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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1, 초분, 솔가지로 관을 덮는 장면, 최덕원 촬영 수년 전 본 지면을 통해 초분을 다룬 바 있다. 최길성이 보고한 전북 위도의 증골장(蒸骨葬) 사례를 다시 주목한다. 초분에서 뼈를 추려가지고 집으로 와서 시루에 넣고 찌면서 당골이 굿을 한다. 발목 묶인 제물(祭物) 수탉이 울면 영혼이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굿을 중지한다. 비로소 시루에서 뼈를 꺼내어 깨끗이 한다. 최덕원은 시커먼 뼈라도 시루에 넣고 찌면 새하얗게 고운 모습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임산부일 때는 반드시 초분을 한다고 증언한다. 빈(殯)이라는 초분의 장례법 모두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독장 즉, 항아리 등에 넣어 돌로 묻어두는 아이들의 주검처리 형태와 연관된다. 왜 뼈를 찌거나 닦아내어 다시 매장하는 것인가? 초분으로 대표되는 이차장례에는 살보다 뼈를 중시하는 어떤 관념 즉 영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
편집에디터2020.11.26 12:28화순군 벽송리 고인돌 고인돌은 '굄돌'을 놓아 만든 무덤이라는 뜻이다. 굄돌 위에 대형의 판석을 덮었으니 사실은 '덮은돌' 혹은 '누운돌'이라는 이름이 정확할지 모른다. 세운 돌을 '선돌', 한자말로 '입석(立石)'이라 한다. 세운 돌과 대칭관계를 이룬다고 봤을 때 서있는 돌과 대칭되는 개념은 '누운돌' 혹은 '덮은돌'이다. 중국에서는 석붕(石棚), 유럽 등지에서는 돌멘(Dolmen) 등으로 호명한다. 석붕의 붕(棚)이 시렁이나 선반 같은 것을 말하므로 '돌선반'이나 '윗덮개' 즉 '덮은 돌'에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Dolmen'의 'men'이 돌이라는 뜻이고 'dol'이 탁석(卓石)이라는 뜻이니 테이블 모양의 돌 즉 이것도 위의 덮은 돌에 의미를 둔 호명 방식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위에 덮은 판석보다 밑에 고인 굄돌에 의미를 부여하는 '고인돌'이라고 이름을 지었을...
편집에디터2020.11.19 12:481963년 광주 신창동유적에서 출토된 옹관- 유물번호: 신창2568 옹관 1점.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광주 신창동 선사유적지 북쪽 1.5Km, 월계동 장고분(기념물 제20호)이 있다. 기원전 2세기에서 1세기로 편년되는 초기 철기시대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늪과 못터, 토기 가마터, 배수 시설, 집터와 독무덤 등이다. 농경생활과 관련된 유적들을 다량 확인할 수 있다. 영산강의 습지와 낮은 구릉지대가 마치 작은 사막처럼 연결되어 있는 충적지대다. 영산강의 범람에 의해 형성되었을 늪과 못터가 10개 층, 크게는 3개 단위로 발견된 바 있다. 이곳에 살았던 이들이 영산강의 토착민들이다. 출토유물들은 빗 괭이, 나무뚜껑, 굽다리 접시, 검은 간토기 등의 목재류와 토기류, 칠기류, 석기류는 물론 탄화미, 탄화맥, 볍씨, 살구씨, 호도씨, 오이씨 등의 씨앗류 등이고 민물 조개류...
편집에디터2020.11.12 10:23메인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순다캘라파 항구에 정박중인 목선들. 2017. 9. 이윤선 전라도 진포 바깥 군산바다에 나타난 진언상, 1406년 8월 11일 태종실록의 기록에 나오는 이름이다. 2017년 이맘때쯤 이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풍경이기도 하다. 그 한 장면을 다시 소환한다. 나주바다, 지금의 신안군 북쪽 언저리를 돌아 왕등도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이른 아침이었다. 내안 방향에서 왜구들의 배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모두 열다섯 척이었다. 조류 흐름을 타고 있던 터라 왜구의 배들이 순식간에 이물에 이르고 말았다. 대비할 틈도 없었다. 뱃전으로 뛰어오르는 왜구들을 향해 결사항전을 벌였다. 긴 칼과 삼지창이 무용지물이었다. 복부가 터지고 머리가 잘려 물속에 곤두박질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피투성이가 되어 물에 떨어진 자들이 고물 너머로 쏜살같이 밀려났다. 들물 받은 배들이 엉키...
