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의 그림 큐레이션> 푸른 에너지, 물길을 가로지르는 에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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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영의 그림 큐레이션
문희영의 그림 큐레이션> 푸른 에너지, 물길을 가로지르는 에너지로.
온몸으로 나아가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 -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스페인)||푸르름 가득한 자유로움의 향연 -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 프랑스)||파도가 분출해낸 역동적 에너지 - 가쓰시카 호쿠사이 (Katsushika Hokusai 1760-1849, 일본)||푸른 고요를 가로지르는 따스함 - 마리아 스바르보바 (Maria Svarbova 1988~ 슬로바키아)||
  • 입력 : 2019. 07.02(화) 13:39
  • 편집에디터

푸른 에너지, 평화의 물결을 열기를.

2019년 광주의 여름은 여느 해보다 더 뜨겁다. 도심곳곳이 푸른 에너지로 채워질 준비를 했다. 7월의 뜨거운 여름을 가득 채울 세계 수영인들의 열정적 축제를 기다리며 그림 큐레이션도 푸른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림들로 엮어 보았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색의 분포를 들여다보면 단연 1위는 파랑이 굳건하다. 그 청명하고도 맑은 에너지는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다른 색드를 제압했다. 작가들의 손을 지나간 파랑은 강렬한 에너지를 끝없이 생성한다. 청명하고도 맑지만, 고요하고 다채롭기까지 한 기운은 더욱 파랑의 신비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푸른 물결을 가로지르며 인고의 시간이 쌓은 에너지를 분출해 낼 선수들의 마음처럼 그림 속 푸른 에너지를 내재한 그림들을 보며 축제의 시간을 즐길 준비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 온 몸으로 열어젖힌 세상을 향한 에너지

눈부시게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무아지경에 다다른 두 여인이 달려가고 있다. 하늘로 들어 올린 맞잡은 손은 서로간의 경주보다는 함께 나아감을 더욱 강하게 인식시킨다. 현실에는 없는 듯 비현실적 모습으로 그려진 육중한 두 여인. 옷이 풀어헤쳐진 것도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두 팔 벌려 앞으로 전진, 또 전진이다. 두 여인의 질주는 배경의 푸른색을 압도한다. 앞쪽에 그려진 인물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스 고대 석상 비너스의 얼굴을 닮았다. 두 여인 모두 풍만함을 넘어서 육중한 모습은 우아한 비너스의 모습과 함께 풍요와 다산의 여체를 상상케 한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입체파 시기를 지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에 그린 것이다. 로마를 여행하고 난 후 새로이 신화적 소재에 몰입하여 그렸다. 모든 상념들 다 뒤로 하고 무아지경으로 전진하는 여인들의 모습처럼,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어가고자 한 작가의 강인한 의지는 경기장 출발선에 선 선수들의 마음과도 동일하지 않을까.

파블로 피카소 패널에 과슈, 32.5x41.1cm, 1922. 이미지 출처 https://www.pablopicasso.org/two-women-running-on-the-beach.jsp

푸르름 가득한 자유로움의 향연

파란색 배경위로 온갖 형상들이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물고기, 바다가재, 해초 등 단순화된 형상들은 화면을 휘젓듯 자유로이 떠다닌다. 세상 가장 맑고 자유로운 바다의 모습은 마음을 더없이 경쾌하게 한다.

1941년, 70세를 넘긴 마티스는 십이지장암 수술을 받았다. 모두들 회복이 불가능할거라 했지만, 마티스는 혼신의 힘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다시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았고, 붓 대신 종이와 가위를 들었다. 300번이 넘는 관찰과 200번이 넘는 드로잉을 거쳐 색과 형상들을 만들어지고, 작품이 된다. 휠체어에 앉아 직접 칠한 색종이를 자르고 붙이며 작품창작을 이어갔다. 몸은 버거울지라도 더 활활 타오르는 작품에 대한 열정은 새로운 명작을 쏟아냈다. 한 순간을 위해 수 천 수만 번 연습을 거듭하는 선수처럼 화가의 손도 수없는 수행을 거친다. 수행을 감내한 작품은 더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앙리 마티스 1946_종이 오리기 위에 과슈_200x314cm_파리, 국립근대미술관, 조르주 퐁피두 센터 이미지 출처 http://classconnection.s3.amazonaws.com/262/flashcards/705262/jpg/820660d_21323287716878.jpg

