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
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와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이미 치열하고 뜨거운 접전이 시작됐다. 과연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미국의 대선은 미국의 일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지대한 관심사다. 누가 차기 미국의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환경진영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 후보의 기후환경의제가 엄청난 변화,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세계 각처의 기후재난은 어느 해 보다 더하다. 5대양 6대주가 조용한 날이 없다.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 대형산불, 극심한 홍수와 태풍, 산사태 등 재난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하고 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식량부족과 물가인상, 경제불안까지 예고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증가추세다. 기후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류가 겪어야 할 고통’이라며 신속한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절대적 책임이 있는 미국이나 유럽연합,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부국의 지도자들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세계 온실가스 배출 2위, 누적배출 1위 국가로 기후위기 극복의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에 현 바이든 정부는 ‘2030년 50-52%(기준연도 2005년)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한 바 있고 이를 이행하려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적으로 기후리더십을 유지하며 개도국에 기후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상황은 180도로 바뀐다. 트럼프의 기후환경의제를 면밀하게 검토한 어느 전문가는 이번 선거가 기후보호의 ‘2보 전진이냐 20보 후퇴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시절(2017~2021) 기후변화를 전면 부정했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범정부위원회)의 ‘기후평가보고서’도 기후과학도 무시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고 했다.
그는 취임 직후 196개국이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연방정부 산하 환경보호부(EPA), 에너지부, 국립해양대기청(NOAA), 미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기후변화의 조사연구 기능을 축소·폐지했고 심지어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라는 단어도 없앴다.
EPA의 각종 환경규제도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협정 재가입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이를 다시 복원한 바 있다.
이번 트럼프 후보의 기후환경의제는 지난 시절보다 더욱 정교하다. 트럼프 진영에서 작성된 ‘프로젝트 2025’라는 문서, 일종의 집권 청사진에 수록돼 있다.
만약 그가 집권한다면 바이든의 기후이니셔티브는 완전히 제거될 것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일종의 기후위기대응법)가 폐지되고 EPA와 에너지부, NOAA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다. 이들 부처에서 기후변화와 청정 재생에너지 관련 업무와 부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연례적인 기후평가보고서 간행도 없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재생에너지 확충 정책도 사라진다. 전기차 보급이나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 촉진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대대적인 석유 가스 개발이 허용되고 화석연료와 핵에너지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수질 대기 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도 사라질 것이다. 파리협정 탈퇴와 이 협정의 근거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탈퇴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기후환경정책은 완전히 거덜난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의 여정에 향후 10년이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미국에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예상되고 2050 탄소중립의 약속은 지켜질 수 없다. 국제적으로도 파리협정 체제의 동력이 매우 약화될 것이다.미국을 추종하는 국가들도 나타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0년대 후반기 기후위기는 더욱 확대될 우려가 크다.
오는 11월 5일 미국의 대선일.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걱정과 우려의 시선으로 미국의 대선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