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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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삼라만상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 ‘오페라’
<프롤로그>
인류의 위대한 창작물… 인간 감정 매개체
400년전 피렌체서 탄생, 最古 ‘에우리디체’
무쏠리니·히틀러 등 사상, 오페라서 영감
계급사회 비판·사회 분위기 등 작품에 담아
파리넬리·카루소·파바로티 등 부·명성 축적
  • 입력 : 2023. 01.12(목) 10:48
  • 편집에디터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얼마 전 절찬리에 방영된 JTBC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탐욕의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로지 재벌총수 일가의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잘못된 욕망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했다. 드라마 안에는 돈이 권력이고 이 권력을 얻기 위해 각종 권모술수가 횡행했으며, 남녀 간의 사랑과 가족애마저도 돈과 권력 앞에서는 자그마한 감정 따위로 치부된다. 모든 관계에는 진심보다는 탐욕에 사로잡힌 정략만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는 예고된 결말을 알고도 이 드라마를 보며 그릇된 욕망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며 승리에 도취해 환희를 느낀다.

근대 철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스피노자는 인간의 욕망을 삶의 본질로 이야기했다. 끝없는 욕망과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여러 형태의 부산물 자체가 또 다른 욕망을 잉태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돈과 권력, 그리고 성이라는 욕정 앞에서 심정이 담고 있는 ‘자유의지’는 허상일 뿐이고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현대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삼라만상, 긍정의 욕망과 탐욕에 가까운 부정적 욕망을, 인간은 예술에 담아 표현하고 스피노자가 허상이라고 말하는 ‘자유의지’를 그 안에서 실현하려 한다. 춤과 음악, 그리고 미술과 문학으로 그것들을 담아 표출하는 예술은 욕망과 자유의지를 담은 본체로서 인간에게 끊임없는 창작과 표현을 통해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창작물인 오페라는 모든 예술 장르가 합해져 하나의 완성된 인간 감정의 매개체로 우리의 욕망을 자유의지와 버무려 승화시켜주고 있다.

오페라의 첫 시작은 400여 년 전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시작됐다. 현재 악보가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인 ‘에우리디체’를 객관적으로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메디치 가문은 예술에 엄청난 후원을 했으며, 오페라의 탄생 역시 메디치가 자본의 힘으로 이뤄졌다. 메디치가의 딸 마리아와 프랑스 앙리 4세의 결혼식 축하연을 위해 해피엔딩으로 각색돼 오른 오페라 ‘에우리디체’를 관람한 당시 지역 경제를 장악하던 부르주아지 계급과 일반 시민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후 귀족들의 연회나 지역축제 등에서 오페라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며, 공짜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대중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된다. 이 모습을 지켜본 머리 좋은 부르주아지 사업가들에 의해 대중을 상대로 표를 사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의 건립은 오페라 부흥을 촉진 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당시 오페라에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이어서 하녀가 마님이 되고, 귀족이 하인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해학의 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발전하게 된다. 계급 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왕실과 귀족들의 치열한 싸움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시작됐고, 변화되는 사회의 분위기에 맞춰 우리 주변의 이야기, 나중에는 민중이 주인공이 되는 내용, 그리고 판타지까지, 시대와 지역, 인종과 계급을 모두 담아 아날로그 시대 최고의 쇼로 자리 잡았다.

바그너의 후손들과 히틀러(바이로이트 축제 참가). 출처 Wikipedia
당시 오페라 작곡가와 가수들은 엄청난 부와 명예, 그리고 나아가 세상을 움직이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민족 영웅이자 가극의 왕이라 불리면서 정치·경제 등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위대한 인물로 칭송을 받아왔고 이탈리아 국민에게 저항과 독립의 의지를 그의 작품을 통해 불어넣었다. 그리고 무쏠리니가 파시즘에 대한 사상과 정책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당시 베르디 이후 세계 최고의 오페라 스타인 작곡가 푸치니를 이용한 것과 더불어 독일의 나치를 탄생시킨 히틀러에게 영감을 줬던 것이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였고 바그너에 대한 열광 안에는 독일 민족의 자긍심을 표출시키는 통로를 봤다. 그리고 히틀러는 이를 통해 오류의 정치와 학살의 정당성을 찾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가장 돈을 많이 벌고 대중에게 추앙을 받는 예술가는 오페라 가수였다. 18세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파리넬리(본명 카를로 브로스끼)를 시작으로 20세기 엔리코 카루소, 21세기 루치아노 파바로티까지 그들은, 지금의 대중 가수들이 누리던 인기를 구가하며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들은 지금의 대중음악이 세계를 장악하기 전까지 오페라를 통해 세계인의 욕구를 표출하는 통로이자 스타로서 성장했다. 오페라의 인기가 작금의 시대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음향과 무대의 난제를 기술로 해결하며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또한, ‘아이다’, ‘라보엠’ 등 많은 오페라 작품 역시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있다.

세기의 성악가 테너 엔리코 카루소. 출처 Wikimedia Commons
근래 오페라 무대에 올려지는 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은 새로운 연출기법으로 시대정신을 포용하려 애쓰고 있다. 진정한 융복합 예술, 오페라는 다양한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시대 주류의 사상과 철학을 담아 대중에게 어필하며 깊은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오페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이다.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사회현상을 오페라로 바라보는 작업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듯 오페라를 알아 가는 작업은 현대인에게 예술을 통해 상승하려는 계층 욕망의 사다리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다. 연극과 음악, 춤, 그리고 문학과 미술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참다운 재미,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담을 수 있는 멋진 여행이 기대된다.
독자와 함께 우리 사회의 그릇된 통념과 이에 맞서는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오페라를 통해 바라보고 예술의 참맛을 느껴보려 한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

최철


◇Tip :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등장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가라, 내 마음은 금빛 날개를 타고’는 포로로 끌려온 유대인들이 유프라데스 강가에서 강제노역 중 잠시 쉬는 동안 저 멀리 고향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다. 19세기 중반까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이탈리아 국민에게 제2의 애국가로 지금까지 불리며 저항과 독립을 갈구하는 국민을 하나되게 만드는 큰 힘이 됐다. 추천 음악: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Va pensiero), 추천 음반 : EMI 발매(지휘 제임스 레바인)


◇최철 프로필
△조선대 음악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이탈리아 P. Mascagni 국립음악원 졸업
△미국 뉴욕 부르클린 콘서리바토리 수학
△한세대 음악학 박사·조선대 문화학 박사
△이탈리아 국제 성악 콩쿨 마돈나 디 갈로로 1위
△광주예술문화상 신인상(2010)
△한국지역연합방송 KNBNEWS 방송대상 올해를 빛낸 예술인상(2018)
△38회 국내외 독창회 및 다수 오페라·오케스트라 협연
△한세대·서경대·광주교대·광신대 등 외래교수 역임
△조선대 대학원 문화학과 객원 초빙교수(현)
△아시아문화예술정책연구소 대표이사(현)
△(사)아시아유럽미래학회 부회장(현)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위원회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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