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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와 머시기 대처나 참말로 거시기하네야. 저 머시냐 거시기, 그랑께 아무리 그란다고 진짜로 거시기해블믄 어쩌자는 것이여? 여기서의 '거시기'는 무엇을 말할까? 남도 지역에서 '거시기'가 빠지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거시기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이다. 작은 단위든 큰 단위든 일정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굳이 특정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상이나 정서를 말한다. 담화표지(discourse marks) 중에서 이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지시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서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편집에디터2022.03.17 17:13무안 삼향 초의기념관에 복원된 일지암. 이윤선 연하(烟霞)가 난몰(難沒)하는 옛 인연의 터에/ 중 살림 할 만큼 몇 칸 집을 지었네 못을 파서 달이 비치게 하고/ 간짓대 이어 백운천(白雲泉)을 얻었으며 다시 좋은 향과 약을 캐나니/ 때로 원기(圓機)로써 묘련(妙蓮)을 펴며 눈앞을 가린 꽃가지를 잘라버리니/ 좋은 산이 석양 노을에 저리도 많은 것을.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짓고 지은 시라 한다. 일지암을 아는 사람들은 이 시가 형용하고 있는 풍경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짙은 운무 출몰하는 비경과 초암에 앉아 차 한잔하는 즐거움이 보이지 않는가. 대흥사 일지암이 지금은 운용의 묘를 살린 탓인지 여러 채의 절간들이 들어서 있지만, 그 중심은 예나 지금이나 초암 곧 일지암에 있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각양의 인사들과의 교류가 낳은 총화라고나 할까. 여기에 초기 카톨릭의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핼러윈 데이인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강국 얘기가 나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화가 기반이 되고 돈이 되는 강한 나라라는 뜻으로 채택한 용어일 텐데, 비전이나 전략이 명료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껏 강국이라는 용어 앞에 붙였던 접두어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지 않겠나. 경제 강국, 글로벌 강국, 녹색 강국, 해양강국 등 균분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접두어를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아마 김대중 정부시절 지식정보 강국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래, 벤처 강국이니 문화콘텐츠 강국이니 따위의 용어로 확산한 것 아닌가 싶다. 노무현정부 때 문화강국 이야기가 회자되더니, 이명박정부 때 세계 속의 문화강국, 박근혜정부 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기반의 문화강국이란 용어를 사용해온 것 같다. 현재 중국에서 화두 삼고 있는 ...
편집에디터2022.03.03 14:404년 전 무형문화재에 대한 논쟁을 이 지면에 다룬 적이 있다(2018. 8. 24). 원형과 전형 논쟁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 그것을 다시 환기하는 이유는 그 이름이 명을 다해서라고나 할까. 규정한 법률에 의하면 세시풍속은 물론이거니와 기후 인식이나 갖은 관념들까지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1962년으로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세월의 변화에 대한 반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대개 원형(原型)과 원형(原形)은 일반인들이 전혀 구분하지 않고 쓴 용어다. 법률이든 관념이든 모두 의식의 본바탕 혹은 무의...
편집에디터2022.02.24 15:14부울경이 한해륙 동남부 지방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에서, 메가시티 전략 혹은 동남권 비전을 담아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메가시티는 인구 천만의 경제·행정 도시연합을 말한다. 부울경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부상한 아젠다이다. 일본의 오사카나 영국의 맨체스터 등이 거론되는 듯하다. 수도권에 대응해 지역을 묶는 정책이니 경제연합은 물론 쓰레기매립장 등 공동문제를 풀어내기에 좋아 보인다. 수도권 일극체제 전환을 위해 유효한 전략이라고 한다.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천만명 이상 도시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늘어난다고도 한다. 동남권 경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부울경 또한 약 800만을 헤아리니 메가시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겠...
편집에디터2022.02.17 16:32한국공연문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를 발표했다. 손재오 극단갯돌 예술감독이 몇 가지 질의한 게 있어 답한다. 논문 한 편당 독자가 세 명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논문의 심사를 대개 세 명이 맡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심사자 아니면 아예 읽는 이가 없다는 슬픈 고백이라고나 할까. 이를 총괄하는 학술재단의 무능력을 조롱하는 시선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으되 내 전공 혹은 인접 분야들의 경우, 철 지난 강령과 이념에 사로잡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의 차원에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니 어떤 족쇄들을 만들어 전통이니 문화재니 따위의 항목에 채워두고, 자연스레 일어날 창발을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어디 세 명만 읽는다는 논문의 문제뿐이며 철 지난 강령에 머물러 있는 학술단체의 일뿐이겠는가. 장차 문화재청을 문화창의청(文化創...
