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26~27일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에서 한 예술가가 시민군들을 기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윤재경 사진작가 제공 |
모두가 패배를 직감했던 ‘해방 광주’의 마지막 새벽, 계엄군의 진입을 앞두고 끝까지 전남도청을 지켰던 시민군의 뒷모습은 비극적인 최후로 기억됐다. 그러나 그날의 패배는 허울뿐이던 한국 민주주의가 마침내 본 궤도를 찾아 나아가기 시작한 결정적인 승리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55) 감독은 바로 그날을 기억하는 예술행사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을 기획하고 이끄는 인물 중 한명이다. 그는 당시 도청에서 산화한 김동수 열사의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 지난해 5월26~27일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에서 시민과 예술가들이 오월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재현하는 행위예술을 펼치고 있다. 윤재경 사진작가 제공 |
그는 “마당극 배우 지정남씨가 매년 옛 전남도청에서 극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나가본 적이 있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기다리는 무당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에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며 “계엄군의 총탄이 쏟아졌던 시각에 맞춰, 수십년간 공연을 열어온 ‘이름 없는 공연팀’의 1인극이 이어졌다. 떠난 이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극과 닮아 깊은 울림을 주는 공연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100인의 릴레이 그림 등 최후의 날을 기리는 예술인들의 다양한 창작 행위를 지켜보며 더 많은 이가 참여하기를 바랐다”며 “비록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날의 시민군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기억하며 광장을 열고, 지키는 일이야말로 시대를 넘어선 연대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 진 감독은 광주의 ‘마지막 날’을 기억하는 예술행사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을 기획한 사람 중 한명이다. |
그는 “5월27일은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촛불 시민들의 움직임 또한, 그날 시민군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이번 행사는 진정한 역사의 승리는 어떻게 해내는 것인지, 승리한 오늘의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가꿔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5월26~27일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에 참여한 시민과 예술가들이 오월열사의 모습을 담은 그림 앞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윤재경 사진작가 제공 |
그는 “매년 항쟁의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희미해지는 게 현실”이라며 “오월의 기억들이 역사화 돼가는 현시점에서 숭고한 하루를 함께 기억하고, 그 의미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행사는 지자체와 기념재단 등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모금과 소액 후원으로만 운영되며, 참여하는 예술인과 스태프들 또한 자원봉사로 함께한다. 오월어머니집을 비롯한 지역 단체들이 보내온 차와 커피, 주먹밥과 음식은 그날의 ‘대동정신’을 그대로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진모영 감독은 “올해 참가 신청한 ‘광장지기’만 해도 벌써 전국에서 수백명에 이른다. 이는 5·27 최후 항쟁이 5·18민주화운동의 핵심 정신을 온전히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월을 함께 기억하고 되새기는 대동의 정신, 주먹밥의 정신이 ‘새벽광장’에서 더욱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