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추산마을 전경. 남도의 명산 백운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이돈삼 완연한 봄날이다. 새봄에도 가볍게 다니려면 건강을 챙겨야 한다. 고로쇠 약수가 떠오른다. 효능은 이미 입증됐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많이 머금고 있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약수 한 사발을 그리며 광양 추산마을로 간다. 백운산 자락은 고로쇠 약수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약수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마시고 기운를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다섯 토막의 삽화로 고로쇠 약수의 효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을에 사는 동양화가 김정국의 솜씨다. 이 약수로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도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섬은 가끔 제 스스로 텔레파시를 보내 사람을 유혹한다. 섬 스스로 고독이란 DNA가 있어 견디는 일이 극에 달하면 먹먹하고, 무료하고, 한 없이 나약한 영혼을 불러댄다. 올해 겨울, 제주도가 그랬다. 하릴없이 먼 곳을 응시하는 일이 많던 내 안에 바람 한 점이 훅 들어왔다. 나는 또 길을 나섰다. 천천히 랜딩기어가 작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제주도가 나를 불렀다는 것을 확신했다. 바람과 막막함, 낯선 풍경들이 미리 말을 걸어왔다. 말쑥한 건물과 건물사이, 햇살이 튀어 오르는 돌담과 돌담 사이, 도랑과 도랑 사이에 거리가 펼쳐졌다. 때로는 북적거리며 사람들이 걷고 때로는 적막이 머물기도 했다. 처음과 끝을 연결하듯 반복적인 루트를 제공하듯 조용히 드러누워 있는 거리였다. 수많은 거리를 통과하여 내가 당도한 곳은 섬 안의 섬 우도였다. 푸르다 못해 시퍼런 우도 바다 우도(牛島) -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거듭되는 고난 속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3월의 따뜻한 봄이 시작되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신학기를 맞이하여 책가방과 설레임을 안고 개학이라는 교문을 넘어섰다. 하지만 매일 하교 후, 학교에서 나눠 준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로 자가진단을 하며 설레임과 동시에 얻은 불안감 또한 떨칠 수 없는 심정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28번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는 봄을 그토록 기다렸던 예술가이자, 세계적이고 20세기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박수근을 소개한다. 얼마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성황리에 종료되었던 대규모 회고전시(2021.11.11.~2022.03.01.) 을 돌아보며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수근_나무와 두 여인_캔버스에 유채_130×89cm_1962년_리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진행되었던 박수근 회고전 전시는 총 4부로 가족...
편집에디터2022.03.06 14:15핼러윈 데이인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강국 얘기가 나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화가 기반이 되고 돈이 되는 강한 나라라는 뜻으로 채택한 용어일 텐데, 비전이나 전략이 명료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껏 강국이라는 용어 앞에 붙였던 접두어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지 않겠나. 경제 강국, 글로벌 강국, 녹색 강국, 해양강국 등 균분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접두어를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아마 김대중 정부시절 지식정보 강국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래, 벤처 강국이니 문화콘텐츠 강국이니 따위의 용어로 확산한 것 아닌가 싶다. 노무현정부 때 문화강국 이야기가 회자되더니, 이명박정부 때 세계 속의 문화강국, 박근혜정부 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기반의 문화강국이란 용어를 사용해온 것 같다. 현재 중국에서 화두 삼고 있는 ...
편집에디터2022.03.03 14:40고흥군 포두면 길두리 안동마을에 창건해 정걸(丁傑) 장군 등의 신위를 모신 안동사 사당. 정걸 장군 정걸 장군 신도비 정걸 장군 교지 전라·경상·충청수사를 다 역임하다 임진왜란 내내 이순신의 곁을 지킨 영웅이 있었다. 흥양(지금의 고흥) 출신의 정걸(丁傑, 1514~1597)이 그다. 정걸은 이순신보다 31년이나 대 선배였지만, 까마득한 후배 이순신을 상관으로 모시며 불멸의 이순신을 만든 인물이었다. 그러나 오늘 정걸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순신을 불패의 신화로 만든 정걸은 중종 9년(1514)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에서 태어난다. 중종 39년(1544) 무과에 급제하여 훈련원봉사, 선전관, 서북면 병마만호를 역임했다. 그가 무과에 급제한 해인 1544년은 이순신이 태어나기 1년 전이었다. 명종 10년(1555) 을묘왜변 당시 해남·강진 등지에 출몰한 왜구를...
