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 연고 프로팀 응원 통해 한전과 동질감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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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지역민들, 연고 프로팀 응원 통해 한전과 동질감 형성"
▶한전 배구단 광주 유치가 필요한 이유||본사는 지방·소속팀은 수도권 연고 '어불 성설' ||도로공사 여자배구단, 2016년 김천으로 옮겨
  • 입력 : 2019. 04.03(수) 19:13
  • 이기수 기자
이용섭 광주시장(가운데)이 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한전배구단 전용체육관을 찾아 선수단과 면담에 앞서 이호평 한전 관리본부장, 공정배 선수단장과 체육관을 둘러보고있다./광주시 제공
한국전력 남자 프로배구단 연고지 광주 유치에 광주시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20일 한전 배구단 유치 의향서를 한전측에 제출한데 이어 이용섭 광주시장이 한전 배구단과 한전 임원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연고지 광주 이전을 설득하고 나섰다. 광주배구협회와 광주시체육회 등 체육계도 시민을 상대로 서명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지역민의 염원을 모으고 있다. 한전 배구단 유치에 광주지역 국회의원도 가세하고 나서 지역 역량이 결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프로 배구단의 연고지 이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전 배구단의 다음 시즌 연고지 문제를 놓고 광주시와 수원시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한전 배구단의 현재 연고지는 수원시인데 연고지 계약이 4월에 종료돼 수원시는 재협약 요청서를 한전에 제출한 상황이다.

이처럼 광주시와 광주체육계가 한전 배구단 광주 유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 본사의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이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어서다.

한전 본사가2014년 11월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만큼 산하 운동팀도 해당 지역으로 이전함으로써 지역민들이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 연고 프로팀을 응원함으로써 한전과 지역민의 동질감 형성이 기대되고 있다. 한전 배구단 광주 유치는 한전 직원들이 혁신도시에 조기에 정착하고 지역민과 하나되는 매개체로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전망인 것이다.

공공 기관 소속 프로팀이 본사 이전에 따라 연고지를 옮긴 사례도 있다.

수도권에 연고지를 뒀던 한국도로공사 여자 프로배구단이 본사가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된 뒤 2016 시즌부터 연고지를 김천시로 변경했다.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단은 김천으로 연고지 이전 후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하고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배구단 광주 유치는 2016년 추진된 바 있었다. 당시 광주시와 한전측은 이와 관련 협의를 진행했는데 한전이 연고지 이전에 필요한 요건 미비 등을 이유로 수원시와 3년 연고지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무산된바 있다.

한전 배구단측은 지난 2016년 광주시와 광주배구협회와의 협의때부터 광주시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 조건 충족을 주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가 제안한 배구단 전용 경기장(염주체육관) 개보수 등에 시간이 필요하고 광주에는 한전배구단 연습 경기 대상팀 부재와 수도권에 경기장과 숙소가 있어 이동 거리가 멀어 경기력 저하가 우려되고 팀이 지방에 있는 관계로 우수 선수 확보가 어렵고 경기장 최소 관중 (최소 3000명)확보가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연고지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같은 한전 배구단의 입장에 대해 광주시는 조목 조목 반박하고 있다. '긴 이동 거리와 경기력 저하' 주장에 대해서는 프로배구 팀의 성적과 경기력이 지역이나 이동 거리가 좌우하는 게 아니라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역 사회의 배구단에 관심과 열성적인 응원이 크게 좌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력 본사와 관계사 직원 2000명 가까이 혁신도시에서 근무한데다 광주는 동계스포츠가 전무해 관중 동원면에서 수원시보다 광주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남녀 프로배구 구단들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지방으로 이전해 스포츠의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도 광주시가 한전배구단 광주 유치 명분이다. 과거 나산 클레프 남자 프로 농구단과 신세계 쿨캣 여자 프로농구단이 광주를 연고지 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동계 프로 스포츠팀은 1곳도 없다.

광주배구협회 등 체육계에서는 지역 배구 엘리트 선수들의 연계 육성 활성화를 위해서도 한전 배구단 유치가 필요하다면서 5만 명을 목표로 시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현재 광주에는 문정초, 치평초, 문흥중, 광주체육중, 광주전자공업고, 광주체육고, 조선대, 호남대,(주)e-메디원 등 총 9개의 배구팀이 있다. 프로 배구단이 지역 연고로 이전하게 될 경우 야구, 축구와 마찬가지로 지역 엘리트 선수들의 진로를 보장할 기회가 주어져 연계 육성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순근 광주시체육회 사무처장은 "한전 프로 배구단의 광주 연고지 유치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광주 체육인을 비롯한 광주 시민 모두의 염원이다."며 "지역 엘리트 선수 연계 육성 강화와 겨울스포츠 활성화 등을 위해 광주 유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서명 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광주배구협회는 2016년부터 배구 동호인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전배구단 광주 연고지 유치 서명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오는 등 한전배구단 광주 유치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갑수 광주배구협회장은 "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광주시가 한전배구단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아닌만큼 선수 숙소와 훈련장 건립 등과 같은 재정 부담이 없으면서 한 시즌 36경기중 절반만이라도 광주에서 개최하는 방식의 연고지 이전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이라는 견해를 밝힐 정도로 한전 배구단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나주에 한전 공대를 설립키로 결정했고 혁신 도시 일원에 에너지밸리를 추진하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배구단 유치를 위한 대외적 당위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광주시와 광주 시민의 열망을 내팽겨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배구단 연고지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구단주인 한전 사장이니만큼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에 광주시와 지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