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이 떴다 휘영청 밝은 달이 떴다 천지간에 골고루 그 처량한 빛이라도 전해 주려나 금토끼 옥토끼는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우리는 그래도 저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쓴다 시상이 드럽고, 매질고, 꼴깝스러웅께 그렇게라도 혀야 살맛은 아닐지언정 술맛이라도 나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 이말이제. 달아, 달아, 둥근 달아! 이 시상엔 믿을 놈 없다지만 너라도 어디 팔려가지 말거라 집나간 낭만이 대수더냐 온갖 잡것들이 두렵더냐 처량한 너의 빛이지만 한눈팔...
편집에디터 2023.02.02 11:03현대인에게 ‘돈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인간은 두말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작금의 시대에 일어나는 전쟁도, 권력도, 세상의 모든 흥망성쇠가 돈의 흐름과 관련있다고 언론을 비롯한 미디어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태를 잘 반영하듯 드라마나 영화에서 금수저의 대물림 수단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유산’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현대뿐만 아니라 물질에 대한 욕망 역시 과거 세대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푸치니와 극작가 포르차노는 700년전 단테 가문에서 일어난 유산 상속...
편집에디터 2023.01.26 17:22“땅속 땅갱아지/ 논밭 갈아주고/ 지랭이도 흙을 일궈/ 거름기를 보태네/ 큰 논배미 김매기/ 우랭이가 해결하고/ 무당벌레 야금야금/ 해충 잡기 선수/ 앞뒷산 뻐꾸기도 장단 맞춰/ 호미자루 가볍구나” 무학(無學)의 토종씨앗 지킴이 장흥의 이영동씨가 쓴 시이다. 무학이라니 배운 게 전혀 없다는 뜻일까? 제도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뜻일 뿐, 오히려 그 누구보다 뿌리 깊은 공부가 내면에 들어있는 분이다. 지난해 봄이던가 그의 연구실 겸 자택을 들렀다. 출생에서부터 갖은 고생을 다하며 고향에 뿌리내린 까닭, 농사를 지으며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편집에디터 2023.01.26 16:31오키나와전쟁은 1945년 6월 23일에 종식되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인 1945년 3월말부터 6월 23일까지 3개월 남짓 전투에서 전사자만 20여만 명에 달했다. 일본은 본토 사수의 마지막 거점으로 오키나와를 방어했고, 미국은 일본 본토 공격의 교두보로 오키나와를 점령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그리 녹록하지 않은 듯했다. 오키나와 전투는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 조그마한 섬에서 1만 명 이상을 잃었다. 본토에서 옥쇄투쟁을 벌일 경우 수십만, 수백만의 자국민이 피를 ...
편집에디터 2023.01.26 16:20무등산은 남도사람들의 정신적인 지표다. 등급이 없는 무등(無等)은 민주주의 정신에 비유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의병들의 흔적도 곳곳에 배어 있다. 무등산이 품은 입석대와 서석대, 규봉은 바위 예술품이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 경관이 수려하고,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역사문화 유적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2013년에 국립공원, 2014년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2018년 4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무등산의 허리춤을 따라가는 둘레길이 ‘무돌길’이다. 무등산의 옛...
2023.01.19 17:16“좌우 나졸(邏卒) 금군 모조리 순령(巡令)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에워쌀 제 진황(秦皇) 만리장성 싸듯, 산양 싸움에 마초 싸듯 첩첩이 둘러싸고 토끼 겹쳐 잡는 거동 영문 출사 도적 싸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이놈 네가 토끼냐? 토끼 기가 막혀 벌렁벌렁 떨며, 토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 달음에 너를 잡아 약개장도 좋거니와 네 간을 내어 오계탕 달여 먹고 네 껍질 벗겨내야 잘양 모아 깔게 되면 응혈 내종 혈담에는 만병회춘의 명약이라 이 강아지 몰고 가자~” 김준수가 에 나와 사물놀이패...
편집에디터 2023.01.19 14:53국내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한국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어떠한 사람들이며, 앞으로 한국 정착 및 우크라이나 귀환 등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와 같은 취업 경험이 없더라도, 대부분은 노동이주자로 한국에 온 친인척과 지인들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초국적 이주자와 같으며, 차이가 있다면 이들이 입국하는 동선 정도가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거쳐서 한국에 입국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 단위로 들어...