편집에디터2022.03.02 17:23지금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날이 어두컴컴해서 낮인지 저녁인지도 헷갈린다 붉게 둥근 것이 태양이러니 하지만 뜨는 것인지 지는 것인지 그것도 헷갈린다 응당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이지만 요즘 같아서는 그것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뜨는 것도 진다고 우기면 되고, 지는 것도 지금 뜨고 있다고 빡세게 우긴 놈이 임자니까 요즘 세상이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절이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지만 정말 그 정의라는 게 있기는 하는 것인가 거짓으로 우기는 놈도 밉지만 그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자들이 더욱 한심스럽다...
편집에디터2022.03.03 14:404년 전 무형문화재에 대한 논쟁을 이 지면에 다룬 적이 있다(2018. 8. 24). 원형과 전형 논쟁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 그것을 다시 환기하는 이유는 그 이름이 명을 다해서라고나 할까. 규정한 법률에 의하면 세시풍속은 물론이거니와 기후 인식이나 갖은 관념들까지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1962년으로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세월의 변화에 대한 반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대개 원형(原型)과 원형(原形)은 일반인들이 전혀 구분하지 않고 쓴 용어다. 법률이든 관념이든 모두 의식의 본바탕 혹은 무의...
편집에디터2022.02.24 15:14만호동 전경. 목포진 역사공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이돈삼 '보통학교 4학년 때 우리 가족은 드디어 목포로 이사했다. 그 전에 나는 틈만 나면 뭍으로 가겠다고 떼를 썼다. 혼자 일본에 가서 공부하겠다며 부모님을 조르기도 했다. 신문 배달을 해서라도 독학을 하겠다고 했다. …(중략)… 자식들을 뭍에서 공부시키겠다는 어머니의 의욕이 합쳐져 생활 터전을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뭍으로, 큰 곳으로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청운의 뜻을 품고 배에 올랐다. 1936년 가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소년 시절에 대한 회고다. 그의 자서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년 김대중의 눈에 비친 목포는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하의도 생활을 정리하고 함께 나온 어머니 장수금은 목포항이 내려다보이는 비탈진 언덕에서 영신여관을 운영했다. 그 '별천지'가 지금의 목포시 만호동이...
편집에디터2022.02.24 14:36송악산과 한라산이 보이는 들판 길. 차노휘 정이 있는 곳 모슬포 운진항에서 17분이면 도착하는 가파도. 가파도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람'이다. 오래 전 그곳에 처음 갔을 때 태풍이 불기 직전이었다. 택시 아저씨가 추천해 준, 이미 그 아저씨가 전화까지 해준 '춘자네' 집만 믿고 막배를 타고 갔던 그 날. '춘자네' 아주머니는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서야 당신의 집은 '시커먼 낚시꾼들'이 많다며 다른 집을 소개해주었다. 그 다른 집은 지금은 반찬이 많기로 유명해진 식당이 딸린 숙소였다. 까다롭게 보이는 그곳 주인보다는 정감 있게 나를 안내해주었던 '춘자네' 아주머니를 잊지 못한 나는 그곳에 가면 상동포구 인근에 있는 '춘자네 집'에서 요기를 한다. 아마도 그분은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조용히 들어가서 별 특징 없이 먹고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곳에 들렀...
편집에디터2022.02.24 17:46부울경이 한해륙 동남부 지방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에서, 메가시티 전략 혹은 동남권 비전을 담아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메가시티는 인구 천만의 경제·행정 도시연합을 말한다. 부울경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부상한 아젠다이다. 일본의 오사카나 영국의 맨체스터 등이 거론되는 듯하다. 수도권에 대응해 지역을 묶는 정책이니 경제연합은 물론 쓰레기매립장 등 공동문제를 풀어내기에 좋아 보인다. 수도권 일극체제 전환을 위해 유효한 전략이라고 한다.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천만명 이상 도시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늘어난다고도 한다. 동남권 경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부울경 또한 약 800만을 헤아리니 메가시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겠...
