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완성도 높은 작품 연출력…종합 예술의 극치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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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완성도 높은 작품 연출력…종합 예술의 극치 선사
<오페라 제작과정 들여다보기…③연출가>
작품 의도·주제 분석 통해 전체 구도 설정
메시지 전달 위한 극적·시각적 요소 중요
무대·조명·의상·연기에 연출자 철학 반영
무대전환 최소화…미니멀리즘 연출 추세
  • 입력 : 2025. 04.10(목) 17:23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인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이 작품은 지하철 광화문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종합 예술 형식으로, 음악과 연극, 무용, 무대 미술 등이 결합된 장르이다. 오페라의 기원은 피렌체의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 지식인, 음악가, 시인들이 모여 지금의 연구단체인 학회 같은 ‘카메라타(Camerata)’를 만들고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는 것으로, 연극이 오페라 시작의 모체라 할 수 있으며 음악만으로 오페라를 이해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페라는 극에 수려한 음악으로 포장된 종합 예술 장르이다. 우리가 그동안 오페라의 음악 장르 안에서 제작 시작의 주체가 작곡가를 비롯한 음악가이고 그들을 중심으로 극의 방향성과 연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음악사에서 오페라를 음악의 한 장르로 포함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무대 전환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 연출의 오페라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연출가가 미니멀리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조명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초기에 지어진 오페라 극장들은 좋은 음향을 고려해서 세워졌다. 그리고 극장에서 가수들은 연기보다는 보다 좋은 연주를 위해 움직임보다는 음악적 표현에 효율적인 동선에 연출이 맞추어지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오페라 공연에서 극적인 표현과 시각적 요소가 과거보다 많이 강조되고 이를 통해 극의 내용이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이 오페라 제작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며, 극장 장비의 고도화와 광의적 시각 연출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전문 연출가보다 작곡자가 주로 연출을 맡아 진행하였으나 1900년 이후에는 음악 관련 오페라 전문 연출가들이 작품 제작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현대 오페라에서는 작품 전체를 그려가는 연출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더욱 전문화되어 갔다. 근래에는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위해 경험이 풍부한 연극 연출가나 영화감독에게 오페라 연출을 맡기기도 한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이탈리아의 프랑코 제피렐리, 중국의 장이모 감독의 <투란도트>나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였던 유인촌의 한강 오페라단의 예술의전당 오페라 <라 보엠>이 한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무대의 화려함 등 시각적인 연출 효과를 기대하며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를 전공한 오페라 연출가가 근래 부쩍 늘어나며 무대 디자인, 의상디자인, 조명디자인 등을 함께 도맡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오페라 연출가는 오페라 공연에서 관객에게 작품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대본에 담긴 철학과 극적, 시각적 요소 등과 함께 잘 조화를 이루도록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무대 디자인, 조명, 의상, 배우의 동선, 연기 스타일 등에 연출자의 철학을 반영하여 일관된 극의 전개로 오페라를 탄생시킨다.

최근 오페라 작품에서 미니멀리즘 연출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경재 연출가의 미니멀리즘 연출이 돋보인 광주시립오페라단의 ‘베르디 라트라’ 공연 장면.
오페라 연출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작품의 의도와 주제를 분석하여 작품의 구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모차르트, 베르디처럼 과거 작품의 배경을 원작 그대로 전통적으로 연출할지, 현대 작품일 경우는 원작자와 상의 후 작품의 개념을 결정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연출자는 작품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수할 수도 있고, 근대나 현대, 아니면 작품 배경을 바꾸는 등 새로운 시공간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오페라 작곡가 모차르트, 롯시니, 베르디, 푸치니처럼 18~12세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수없이 반복되어 공연되며 인기 레퍼토리로 요즘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같은 연출이더라도 단지 음악과 연기를 즐기기 위해서도 오페라 극장을 찾기도 하지만 연출과 가수가 바뀌며 더해지는 매력과 작품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므로 같은 작품을 보면서도 매번 색다름을 느끼기 위해 찾는 마니아들이 다수이다. 근래에는 수많은 작품이 과거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재해석을 하기도 한다.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베르디의 <리골레토> 배경이 20세기 후반 홍콩 사교계로 옮겨오거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가 파리 사교계가 아닌 국립 오페라단의 현대 버전과 서울 시립오페라단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재해석되어 공연한 것을 관객들은 만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모차르트나 푸치니 등의 유명 작품들이 시대와 내용 각색을 통하여 새롭게 재해석 되어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선보이거나 한글 버전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 근현대 사회로 재각색되어 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이 청바지를 입고 제르몽이 갓을 쓰고 나오는 장면이라든지, <리골레토>의 스파라프칠레가 홍콩 마피아 킬러로 칼 대신 권총을 들고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푸치니의 <잔니 스끼끼>는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산상속을 둘러싼 희극으로 등장인물이 벌이는 재물에 대한 탐욕이라는 소재로 현대에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게 가장 많이 각색되고 변화되어 극장에 올려진다. 예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올린 <김중달의 유언>은 <잔니 스끼끼>의 번안 작품으로 관객에게 색다른 작품의 느낌을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최근 오페라 작품에서 미니멀리즘 연출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경재 연출가의 미니멀리즘 연출이 돋보인 광주시립오페라단의 ‘베르디 라트라’ 공연 장면.
근래에는 미니멀리즘 연출의 오페라가 두각을 보인다. 무대 전환을 최소화하고 장면의 분위기에 영상과 조명의 색채, 그리고 소품 등을 바꾸는 단순화된 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추세는 관객의 지루함을 덜고 시선을 끌기 위해 연출에 에로티시즘과 폭력성이 더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출자는 오페라 가수나 연기자들에게 노출을 요구해서 전라의 배우가 등장하는 오페라를 유럽에서는 자주 접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유인촌의 <라 보엠> 연출 때 누드 배우를 등장시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시대적 폭력성을 부각하기 위해 사실적인 폭력 장면을 더 자극적으로 오페라에 삽입하기도 한다.

중국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야외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연 장면.
강력한 권력을 가진 연출자의 출연은 이제 과거처럼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나도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로서는 무대 위에 설 수가 없는 시대를 만들었다. 연출자는 극의 구성에서 음악적 이외에도 이제 연기와 하나의 작품을 마치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빠른 움직임과 연기력, 때로는 마술과 서커스 같은 동작을 요구하기도 하여, 정신적 신체적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은 오페라 가수들은 무대에 서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10대 바리톤이자 명연기자였던 바리톤 주세페 타데이가 마스터클래스에서 음악적 조언을 구하는 필자에게 “오페라 가수는 성악가가 아니라 배우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연출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이뤄내야 하는 오페라 가수의 문턱은 더 어려워졌으나, 이제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노래와 연기로 전달하게 하는 연출의 시대의 오페라는 우리에게 더욱 큰 감동과 재미로 다가서고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
기존 오페라 작품을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으며 요즘은 영상, 프로젝션 맵핑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연출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대 오페라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전통적이고 화려한 무대를 지향하는 프랑코 제피렐리, 미니멀리즘과 상징적인 연출기법을 사용하는 로버트 윌슨, 현대적인 시각적 연출을 표방하는 카티아 츄리코바의 작품을 찾아 다양한 현대 오페라 연출기법을 찾아보면 오페라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 연출은 단순한 무대 연출을 넘어, 관객이 음악과 드라마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예술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오페라의 연출 스타일은 어떤 무엇이 있을까요?”(오페라 교실·김용숙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