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새미래민주당, 개헌연대 국민대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연대 가능성이 비판의 분기점이 됐다. 지역 정가는 “이 고문을 총리까지 키운 호남은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 출마는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고문은 29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법 리스크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이재명 후보는 국가 리스크로 커질 우려가 있다”며 “대선 출마 선언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 △다당제 정치 개혁 △사회 통합 △조기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을 열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논란은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연대 가능성을 두고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한 권한대행과 대선 출마를 논의 중인 정대철 헌정회장도 “이낙연 후보도 바깥에서 빅텐트를 친다면 자기도 흔쾌히 돕겠다고 들었다”고 전하면서 파장은 확산됐다.
민주당은 즉각 견제구를 날렸다. ‘전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누릴 것은 다 누려놓고,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내란죄 피의자인 한 권한대행과 손을 잡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 전 총리의 단일화 구상은 국회의원·전남지사·국무총리를 역임한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며 “내란 세력과 함께 반이재명 연대를 논하는 것은 민주당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직격했다.
이 고문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전남 정치권의 비난도 쏟아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자신의 SNS에 “반이재명을 위해 내란 세력과 손을 잡겠다는 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즉각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원이(목포)·신정훈(나주·화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굴하고 민주당이 키운 인물이 내란 동조 세력과 빅텐트를 논하다니, 제정신인가”라며 “이낙연은 더 이상 입에 호남을 올리지 마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 고문의 고교 후배이자 20대 대선 경선 당시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병훈 전 광주시당위원장도 “탄핵정국을 초래한 윤석열 정부와 맥을 같이한 한덕수 총리와 연대설까지 나온다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과 국가를 우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라남도 영광 출신인 이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을 받아 정계에 입문, 호남에서 4선 국회의원·전남지사·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는 한때 민주당 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해 ‘호남 대망론’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지지 기반이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이 고문이 정치적 영향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고문은 앞서 지난 22대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으나 ‘친명계’인 민형배 의원(76.09%)에 대패했다. 이후 과거 친낙계로 불리던 조직력도 대부분 해체돼 이 고문을 뒷받침할 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민주당 영광지역위 관계자는 “이 고문은 고향 영광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현재 ‘반명 전선’으로 윤 정부의 내란 잔재와 한배를 탄다면 그 어떤 곳에서도 설득할 수 없다”며 “호남 자부심으로 키운 인물이 스스로 ‘김대중 정신’을 부정하고 있다. 지역엔 여전히 ‘이낙연’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에 사과하고 정권교체의 길에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고문이 지난해 영광 향교 유림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의 구체적 복안을 밝히고 있다. 정성현 기자 |
서울=김선욱·오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