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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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아름다운 도전
  • 입력 : 2019. 07.22(월) 14:05
  • 홍성장 기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우릴 흥분시킨다. 그들의 도전을 보며 희미해진 꿈과 희망, 용기의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있는 스포츠 세계에서 그동안 1등이 최고였다. 2등마저도 1등에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고개 숙여야 했다. 우린 그런 '1등 문화'에 더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세계선수권대회는 각 종목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대회다. 때문에 어느 정도 성적이 담보돼야 출전이 가능한 대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여자 수구대표팀은 다르다. 규정대로라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예 우리나라에는 여자 수구팀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개최국에 주어진 출전권 덕에 '급조'된 여자 수구대표팀이다. 전문 수구 선수는 전혀 없고, 여자대표팀 13명 대부분이 경영 출신이다. 게다가 성인선수는 2명뿐이었고 11명은 중·고등학생이다.

남북단일팀 추진 때문에 그마저도 구성이 늦어졌다. 팀이 꾸려진 두달전으로 제대로 된 훈련조차 어려웠던 여자 수구팀이다. 팀 구성원 대부분이 학생이다 보니, 학업을 위해 새벽 4~5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또 늦은 저녁 개인적으로 훈련해야 했던 그들이다.

경기 결과도 당연했다. 172골을 먹는 동안 넣은 골은 6골.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두번째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골을 넣고 선수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고, 마지막 경기 후 또다시 선수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많았다. "정말 열심히 했었거든요. 그런데 댓글을 보고 엄청 속상했어요. 그럴 거면 왜 시합을 뛴다고 그렇게 난리를 쳤느냐, 감옥에 가둬야 한다느니. 지금 만 13세가 되는 선수도 있거든요." 첫골의 주인공인 경다슬 선수가 최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다.

모든 경기를 마친 이들은 이제 다시 수구가 아닌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계속 수구를 해보고 싶어도 할 수도 없는 현실인 셈이다.

경다슬 선수의 바람도 소박하다. "진짜 여자 수구 이렇게 시합 뛰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이왕이면 계속 뛰게 해 주셨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들이 주눅 들지 않고 꿈과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바라는 이들도 많다. 이제 어른들이 답할 때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