2023.01.19 14:181948년 10월22일 총을 든 한 무리의 군인들이 있었다. 남의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를 캐먹더니 매산등으로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이들의 출현에 놀란 주민들이 구경삼아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주민들을 한데 모이게 하더니 담장과 고목나무 밑에 세우고 곧장 총을 난사했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27명의 양민들이 어처구니없게 죽었다. 당시 국민학교 4학년이던 어린이가 발에 총을 맞고 살아난 것이 유일하다. 왜 그랬을까. 왜 무담시 죽여야 했고, 죽어야 했을까. 이 참혹한...
편집에디터 2023.01.19 13:45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도상거리 800km를 걸은 지 31일 만에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한 달 이상 걸었을 때 제일 낯설게 다가온 것은 내 외모였다. 집에서 입고 온 옷도 한 치수 정도 커졌다. 한 달 내내 빨고 입고 빨고 입어서 보풀이 일었다. 햇볕 아래에서 걷다 보니 피부가 나도 몰라보게 새까맣게 탔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면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낯선 나와 조우했다. 새까맣게 그을리고 볼이 홀쭉해졌지만 눈동자만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순례길을 걸으면 외...
<다음 회부터는 오키나와에 관한 여행기를 7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2023.01.12 14:44산양(山羊)은 주로 깎아지른 절벽에 등장한다. 바위 이끼, 진달래 등의 잎을 먹기 때문일 것이다. 해발 천 미터 이상의 침엽수림 지대가 서식처다. 북한 쪽에 많이 있다는 뜻인데 남한의 강원도, 경북, 충북 등지의 높은 산에도 서식한다. 자기 영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지만, 설령 밖으로 나갔다가도 정확하게 제 위치로 돌아온다. 교감의 감각이 발달해있기 때문이다. 벼랑 위에 있는 적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각이 계곡의 물을 통해 반대편 산꼭대기에 이른다. 땅과 바다 특히 물에 대한 감각이 최고의 경지에 있다고나 ...
2023.01.12 14:27얼마 전 절찬리에 방영된 JTBC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탐욕의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로지 재벌총수 일가의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잘못된 욕망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했다. 드라마 안에는 돈이 권력이고 이 권력을 얻기 위해 각종 권모술수가 횡행했으며, 남녀 간의 사랑과 가족애마저도 돈과 권력 앞에서는 자그마한 감정 따위로 치부된다. 모든 관계에는 진심보다는 탐욕에 사로잡힌 정략만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는 예고된 결말을 알고도 이 드라마를 보...
편집에디터2023.01.12 10:48지역학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때부터,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걸 부인하는 것은 식민지 조국 조선을 배반하는 것이었고, 더럽고 냄새나는 조국 중국을 배반하는 것이었고, 희망 없는 조국 베트남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백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가 지배하는 기회와 풍요의 나라 아메리카 합중국에서 내가 뱀과 같은 유태인이라는 것을, 내가 무식하고 가난한 히스패닉이라는 것을, 내가 거리에서 부랑아로 자라난 이탈리아인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었다.(고종석, ?전라도 생각?, ??서얼단상??, 개마고원, 2002) 지역에 대한 주체성의...
편집에디터 2023.01.08 17:17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2년 12월 13일 기준 783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유럽에 임시 난민으로 등록되었다. 2022년 10월 18일 기준 국경을 접하는 국가로 폴란드는 임시 등록 난민이 1,449,214명으로 가장 많고, 헝가리는 30,000명으로 가장 적다. 또한 비 국경 국가로는 2022년 10월 17일 기준 독일이 1,008,93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448,807명으로 체코이다. 우크라이나인의 피란 난민 루트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많이...
편집에디터 2023.01.08 14:15여수 시내에서 만성리 쪽으로 향하다 보면 일제 강점기에 강제노역으로 만들어진 분위기 음산한 터널을 지나게 된다. ‘마래터널’이라 부르는 이곳은 한때 ‘저승으로 가는 길’이었다. 여순사건을 진압하던 군경에 의해 끌려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1949년 1월 13일 이곳을 지나 무참히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무장봉기의 주역들이 산속으로 스며들자 화풀이 차원에서 좌익 또는 부역자로 분류된 시민들을 바다가 보이는 용골로 끌고 와 죽여 저 어두운 골로 던져지고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불을 질렀다. ...
편집에디터 2023.01.05 13:12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고려인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임시 난민 위치로 인도적·정책적 지원을 받지만, 우크라이나를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고려인은 난민의 위치에 속하지도 못하고 이주자에 속한다. 동시에 고려인은 재외동포의 위치를 가졌지만 기본권 보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한국 정부로부터 사회·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사회가 사각지대에 위치한 피란 고...
편집에디터 2023.01.01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