편집에디터2022.02.17 16:32관부재판 승소 판결을 보도한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맨 앞의 인물이 이금주 회장 태평양전쟁 유족회 광주시지부 사무실 앞에 선 이금주 회장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이금주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태평양전쟁 유족회 광주시지부 남편의 전사통지서가 날아오다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회장 이금주(李錦珠, 1920~2021)는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광복 후 일본의 강제 징용에 대한 사과와 배상, 강제 징용당한 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도쿄·시모노세키‧나고야 등의 일본 법원에 7건의 소송을 직접 진두지휘한 여전사였다. 70세가 넘는 고령으로 일본을 건너간 횟수만도 80여 회를 넘는다. 소송은 패소로 이어졌지만, 절망하지 않고 30여 년을 버텨냈던 것은 징용으로 끌려가 사망한 남편과 피해 유가족의 명예 회복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다. 이금주는 1920년 평양에서 6형제 중 맏이로 태어나 평...
최도철 기자2022.02.16 16:36우리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노라 며칠 전이 정월 대보름이었다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면서 소망들을 비셨는가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면 우리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지금은 흔하지는 않지만 마을 입구에 세워진 솟대다 솟대는 마을 공동체 신앙의 하나다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하여 정월 대보름에 마을 입구에 세우는 것으로 그 기원은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 분포는 만주, 몽골, 시베리아 등에 이르는 장승과 함께 북아시아 샤머니즘 문화권의 오랜 역사를 지닌 신앙물이자 전통문화다 새를 통하여 하늘과 인간세상...
편집에디터2022.02.17 16:32한국공연문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를 발표했다. 손재오 극단갯돌 예술감독이 몇 가지 질의한 게 있어 답한다. 논문 한 편당 독자가 세 명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논문의 심사를 대개 세 명이 맡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심사자 아니면 아예 읽는 이가 없다는 슬픈 고백이라고나 할까. 이를 총괄하는 학술재단의 무능력을 조롱하는 시선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으되 내 전공 혹은 인접 분야들의 경우, 철 지난 강령과 이념에 사로잡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의 차원에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니 어떤 족쇄들을 만들어 전통이니 문화재니 따위의 항목에 채워두고, 자연스레 일어날 창발을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어디 세 명만 읽는다는 논문의 문제뿐이며 철 지난 강령에 머물러 있는 학술단체의 일뿐이겠는가. 장차 문화재청을 문화창의청(文化創...
편집에디터2022.02.10 16:44돌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돌산대교와 당머리마을 야경. 황홀한 조명에 마을이 빛나고 있다. 이돈삼 '여수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여수밤바다♬….' 마을 건너 돌산도에서 본 돌산대교와 당머리마을 풍경. 마을이 돌산대교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이돈삼 버스커버스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수밤바다'를 흥얼거리며 여수로 간다. 그렇다고 오늘 목적지가 '여수밤바다'는 아니다. 화려한 밤바다의 조명 속에 들어앉은 여수 당머리다. 당머리는 코로나 시대 '비대면 여행지'로 제격이다. 전라남도 여수시 대교동(大橋洞)에 속한다. 대교동은 오래 전 남산동과 봉산동이 합해져 만들어졌다. 남산동은 예암산의 다른 이름인 '남산'의 아래에 자리...
편집에디터2022.02.10 16:49밭담길 풍경 되새김 길 제주내륙에서의 올레 마지막 코스는 해녀 박물관을 등지고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공원을 가로지르면서 시작된다. 다른 코스에 비해 거리가 짧은 편이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뭔가 아쉬우면서도 특별하게 여기지는 길이다. 그래서일까. 해뜨기 전의 거친 바람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나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옛 봉화대가 있었다는 나지막한 연대동산으로 가볍게 들어섰다. 마을과 밭길, 바닷길, 그리고 오름이 각각 N분의 1씩 차지한다. 군살 없는 볼거리들로 오목조목 조합되어 있다. 워밍업을 하듯 연대동산을 지나서 면수동의 옛 이름인 '낯물'에 있는 밭길이라는 뜻의 '낯물밭길'로 들어선다. 겨울이어도 노란 무꽃과 유채꽃이 커다란 꽃다발처럼 밭 가득 피어 있어 밭담길은 흡사 계절이 실종된 풍경화처럼 화사하다. 무엇보다도 바람이 만들어놓은 구름이 광활한 하...
편집에디터2022.02.10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