막히게 그를 먼저 알아봤다.

'리베카',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등 그의 음악은 1990년대 당시 영어와 한국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가사로 이질적으로 여겨졌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공명했다. 화제성만큼이나 상당한 규모의 팬덤(fandom)도 이미 형성됐고 1990년대 초반 활동 당시엔 빛을 보지 못한 그가 약 30년 공백이 무색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고 열풍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여러 의미를 짚어낼 수 있는 현상이다.



가수 양준일은 지천명(知天命)을 넘은 나이에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여전히 트렌디 한 무대, '서사'가 있다는 점이 대중의 마음을 끈다. 재미교포 출신으로 활동 당시엔 좌절하고 생활인의 삶을 살다가 스타로 다시 돌아왔다는 극적 스토리. 가수 양준일을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맞물려 여러 세대에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1991년 데뷔해 활동기간은 2년에 불과한 그가 30년이 지난 뒤 현재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자신이 데뷔한 해보다 더 늦게 태어난 10대, 20대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해보면 결국 시대를 타지 않는 모든 것들은 결국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은 것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 문화도 가수 양준일처럼 당장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혁신성을 가지고 시장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퍼포먼스를 펼쳐 나가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가수 양준일도 30년 후에야 빛을 봤고 인고와 시련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당장 성공을 맛보며 그저 남을 것이냐, 아니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며 시대의 이정표가 돼 문화시장을 바꿔가는, 사랑받는 문화로 남을 것이냐는 결국 스스로 선택할 몫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