편집에디터2022.02.10 16:44설중매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고려말 목은 이색(李穡, 1328~1396)이 읊은 매화시이다. 매화를 노래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로 알려져 있다. 흰 눈이 수북이 쌓인 골짜기는 필시 고려말의 혼란기를 뜻하는 것이다. 혼란의 구름이 머물러 있으니 눈 속에 피는 설중매를 마주할 길이 없다. 매화를 기다리는 마음은 나라의 혼란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심정을 읊은 것이다. 석양에 홀로 청청하게 서 있었다는 행간을 읽으면, 깊은 눈 속에 매화가 피어있듯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는 와중의 격변을 그려볼 수 있다. 그저 눈 속에 피는 한 송이 매화를 읊은 것이 아니다. 이색이 누구인가.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포은(圃隱) 정몽주, 야은(冶隱) 길재와 더불어 삼은(三...
편집에디터2022.02.03 17:14범 내려 온다. 범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동개같은 뒷다리, 전통같은 앞다리, 쇠날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 헤치며 주홍입 떡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서 흥앵흥앵 하는 소리 산천이 뒤엎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라가 깜짝 놀래 목 움츠리고 가만히 엎졌을 때. 이날치 밴드가 불러서 일약 국민가요가 된 '범 내려온다' 대목이다. 판소리 수궁가 중 한 대목이다. 일제강점기 임방울이 불러 국민가요가 ...
편집에디터2022.01.27 15:05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백두대간은 학문 각 분야의 관심과 연구를 통섭적으로 아우르는 '백두대간학'으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최원석, 산의 인문학, 지리산에서 백두대간으로). 이는 지난 30년 동안 인문, 사회, 자연과학 각 분야에서 백두대간 관련 논문과 보고서, 단행본 등이 무려 1,500여 편이나 나왔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며, 통일시대에 남북한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지리교과서 및 백두대간 지명사전, 백두대간 지도 편찬, '백두대간학'으로의 발전 등...
편집에디터2022.01.20 16:24고려뱃길 시험탐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통신사선. 이윤선 흑수양(黑水洋)은 북쪽 바다이다. 점점 깊숙이 들어갈수록 물빛은 진한 먹처럼 검은색이었다. 갑자기 그것을 보면 정신과 담력을 모두 잃게 된다. 성난 파도가 뿜어내는 것이 우뚝 솟은 만산과 같고, 밤이 되면 파도 사이가 불처럼 밝게 빛난다. 배가 파도 위로 올라갈 때는 바다가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오직 밝은 해만 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배가 내려가 파도 밑에 있을 때 전후의 수세를 바라보면 높이 하늘을 가리며 위장이 뒤집히고, 헐떡거리는 숨만이 겨우 남아있어 쓰러져 구토하고, 먹은 음식(粒)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요 위에 피곤해 누워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방을 높이 올려 구유(槽)와 같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울어져 이리저리 굴러 몸을 다치게 된다. 이 때에 몸이 만 번 죽을 수 있는 고비에서 벗어나길 바...
편집에디터2022.01.13 16:242021. 11. 21. 광주광산농악 한마당. 이윤선 한강의 끝자락 조강포에서 터울림을 한 것이 4년 전이다. 주지하듯이 조강포는 마금포, 강령포와 더불어 한강 하류의 3대 포구였다. 한강, 예성강, 임진강의 염하(鹽河)가 만나 한길을 이루고 서해로 접어드는 물길이다. 전라 충청의 모든 물류가 한양으로 나들던 길목이요 대중국 교류의 대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쉬었다가 한물을 올라가면 서울 마포다. 지금은 철책으로 막아버려 북쪽 땅끝이 되어버린 곳이다. 2018년 당시 나는 이곳을 중심으로 풍물활동을 하던 노나메기팀과 합류하여 조강포 나루표지석 앞에서 신년 마당밟이를 하였다. 땅을 울리니 터울림이요 바람을 더불어 울리니 공명(共鳴)이었다. 아시아문화연구원 김용국 원장과 만나 내가 제안을 하였고, 노나메기 대표가 응대하여 이루어진 쾌거였다. 분단 이후 최초로 조강포를 울렸던 쇠북소...
