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까지 떨어지는 매서운 날씨였지만 광주 옛 전남도청 앞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밤 늦게까지 TV를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이 금남로로 몰려나와 민주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외쳤다. 노사모 회원들이 노란 손수건과 목도리를 흔들며 시작한 ‘기차놀이’는 시민들의 행렬로 끝이 보이지 않았고 민주당을 연호하는 시민들의 함성은 지축을 흔들었다. 2002년 12월 20일 새벽. 노무현이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광주의 풍경이다. 진보의 가치 지지했던 광주·전남 무엇이 광주·전남 시·도민을 그렇게...
2023.08.27 17:05챗지피티(ChatGPT)로 광풍을 몰고온 오픈에이아이(Open AI)의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AI의 위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챗지피티야 말로 신세계를 경험케 했다. 질문을 받은 후 뜸들이지 않고 바로 답을 적어내는 신동 AI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의 이번 방문 목적은 챗지피티 홍보에 있었지만, 나는 그가 제시한 기본소득 플랫폼에 또 한 번 넋을 잃었다. 샘 올트먼이 기본소득에 새롭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가 스타트업을 업시키는 산실이었던 와이 컴비네...
2023.08.02 12:31“만들어라, 그러면 팔릴 것이다.” 1991년 5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임직원에게 800cc급 경승용차 티코의 생산을 발표하며 ‘대우의 도약’을 선언했다. 창원 대우조선에서 생산한 티코의 판매가격은 330만 원. 불과 1년 전, 대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3000cc급 엔진을 올린 최고급 승용차 임페리얼을 출시하고 2980만 원에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차의 영예는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티코는 ‘기능은 줄이고 기본기는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김 회장의 ‘탱크주의’를 바탕으로 제작 돼 실속 있는 승용차로 인기가 높았다. ℓ당 ...
2023.06.18 17:31전남일보 사회부가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맞아 진행한 캠페인성 기획기사인 ‘5·18 43주년-학교 내 기념공간 조성하자’가 지난 24일 11회를 마지막으로 완결됐다. 매년 5월이 다가오면 광주·전남 지역 신문들은 대부분 특집을 준비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특집 기획하기가 매우 어렵다. 40여년이 지난 사건이다보니 기록들도 애매하고 사전에 공표된 자료들은 이미 달달 외울 정도로 기사화 됐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5·18 당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9기와 헬기 사격을...
2023.05.25 12:455월 18일 현재 133만 3123㎥.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핵 폭발로 만들어진 방사능 오염수의 총량이다. 지난 2020년 12월 설치했던 137만㎥의 저장 탱크는 이미 97%가 찼다. 하지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 쏟아 붓는 냉각수와 원전으로 흘러드는 지하수 등이 합쳐져 만들어진 고독성 오염수는 하루 하루 늘어가고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를 담은 1028개의 저장 탱크와 27개의 스트론튬 처리수, 12개의 담수화 장치(RO) 처리수, 1개의 농축 염수 등 1068개에 이르는 거대한 저장탱...
2023.05.24 17:31이혼 도장찍을 일만 남았다. 신년 정초부터 유쾌한 일은 아니나 그렇다고 숨길일도 아니고 동네방네 흠잡힐 일이 되지 않은지도 오래됐다. 황혼이혼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 부부로 살다 갈라지고 합치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분리 절차를 밟고 있는 광주전남연구원의 상황을 요즘 이혼 세태에 빗댄 얘기다. 광주전남연구원 이사회는 26일 원장 재공모 중지를 의결하고 분리 수순에 돌입했다. 오는 2월24일 임기만료되는 박재영 원장 후임 공모에 1명만 지원해 재공모를 한 것인데 그 절차를 스톱시키고, 독자체제를 위한 첫단추를 뀄다....
이용규 기자 2023.01.26 16:45설연휴가 시작됐다. 시절이 어려워도 사람들의 셀렘은 변하지 않는 인지상정이다. 새해에는 묵은 현안을 옭아매고 있는 모든 매듭이 풀어져 만사형통의 바람이 간절하다. 초라한 송정역을 환골탈태시킬 역세권개발이라는 멋진 청사진이 펼쳐졌으면 하는 간절함도 빼놓을 수없다. 송정역 역세권개발은 곧 광주송정역이 명실상부한 호남의 빅게이트로서 자리매김과 맞닿아있다. 광주송정역은 지난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호남의 교통·물류의 축으로서 자리잡았다. 그 이전에는 광주역이 호남 제1도시에서 가장 큰 철도역으로 지위를 누렸다.지역사회에서 많...
이용규 기자 2023.01.19 16:29광주시립미술관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민선 8기 강기정 시장 취임 후 진행한 1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뽑지 못하고 3개월만의 재공모였는데, 전국에서 13명이 지원할 만큼 주목을 끌고 있다. 공공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의 필수문화기관이다. 시민 문화 향유 등 그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최근들어 미술관이 지역발전의 공공 문화인프라로서 그 쓰임새와 가치는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실감할수 있다. 이번에 뽑히는 광주시립미술관장은 30년 성과 위에 미래 30년, 광주시립미술관을 한단계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막중한 미션이 그의 어깨에 ...
