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수구 역사 시작한 경다슬 "다음엔 언니들 골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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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수구 역사 시작한 경다슬 "다음엔 언니들 골 돕겠다"
러시아전 1-30 대패에도 역사적 득점||"앞으로도 여자 수구 발전 이어졌으면"||
  • 입력 : 2019. 07.16(화) 18:34
  • 최황지 기자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 대한민국 대 러시아전에서 사상 첫 골에 성공한 한국 경다슬이 이날 경기 심판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윌리스 디온 심판과 선물을 교환했다.
한국 여자 수구 공식 경기 사상 터진 '첫 골'은 경다슬(17·강원체고)이 만들어냈다.

한국은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러시아에 1-30(0-7 0-9 0-8 1-6)으로 졌다. 결과는 완패였지만 여자 수구 대표팀의 당초 목표였던 '한 골'이 실현된 날이라 의미가 깊었다.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경기 종료 4분 16초 전까지 0-27로 크게 뒤져있던 한국은 경다슬의 골로 한점을 만회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강한 슈팅으로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다슬(17·강원체고)은 첫 골의 감격과 동료들 대한 고마움이 섞인 탓인지 경기가 끝난 뒤엔 눈물을 쏟았다. 이후 공동취재구역에 붉게 상기된 얼굴로 등장한 경다슬은 "생각지도 못한 골이 들어가서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앞서서는 급한 마음으로 슈팅을 했기 때문에 골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언니들과 동료들이 만들어 준 정말 좋은 자리에서 한 번 해보자 하고 때린 공이 들어갔다. 정말 기쁘다"고 벅차했다.

지난 14일 헝가리전의 무득점에 대한 아쉬움은 동료들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해소했다. 경다슬은 "여자 수구팀은 이번 대회에 단순히 이기려고 나온 게 아니다. 끝까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출전했다"며 "헝가리전에서 완패했지만 코치, 언니, 친구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전술을 고민했다. 이 전술이 안되면 다른 전술을 시도했다. 다양한 시도로 경기를 끝까지 치를 것이다"고 각오했다.

이날 경다슬을 보기 위해 그의 가족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경다슬은 "골을 넣고 관중석을 봤는데 엄마가 좋아서 막 뛰는 게 보였다"며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번 골은 나 혼자 잘해서 나온 게 아니라 팀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며 "남은 경기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여자 수구의 미래도 꿈꿨다. 경다슬은 "수구팀이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벤트성으로 해체하면 아쉬울 것 같다"며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앞으로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