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바르샤바 루트, 피란 난민 통로로 가장 많이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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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바르샤바 루트, 피란 난민 통로로 가장 많이 이용
김영술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② 피란 난민의 주요 이주 루트
780만명 우크라 난민, 독일 가장 선호
체코 루트, 피란 많이 가는 곳 중 하나
러시아 점령지역 발트국가 루트 이용
집시들 난민 지위 확보 기회로 활용도
  • 입력 : 2023. 01.08(일) 14:15
  • 편집에디터
폴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바르샤바 시 엑스포 전시장(PTAK) 난민센터 내부 모습.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2년 12월 13일 기준 783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유럽에 임시 난민으로 등록되었다. 2022년 10월 18일 기준 국경을 접하는 국가로 폴란드는 임시 등록 난민이 1,449,214명으로 가장 많고, 헝가리는 30,000명으로 가장 적다. 또한 비 국경 국가로는 2022년 10월 17일 기준 독일이 1,008,93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448,807명으로 체코이다. 우크라이나인의 피란 난민 루트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많이 이용되는 피란 난민 통로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바르샤바로 오는 루트이다. 열차와 버스로 폴란드로 피란하였다가 우크라이나로 귀환하거나 다시 폴란드로 순환하기도 한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귀환하는 숫자는 50% 정도로 보고 있다. 폴란드는 독일 등 다른 국가로 가더라도 환승이 편리한 곳이다. 특히 언어도 비슷하여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 피란 난민들이 바르샤바 중앙역을 찾는 사람이 수없이 많았지만 9월 동안에는 10만 명 정도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9월 5일 기준 폴란드에 등록되어 보호를 받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약 150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9월 말 폴란드 중앙역 난민 안내 센터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폴란드 내에 300만 명 이상이 있다고 하였다. 사실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다니는 것을 보니 등록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까지 하면 그것이 사실일 것 같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으로 가는 난민들의 열차 티켓은 무료였다. 베를린 가는 열차는 하루에 6차례 있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바르샤바로 오는 열차는 하루에 3차례 정도 있었다. 그래서 피란 난민들은 열차보다는 버스를 타고 많이 왔다. 키이우에서 바르샤바까지 오는 열차는 여행 시간이 14-15시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바르샤바까지 오는 시간은 6-7시간 걸린다. 이 열차는 바로 오지 않고 프셰미실이나 폴란드 동부 루블린 주에 위치한 도시 헤움(Chełm) 등에서 다른 열차로 환승해서 온다고 한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탄 버스가 폴란드 서역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도착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가족과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 만나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바르샤바에는 폴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난민센터와 바르샤바 시가 운영하는 난민센터가 있다. 전자는 바르샤바 중심에서 20km 떨어진 엑스포 전시장(PTAK)에 있다. 9월 말 기준 이 난민센터에는 2,000명 정도가 임시 거주하고 있었다. 아동, 여성, 장애인, 노인, 집시들이 많았다.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들이다. 눈에 띄는 점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애완동물도 가족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보면 당연하다.

 후자는 바르샤바 시 정부가 운영하는데 약 우크라이나 피란 난민 약 1,500명 정도가 수용되어 있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 난민센터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에서 온 10명이 넘는 가족과 친척들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온 우크라이나인들은 폭격으로 파괴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물론 가더라도 우크라이나 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폴란드에 있는 것은 고국으로 귀환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을 포함하여 피란 난민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에는 구소련에서 귀환한 지인 네트워크가 많다. 많은 우크라이나 출신 이주민이 이미 독일에 정착해 있어, 가족이나 친척들과 합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면에서는 독일의 호의적인 난민수용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 국가이고, 실업률도 낮아, 안정적 직업과 질 높은 삶을 원하는 이주민이나 난민에게 최선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베를린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도착하면 등록 절차를 진행하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베를린 북서부의 테겔 공항부지 난민센터다. 특히 테겔 공항은 11개의 섹터(sector)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30명씩 3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2022년 10월 1일 기준 200여 명 정도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난민들은 등록 후 2-3일 정도 머물다 독일의 각 지역으로 분산 배치된다. 방문한 날도 3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피란 난민이 함부르크로 배치되어서 베를린 중앙역에서 열차를 타고 떠나는 과정을 동행해서 조사했다. 이곳은 보안이 철저하고 사진 촬영이나 피란 난민과 대화도 불허했다. 독일에 온 피란 난민은 독일이 돕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는 우크라이나 이외의 몰다비아 우크라이나계 출신들도 많았다. 어린 학생들도 많았다. 이번 기회에 과감히 가족들과 함께 유럽행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베를린 한인교회들이 독일교회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난민지원을 하고 있었다. 이들 교인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베를린 한인교회는 독일교회와 함께 37명의 난민지원을 하였다.

 셋째,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많이 가는 곳 중의 하나는 체코 루트이다. 체코는 언어와 문화가 유사하고 슬라브 민족이라 친밀감이 있어서라고 한다. 체코에서는 난민들이 들어오자 민간단체들이 이들에게 식사와 거처, 생활필수품을 공급하고, 체류 허가증, 자녀 입학, 부상자 입원, 통역 등 적극적인 자원봉사로 지원 활동을 해 오고 있었다.

 체코 프라하 비셰그라드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인 난민 가족은 중국 대학에서 초청장을 받고 출국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인이 떠나는 곳은 유럽이나 북미만이 아니었다. 이 남성은 우크라이나인 수학자였고, 동반 가족은 모두 3명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인재가 해외로 나가고 있다. 특히 이 가족은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출신으로 고향이 많이 파괴되어 장기간 중국 거주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체코 프라하에는 옛 유대인 거주지와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가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구소련계 유대인들이 방문을 많이 하기도 한다.

 넷째, 최근에는 이러한 이주 경로 이외에도 러시아 점령 지역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발트국가 루트를 이용하여 폴란드 등으로 입국하고 있다. 새로운 경로 흐름이 감지되고 있었다. 러시아는 2022년 5월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의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령을 마련했다. 6월 12일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 지방정부가 처음으로 러시아 여권을 발급했다. 7월 11일 푸틴은 러시아 여권을 간소하게 획득할 수 있도록 모든 우크라이나인에게 확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와 헤르손 주, 자포리자 주의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러시아화가 진행 중이며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도 끝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러시아 루블화가 통용되고 있고 러시아식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국민투표 후 구 우크라이나의 해방된 영토는 러시아 연방의 본격적인 주체가 되며, 이들에 대한 대규모 포격은 러시아에 대한 침략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가 장악한 동남부 지역에서 러시아 여권 발급과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그곳에 살고 있던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중 국적자가 되었다. 이들은 러시아 여권으로 러시아 영토에서 발트국가인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를 거쳐 폴란드로 들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민간 업체가 이러한 조직을 하고 있었다. 보통 러시아 통과 노선은 1인당 500$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10월 25일 우크라이나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는 러시아 연방을 떠나고 싶어 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라트비아로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 이번 조사에서 새로이 관찰되는 점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거주했던 집시들이 난민센터에 많다는 점이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인으로 소속되어 있기에 임시 난민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엑스포 전시장(PTAK) 난민센터에는 9월 말 기준 약 300-400명의 집시가 있다고 한다. 집시들이 난민으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