편집에디터2020.11.05 11:22칼 귀츨라프-위키백과 1832년 개신교 선교사 귀츨라프의 극동아시아 여정 "공충감사 홍희근이 장계에서 이르기를, 6월 25일 어느 나라 배인지 이상한 모양의 삼범죽선 1척이 홍주(洪州)의 고대도(古代島) 뒷 바다에 와서 정박하였는데, 영길리국의 배라고 말하기 때문에 지방관인 홍주목사 이민회와 수군 우후 김형수로 하여금 달려가서 문정(問情)하게 하였더니, 말이 통하지 않아 서자(書字)로 문답하였는데, 국명국은 영길리국 또는 대영국(大英國)이라고 부르고(중략), 조선까지는 수로로 7만리인데 법란치, 아사라, 여송을 지나고 지리아 등의 나라를 넘어서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순조실록 32권 7월 21일 기사 내용이다. 개신교의 최초 선교사라는 귀츨라프 일행이 지금의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에 속하는 고대도 뒤편 바다에 정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32년...
편집에디터2020.10.29 12:29무안분청사기 명장전시관-무안군 일제강점기 야마다만키치로우(山田萬吉郞)라는 일본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여를 무안지역에 살면서 가마터와 분청사기를 연구했다. '미시마하끼메(三島刷毛目)'란 이름의 책이다. 무안문화원에서 무양향토문화총서 9호로 '야마다만키치로우가 바라본 무안분청사기 귀얄문'(2020년)이라는 번역본을 출간했다. '삼도'는 분청(粉淸)을, 쇄모(刷毛)는 귀얄을 말한다. 분청은 조선시대 자기의 하나다. 청자에 백토로 분을 발라 다시 구워낸 양식이다. 회청색 혹은 회황색을 띤다. 귀얄은 풀이나 옻칠할 때 쓰는 솔의 하나로 수수붓이라고도 한다. 주로 돼지털이나 말총을 넓적하게 묶어서 만들기에 그 문양이 투박한 느낌을 준다. 책의 목차들을 보니 무안의 분청, 무안출토 분청 고찰, 무안분청을 통해서 본 조선도자기 등 모두 무안지역의 분청사기를 추적하고 분석한...
편집에디터2020.10.22 13:13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신안 반월 당숲, 뉴시스 잃어버린 도깨비, 항간에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도깨비를 몰아낸 이들은 누구인가? 어두컴컴한 밤에만 출몰하던 도깨비들이 밤을 낮처럼 쓰는 전깃불에 밀려 산으로 바다로 도망 다니다 종내는 사라지고 말았다. 탄소문명이 도시 밖으로 몰아낸 것들이 어찌 도깨비뿐이겠는가. 밤이면 밤마다 마을이면 마을마다 도깨비들과 함께 살았던 우리들에게 이 상실의 무게는 얼마큼일까? 밤도 없고 낮도 없으니 만물이 소생하는 아침도 없고 만물이 죽는 저녁도 없다.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니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모호해지는 것 같다. 여러 나라들 중 자살률 일등한지가 십 수 년이 넘었고 고독사율마저 그 상위를 점하려 한다. 잠들지 못하는 도시는 거대한 공룡처럼 웅크리고 앉아 도대체 도깨비들의 출몰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 문명의 공...
