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농장서 이주노동자 비극…"체계적 대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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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영암 농장서 이주노동자 비극…"체계적 대책 마련을"
지난 2월 20대 근로자 목숨 끊어
'근로기준법 위반' 양돈업자 구속
"인권·노동권 보장 제도장치 절실"
  • 입력 : 2025. 04.29(화) 18:41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전경.
전라남도 영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농장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측은 불합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인권 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지난 28일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근로자 폭행·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영암의 양돈업자 A(43)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얼굴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등 62명에게 2억6000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다.

특히 한 네팔인 근로자는 그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지며, 의식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구속된 A씨는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회유해 거짓 합의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의 농장에서 약 6개월간 일하며 폭행을 당해왔던 또 다른 네팔 국적 근로자 B(27)씨는 지난 2월22일 농장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인권 단체인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등은 B씨의 사망이 A씨의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경찰과 노동 당국이 수사에 나서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전남도가 이주노동자 노동인권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노동부가 취약사업장에 대한 점검 계획을 발표했고, A씨가 구속됐다”며 “시민사회의 활동으로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유린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정부 등의 대책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EPS)와 사업장 변경 제한이라는 현 제도가 유지된다면 사용자는 업주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착취 예방, 피해자 보호 및 구제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관련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