거친 파도, 역동적 에너지의 분출

호쿠사이의 파도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도그림이 아닐까. 저 멀리 작게 보이는 후지산도 삼켜버릴 듯 요동치는 물의 거대한 용솟음은 작품 전체를 장악한다.

우끼요에('부유하는 세상의 그림'이란 뜻) 판화로 분류되는 이 작품들은 일본에서 17~20세기 사이 주로 서민의 일상생활이나 풍경 등을 주제로 제작되었다. 단연 우키요에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호쿠사이의 작품은 다른 우끼요에와는 사뭇 다르다. 서양의 원근법이 도입되었고, 또 처음으로 서양 청색안료인 프러시안 블루가 사용되어 일본 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동양의 색다른 작품세계에 매혹된 고흐, 모네, 드가, 르누아르 등은 우끼요에 판화들에 열광했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자연의 생동감과 역동적 힘, 흰색과 청색의 강렬한 대비가 분출해 낸 강렬한 에너지는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려졌기에 더더욱 강렬한 힘을 발산한다. 격량의 파도 한 가운데 아슬아슬한 배처럼, 거대한 물길 속 자신의 인고의 시간을 완성할 선수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상상하며 응원해보는건 어떨까.

가츠시카 호쿠사이 19세기경, 25.5x37.5cm, 기메 국립 아시아 미술관 소장. 이미지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Hokusai#/media/File:Great_Wave_off_Kanagawa2.jpg

푸른 고요를 가로지르는 시선

반듯하게 직선이 교차된 고요한 공간, 투명한 물, 소란스럽지 않게 정적을 깨우는 색채들, 비현실적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너무도 조화로운 예쁜 색들로 인해 화면의 냉소적인 감각은 금새 사라져버린다. 1988년생으로 슬로바키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리아 스바르보바 Maria Svarbova의 'Swimming Pool'시리즈는 한눈에 관람자를 매혹시킨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인 수영장 시리즈는 조금 독특하게도 역사적 공간을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작가는 1930년대에 만들어진 13개의 수영장을 찾아 촬영을 시작했다.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집단생활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수영장이었다. 사회주의 공산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무미건조한 공간, 그 안에 고정된 듯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은 마치 군인들처럼 반듯하고 규칙적으로 정렬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화면 전체를 감싸는 따뜻한 색채로 인해 무너진다. 무미건조한 수영장 안으로 스며든 따스한 온기와 아름답게 조화되는 다양한 색채들은 보는 이들의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한다. 맑고 투명한 푸른색을 가로지르는 따스한 색채들, 마치 푸른 물의 고요를 가로질러 신비한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듯하다.

마리아 스바르보바. 이미지 출처 https://www.mariasvarbova.com

마리아 스바르보바. 이미지 출처https://www.creativeboom.com/inspiration/swimming-pool-maria-svarbovas-photographs-of-primary-coloured-swimmers/

푸른 에너지, 물길을 가로지르는 에너지로.

작가와 선수들, 참 닮아있는 존재들이다. 작가들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긴시간 고민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몸의 노동을 거쳐 한 작품을 완성해낸다. 운동선수들도 끝없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경기장에 발을 내딛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몸을 쉬지 않는다. 화가들의 손끝에 쥐어진 붓이 마음과 완벽하게 혼연일체가 될 때 명작이 탄생하듯, 선수들의 혼신의 힘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작품 속 푸른색의 에너지로 되새겨보는 푸른 물의 에너지, 그 충만한 에너지의 향연을 기쁘게 만끽해나갈 7월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작품 속 푸른 에너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