이용규 논설실장 2022.12.29 16:37이용규 논설실장 올해들어 시간날 때 마다 고향을 찾아 지역 문화를 답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한도, 의병도, 소리도 모두가 관심 사항이고 내 고향 함평천지를 새롭게 알아가고,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 7월에는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되는 호남가 노래비를 전국 향우들과 함께 함평 엑스포공원에 세우는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최근에는 향우회지 원고 작성을 위해 함평의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다. 태어나 자란 고향이지만 처음 가보거나 생소한 지역도 많아 "내가 너무 지역을 몰랐구나"라는 생각에 부끄러움도 들었다. 발로 뛰며 찍은 사진 한 컷이, 현장을 담은 글이 향우들에게 고향생각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뜨기도 한다. 고향을 알아가고 조금이라도 애정을 갖는 이 것이 지역학이고, 넓게는 호남학의 첫걸음으로 여긴다. 몇 주째 고향으로 발길을 돌릴 때마다 한국학...
이용규 기자2022.11.20 16:25광주시와 대구시가 2038아시안게임 개최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광주시의회와 대구시의회가 최근 양 지자체에서 요청한 유치 동의안을 반대하고 나서서다. 1년 6개월전 양 지자체, 의회,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성대하게 공동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두차례 용역 등 의욕적 행보가 무색하게 스텝이 삐끗했다. 다행히 양 지자체 단체장들이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공동개최 불씨는 살아날 것같다. 향후 달빛아시안게임 진행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씁쓸함은 남는다. 대구시와 광주시가 지난해 5월 영호남 교류 확대와 도시발전 차...
이용규 기자2022.10.30 16:52조선대학교가 또 다시 내홍으로 끝모를 소용돌이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재학생을 포함해 2만5000여명에 달할만큼 가지가 많다보니 바람 잘날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의대생 집단 시험 커닝, 교수 채용 비리, 교수 자녀 석박사 학위 특혜, 총학 대학축제 무산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동체 내부의 구조적 적폐로 밖에 볼수 없는 것들이어 상아탑의 비도덕성에 놀라울 따름이다. 최악은 이사회와 대학의 충돌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그렇게 갈망한 관선 이사체제에서 벗어나 정이사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대학과의 ...
이용규 기자2022.09.25 16:56인구에 관심이 많다. 정확히 인구 변화가 가져올 사회 생태계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한 지금, 더욱이 출산율 0.84명(수도권 0.64명)으로 많은 수의 대학이 폐교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벚꽃엔딩'에 해당되는 대학들은 빨리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특화시킬 수 있는 전공만 남기고, 나머지 인프라는 폐기하거나 용도 변경을 해야 할 것이다. 교수직에도 임금 피크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인 예비 박사들은 대학이 아니라 기업, 연구소, 사회단...
김홍탁 CCO2022.09.18 17:53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 1년이 됐다. 두번이나 반려돼 맥이 빠져 있던 터에 지난 해 7월26일 전혀 예상치 못한 중국발 낭보의 감격은 신안군이 세계유산등재에 첫발을 뗀지 14년만에 맺는 결실이자 코로나19로 힘겨운 국민들에게 안겨준 남다른 의미의 선물이었다. 신안 갯벌을 비롯해 4개 지역 갯벌이 소재한 지자체에서는 유네스코라는 무형의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내걸고 최고의 생태도시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정부도 세계자연유산 등재 후속 작업으로 유산보전본부 건립에 나섰다. 국비 320억 규모의 국립 갯벌 세계유산...
이용규 기자2022.08.28 16:49광주발 복합쇼핑몰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대통령선거운동 과정에서 첫 돌출후 5개월만에 재연된 복합 쇼핑몰극은 변함없는 이목을 끌었다.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후보가 연출했으나, 이번엔 강기정 광주시장이 전면에 나섰다. 흥행면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 등 호남권 광역자치단체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광주시는 민선 8기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복합쇼핑몰의 밑그림을 드러냈다. 상견례격인 자리를 감안하면 광주시가 내놓은 복합쇼핑몰 카드는 폭탄격이었다. 광주시의 화끈한 9000억원의 청구...
이용규 기자2022.07.28 18:28이용규 논설실장 고장난명(孤掌難鳴).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것으로, 혼자서는 이루지 못함을 의미하는 단어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장난명은 시도 상생과 협력의 다른 버전으로 이해될 수있다. 지난 5월 지방선거때 강기정 민주당 광주시장후보, 김영록 민주당 전남도지사후보, 윤병태 민주당 나주시장후보 등 3명이 연출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발전 상생 협약식에서 민선 7기 시도의 상생 활동이 오버랩됐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1000년의 동반자이자 한뿌리인 광주전남의 상생 정신이 집약된 곳이다. 노무현 정부 공공기관 이전 당시 최대 규모인 한국전력을 광주전남 공동으로 유치한 것은 15년이 흐른 뒤에 돌아봐도 감격스럽다. 민선5기 '박박세월'로 통할 만큼 협치보다 갈등관계였던 박광태·박준영 두 도백의 결단은 시도 미래 상생의 틀을 놓는 매직이었다...
이용규 기자2022.06.26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