편집에디터2022.01.06 14:39광주 동곡박물관 전시. 이윤선 태초에 천지가 혼돈이었다는데요/ 하늘에서 청이슬 내리고 땅에서 흑이슬 솟아나/ 음양 상통 합수되어 만물이 생겨났드랍니다./ 천황닭 목을 들고 지황닭 날개를 치니/ 인황닭 꼬리쳐 울어 갑을동방 먼동이 터온 게지요./ 그뿐이것습니까. 궤짝에서 태어난 알지 말입니다./ 구름 속 황금상자 자색구름 타고 내려오는디/ 아, 순백의 닭이 나무 밑에서 울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호공이 아뢰니 왕이 친히 나가 상자를 열었는디/ 떡두꺼비 같은 아이가 울고 있어 알지라 불렀다지요./ 온 세상 물에 잠기게 되었을 적 계봉 꼭대기/ 딱 닭 한 마리 앉을 자리 남아있었기에 닭제산 아닙니까./ 닭벼슬 관모 자라 주작되고 봉황되었는디/ 어디 삼족오가 따로 있고 백제금동향로가 따로 있겄습니까/ 사우 자시라고 장모님 잡는 닭이 주작이고 삼족오인게지요./ 경주 천마총 수십 개의 계...
편집에디터2021.12.30 16:20판소리고법 김명환. 한국학중앙연구원 2013년 흥미로운 뉴스가 한 일간지를 장식했다. 크라운해태제과, '판소리 100인 떼창' 세계 기록 인증이라는 한겨레신문 기사였다. 윤영달 회장과 임직원 100명이 함께 부른 판소리 '사철가' 떼창(합창)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100인의 판소리 떼창은 윤회장이 도창(導唱, 창을 이끄는 사람)으로 판소리 단가 첫 도입부 를 선창하고 임직원 100명이 각자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는 형식이었다. 사철가 떼창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사실은 100명의 고수들이 각자 북을 잡고 앉아 행한 고법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간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이 국악에 쏟은 정성과 관심이 이런 형태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수(鼓手)는 무엇이고 고법(鼓法)은 무엇인가. 판소리는 신재효가 정리한 '광대가'를 통해 그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고...
편집에디터2021.12.23 16:20순창성황대신사적현판 조사. 이윤선 "무격(巫覡)의 무리들이 어지럽게 무리 지어 모이고, 춤패와 노래패를 나열시키고 돌아다니며 제사를 받드는 것도 역시 지금껏 폐지되지 않은 것은, 그 영신(靈神)의 덕이 사람들의 눈마다 엄숙하였기 때문이다." 「순창성황사적현판」의 내용 중 무격과 관련된 부분이다. 무격(巫覡)은 무당(여자)과 박수(남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성황당의 의례에 많은 무당과 박수들이 모여들었다는 정보를 담고 있다. 성황제 의례 때문에 모였을 터인데 궁금한 것은 이들의 역할이다. 춤패와 노래패는 춤을 추고 노래했을 것이므로 그 기능이 짐작되는데 무격의 역할이 딱히 드러나지 않는다. '제사를 받드는 것도 역시 지금껏 폐지되지 않은 것은'에 나타나는 정보는, 당시에도 제사가 왕성하게 연행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 영신이 사람들의 눈마다 엄숙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편집에디터2021.12.19 14:31낙지의 부화, 줄탁동시(啐啄同時)에 기대어 지난 11월 26일 해남 신활력플러스추진단 강당에서 괄목할 만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름이 '땅끝 제철 진미 파티', 현재 5회째, 매달 한 번씩 연다. 11월 주제가 '낙지'였다. 남도 어느 지역이고 다르겠는가만 해남은 특히 사시사철 먹거리가 그치지 않고 순환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좋은 땅에서 좋은 먹거리가 순환되니, 제철의 맛있는 음식 나눔이라는 게 당연하고 또 마땅한 발상일 것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수준이 아니다. 모이신 분들의 생태적인 태도와 의지, 또 실천의 이력들을 보니 바로 이것이 지역을 살리는 첩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선 김에 낙지에 대해 몇 마디 축하 말씀을 드리고 왔다. 낙지를 소재로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할 때 늘 인용하는 말들이다. 낙지 한 마리를 먹으면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 남도 ...
편집에디터2021.12.09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