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가인은 음유시인 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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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가인은 음유시인 이어라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노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9. 12.12(목) 13:33
  • 편집에디터
진도 출신의 트로트 요정 송가인은 마치 음유시인 같다. 음유시인은 서구의 근대를 잉태하기 이전의 역사인 중세 유럽의 용맹한 기사이기도 하였다. 또한 12세기 초반 프랑스 남부에서 태동한 트루바두르(troubadour)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왕이 거주하는 궁정의 귀녀(貴女)에 대한 연정의 시를 주로 노래하였다. 송가인과 음유시인의 세 가지 공통점을 사회 문화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첫째,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노래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송가인은 한 종합편성채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였다. 그 이후 송가인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공연하느라 쉴 틈조차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단독이든 공동이든 콘서트 공연 현장이나 지자체 주관 행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섭외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청중들의 열기는 불을 뿜는다. 그녀의 열창은 듣는 자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호강시켜준다. 때로는 흥을 때로는 위안을 받고 감동의 물결에 젖어들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유시인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노래와 시를 읊조린다. 주로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봉건 제후의 성(城)을 찾아다니며 순회 공연한다. 음유시인은 마음속으로 사모하는 귀녀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줌으로서 사랑을 간청한다. 노래를 들은 귀족의 여인이 매우 감동하면 음유시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유시인은 귀녀를 향한 사랑의 응답을 더 이상 보답 받을 수 없다.

둘째,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송가인은 노래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성까지 갖춘 가수이다. 한과 혼과 흥이 함께 어우러진 목소리를 통해 분출하는 노래는 가히 천하일품이다. 탁월한 음색과 깊이가 느껴지는 감정 선은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 게다가 인성은 송가인의 등록상표와 다름없다. 자본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돈으로 인성을 살 수는 없다. 해를 품은 인성은 그녀의 음악적 입지를 더욱 공고화시켜 양수겸장의 인물로 승화된다. 반면에 음유시인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로맨스 시를 낭송하는 시인 역할에 헌신한다. 또한 전장 터에서 용맹을 떨치는 기사 신분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이렇게 귀족 남성들로 구성된 음유시인은 동일한 신분 계층인 귀족 여성들에게 상당히 인기 절정의 노래 시인이자 기사로서 칭송의 대상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음유시인은 문무를 겸비한 양수겸장의 인물이다.

셋째,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점이다. 양수겸장으로서 송가인은 주특기인 노래 이외에 '송블리'한 아름다운 외모, 구수한 입담, 위트 그리고 멋과 끼를 모두 지녔다. 아울러 역대급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종편 예능 프로그램 '송가인이 간다-뽕따러 가세-'에 출연하여 멋진 예능감까지 뽐내며 송가인 대세를 입증하였다. 이처럼 송가인은 다방면에 걸쳐서 종횡무진 활동할 만큼 다양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송가인은 그녀만의 타고난 독보적 기량을 발휘하며 차세대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하겠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유시인도 본인이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하였다. 게다가 기사도 정신과 '칸소'라 불리는 애절한 궁중식 연애 시에 관한 이야기, 위트 그리고 끼를 모두 지녔다. 이에 더하여 시를 노래하면서 연극까지 공연할 정도였다. 이는 그야말로 당대의 인문예술 감각을 보유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셈이다.

노래하는 힐링 가수로서 팬들의 지치고 아픈 영혼에 치유를 안겨주는 소위 '국민 트로트 가수 겸 의사'는 송가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노래하는 시인과 용감한 기사 겸 배우는 바로 음유시인이다.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대중음악 가수 밥 딜런은 미국 팝에서 탁월한 시적 표현을 창조하였기 때문에 현대판 음유시인으로 일컫는다. 이와 같이 밥 딜런처럼 송가인도 한국 정통 트로트에서 창의적 시적 표현을 직접 새롭게 창출하여서 열창해주기를 소망한다. 물론 이러한 힘든 작업은 부단한 노력과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사과는 익어야 떨어지듯이 그녀가 훗날 위대한 음유시인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를 학수고대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