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수훈 광주시의원. |
그런데 크록스가 어디에서 탄생했는지 그 도시의 이름을 들으면 다소 생경하다. 크록스는 라스베거스에서 4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콜로라도 주 볼더라는 도시의 고향친구 3명이 서핑을 즐기다가 보트 슈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서 창업하게 되었다. 볼더는 역사적으로 로키산맥의 금맥이나 찾던 광업도시였고, 기껏해야 인구 10만여명의 작은 도시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처럼 작은 도시에서 큰 기업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볼더의 창업 환경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볼더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연구시설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기업가들이 중심이 되는 스타트업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대표적으로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우리가 먼저 베푼다(We Give First)’라는 지역 커뮤니티 문화를 들 수 있다. 주식이든, 수익이든, 생산품이든, 시간이든, 무엇이든 좋으니 창업자를 비롯한 모든 비즈니스 주체가 상장이나 회수에 성공할 경우 1% 지분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거나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플레지 1% 콜로라도(Pledge 1% Colorade) 캠페인은 볼더 지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문화 자원이 되었다. 결국 볼더의 창업자들은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돕고 배울 수 있는 네트워크를 꾸준히 구축하게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서로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하여 창업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볼더는 원래 건조하고 메마른 지역이었지만, 이후에 도심 행정가들이 나서서 나무를 심고, 정원을 만드는 등 도시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 매력적인 자연경관 주변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창업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제 볼더는 1인당 국내총생산 GDP가 7만 달러에 이를 뿐만 아니라, 인구수 대비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재와 일자리 비율을 종합한 각종 지수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고, 창업성공률이 높은 혁신 도시라는 명예를 갖게 되었다.
크록스의 성공 과정에서 볼더의 창업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작은 도시에서도 창업과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고, 광주에서도 얼마든지 세계를 대표하는 큰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광주 서구 양동에 있는 양말 제조업체인 무등양말이 발랄하고 유연한 사고와 결합되고, 온라인 마케터들과 협업하여 세계의 양말문화를 선도하는 회사가 되는 날도 한번 상상해보자. 광주가 맛의 고장인만큼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처럼 세계를 음식으로 연결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도 광주에서 등장할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광주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의 전국화 현황을 보면 도야짬뽕 160개, 잇샌드 40개, 김형제 고기의 철학 90개, 벌크커피 214개, 풍남옥 25개, 피자가기가막혀 90개, 서울깍두기 30개, 타르타르 50개, 솥밭솥밭 68개, 첨단 돌솥감자탕 41개가 있고, 족발로맨스가 태국에, 대창식품이 네팔에 진출해있다. 광주 프랜차이즈 충만치킨은 미국 20개점, 베트남 2개점, 태국 5개점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큰 기업을 유치하러 다니는 영업도시 광주에서 벗어나, 창업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시켜 작지만 강한 기업에 주목하고 세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광주가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전력질주하고,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방향만 잘 잡으면 세계 속의 창업도시 광주를 주목할 날도 머지 않았다.