편집에디터2020.10.15 15:26즐거운 만가 축제와 진도북놀이, 2013. 이윤선 촬영 남도풍속의 핵심을 보려면 진도를 보라 남도풍속의 지형은 넓고도 깊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도 어렵고 풀어서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삼국시대의 향가로부터 오늘날의 가요까지, 영산강이며 섬진강에서 한라 백두까지 남도에서 발원하고 재구성된 문화들이 켜켜이 쌓이고 확산되었다. 이 스펙트럼을 가늠하기란 어린 날 운조리(망둥어) 잡으러 개옹에 나갔다가 잊어버린 검정고무신짝 찾는 일보다 어렵다. 전문적인 연구자라도 그럴진대 일반인들이야 말할 것이 없다. 그래서다. 어딘가 혹은 무엇인가 샘플이 필요하다. 다행이 우리는 다양한 장르가 국가의 강제나 지방정부의 요청에 의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하고 더러는 잔존 유산으로 남아있는 지역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진도다. 전국 유일이라고 말하면 다른 지역에서 오해하겠지만 인구 삼...
편집에디터2020.10.07 11:111963년경 목포예술제, 손에 부채를 들고 노래하는 장면-목포예총 제공 판소리가 유네스코 지정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된 것은 2003년 11월 7일이다. 2001년 종묘 제례 및 종묘 제례악이 지정되고 나서 두 번째 맞이한 경사였다. 이에 앞서 1964년 다섯 번째로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그만큼 판소리가 갖는 국내외적 위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지정 판소리의 영문명은 'Pansori epic chant'이다. 에픽은 장편서사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고 챈트는 구송(口誦)이라는 점을 강조한 번역이다. 춘향전 심청전 등 예로부터 전해져 온 장편 이야기를 노래로 꾸민 장르임을 분명하게 해두었다. 또 챈트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비롯해 불교의 독경이나 범패 등 성가 혹은 송가를 말하는 것이어서 반복적인 곡조로 부르는 노래 양식임을 알 수 있다. '판...
편집에디터2020.09.24 15:04대나무를 두드려서 만든 죽필(문상호) "아버지는 어린 내게 글쓰기를 시키셨다. 선거 때마다 나누어주던 한 장짜리 달력의 뒷면이며 어쩌다 얻은 빛바랜 종이들이 내 공책의 전부였다. 아버지, 무슨 글자를 쓸까요? 무슨 글이든 써라. 글자라고 생긴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일자무식 아버지는 내가 쓰는 것이 무슨 글자인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셨다. 단지 여백을 채우기를 바라셨다. 희거나 빛바랜 폐지들이 까맣게 채워지는 것을 흡족해하셨다. 마을 구장께 쌀섬 져다주고 수학했던 천자문, 일찍 깨친 한글들, 아무런 의미 없는 그림들을 마구 그렸던 것 같다. 망뫼산 꼭대기 성근 별 같던 글자들은 그렇게 우리집 마당에 내려앉았다." 내가 2020년 목포문학상(남도작가상) 소설부문을 수상하면서 남긴 소감 중 일부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이 소설이든 시이든 혹은 논문이든 내게는 이 땅 민중...
편집에디터2020.09.17 13:0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까마귀 모른 식게 우리 집 제사상이나 차례상의 구성은 늘 본상과 정체모를 상, 그리고 성주상 등이었다. 물상들에 대한 지각이 생긴 후였을 것이다. 어머니께 정체모를 상에 대해 여쭸다. 작은아버지 말씀을 하셨다. 혼인하지 못한 채 돌아가신 내력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늘그막에 나를 낳으셨으니 1900년생인 작은아버지를 내가 알 리 없었다. 아버지는 동생을 잃고 수년간을 자다가 울고 자다가 울고를 반복하셨다 했다. 친형제라지만 무엇이 그토록 아버지를 애달프게 하였을까? 작은아버지는 도회지에 나갔다가 돌아오자마자 격리되셨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병막이었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떤 전염병이었던 모양이다. 거적과 마람(...
편집에디터2020.09.10 13:26순천 낙안읍성마을. 뉴시스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 테레사 수녀가 선종하면서 남긴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성인의 경지에 오른 그녀 아닌가. 약속받은 천국이 있으니 87년간의 이승일지라도 고작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을까? 글쎄다. 그녀가 평생을 두고 사랑했던 이름도 빛도 없던 빈민과 노인과 아이들에 비추어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종교인이든 무신론자든 속절없는 시간과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다고나 할까. 극락을 예비한 자도 천국을 약속받은 자도 예외 없는 것이 실존적 고독과 외로움 아닐까. 가까운 예로 오랫동안 OECD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살률을 들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26.6명(2018년 기준)에 이른다. 2020년 6월 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자살예방백서 자료다. 201...
편집에디터2020.09.03 18:23해남씻김굿 이수자 명인의 길닦음에서 사용하는 넋당삭(혼령을 싣고 하늘로 가는 배)-이윤선촬영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 배 한 척이 격랑 속의 나뭇잎처럼 거칠게 흔들리며 파도와 파도를 간신히 타넘어 간다. 키 잡는 방이 배 위에 작은 집처럼 솟아오른 어선이다. 그 배의 밑바닥은 잡은 고기를 가두어놓는 곳이다. 사람이 허리를 펴고 앉아 있을 수조차 없는 낮은 천장 아래 바닥에는 물이 찰박거리며 차올랐다. 거기 꾸물꾸물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열 스물 서른 남짓의 남녀와 아이들이 보인다. 뱃전을 울컥이며 넘어간 물결이 갑판을 휩쓸고 어물칸에 쏟아져 들어간다. 아이들과 여자가 허우적거리며 기어 나온다." 황석영의 소설 (2007)에서 탈북소녀 '바리'가 밀항하는 장면이다. 군더더기 미장센이 장치될 틈이 없다. 긴박하다. 하지만 망망대해에 놓인 개별 존재로서의 고독들이 마주하는...
편집에디터2020.08.26 14:54풀어 쓴 심청전 책 표지 중 하나 심청이 빠져 죽은 인당수 "한 곳을 당도하니 이는 곧 인당수라. 대천바다 한 가운데 바람 불어 물결 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 날, 갈 길은 천리만리나 남고, 사면이 검어 어둑 정그러져 천지적막한데, 까치뉘 떠들어와 뱃전머리 탕탕, 물결은 와그르르 출렁 출렁 도사공 영좌(領坐)이하 황황급급(遑遑急急)하여 고사지제를 차릴제, 섬 쌀로 밥 짓고 온 소 잡고 동우술 오색탕수 삼색실과를 방위차려 갈라 궤고 산돗 잡아 큰칼 꽂아 기는 듯이 바쳐놓고 도사공 거동 봐라 의관을 정제하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 둥~(하략)" 판소리 심청가 중,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이다. 엇모리장단으로 긴박하게 노래하다가 느린 자진모리로 한자성어 투의 긴 사설을 읊어낸다. 급기야 휘모리장단으로 물에 빠지는데, 북소리를 뒤로 하며 마지막 사설이...
편집에디터2020.08.19 13:47당금애기 공연 포스터-2019 국립무형유산원 심청가의 올라가는 중 흥보가의 내려가는 중 "중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오는디 이 중은 올라간다. 저 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 화주승이라. 절의 중창 하랴하고, 시주집 내려왔다. (중략) 죽장을 들어 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 끼웃거리고 올라갈제 한 곳을 살펴보니 어떤 사람이 개천 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익히 알려진 판소리 심청가의 '중 올라가는 대목'이다. 판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강의 서사는 비슷하다. 가사 중의 개천물에 빠져 죽게 된 어떤 사람은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다. 심청을 기다리던 중 더듬더듬 문밖으로 나갔다가 개천물에 빠져버린 상황이다. 심청전이라는 거대 서사는 곽씨부인의 죽음과 심청의 출생으로부터 시작하지만 봉사가 물에 빠지는 장면, 중이 올라와 구하는 장면 등 이야기가...
편집에디터2020.08.12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